모란의 緣 - 류시화 어느 생에선가 내가 몇번이나 당신 집 앞까지 갔다가 그냥 돌아선 것을 이 모란이 안다. 겹겹의 꽃잎마다 머뭇거림이 머물러있다. 당신은 본 적 없겠지만 가끔 내 심장은 바닥에 떨어진 모란의 붉은 잎이다. 돌 위에 흩어져서도 사흘은 더 눈이 아픈 우리 둘만이 아는 봄은 어디에 있는가 아무것도 아닌 것에 대한 소란으로부터 멀리 있는 어느 생에선가 내가 당신으로 인해 스무 날하고도 몇 날 불탄 적이 있다는 것을 이 모란이 안다 불면의 불로 봄과 작별했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