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의 바람을 느끼며
두 달 째 조국이라는 교수 출신의 한 인물이 이 사회를 불타게 하고 있다. 그가 법무장관으로 지명되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그를 통해 검찰개혁을 하려고 하는 것 같았다. 청문회 과정에서 그 주변의 문제점들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언론과 검찰이 그런 혐의점들에 대해 장관후보자 주변의 먼지까지 털어내고 있었다. 그 수사는 단순한 사법활동이 아니라 정치가 되어가고 있었다. 국민들이 둘로 나뉘어 시위에 돌입했다. 사무실에서 함께 근무하는 젊은 김변호사가 내게 이렇게 말했다.
“건방진 검찰이 정말 개혁되야 해요. 조국이라는 사람 이외에는 그 개혁을 할 사람이 없어요. 우리들이 로스쿨 나왔다고 검찰청에 가면 얼마나 무시하는 지 몰라요.”
그 말은 평소에 굴욕감을 느꼈던 젊은 변호사들의 한을 대변해 주는 말 같이 들렸다. 한 유튜브 방송에서 차기 대통령후보로 언급되는 유시민씨가 한 말이 떠올랐다.
“하나님 다음이잖아요? 판검사 그 사람들은. 국회의원들도 마음대로 목을 자를 수 있고 말이죠. 이번에도 보세요. 검찰총장은 대통령, 총리, 법무장관 밑에 있는 부하예요. 그런데 대통령이나 총리의 뜻을 거스르고 직속 상관인 장관을 수사하고 말이죠. 그게 쿠데타지 뭡니까? 12.12사태때 전두한 합동수사부장은 대통령을 겁박하고 상관인 육군참모총장을 잡아다 조사하고 군권을 장악했어요. 그것과 뭐가 다릅니까?”
그의 독특한 해석이었다. 사흘 전 밤 열시경 지하철을 타고 서초역에 있는 아파트로 돌아올 때였다. 대검찰청 앞 도로는 사람들로 꽉 차 있었다.
“검찰개혁, 조국 수호”
그들의 우렁찬 함성이 들렸다. 인터넷에서는 조국이라는 인물이 대통령 후보의 인기도 3위에 올랐다는 보도가 떠오르고 있었다.
문재인이 대통령이 되기 몇 년 전 그와 점심시간에 단 둘이 만난 적이 있었다.
“대통령이 된다면 어떤 나라를 만들고 싶습니까?”
나는 정말 궁금해서 물었다. 대통령이라는 왕 같은 자리 자체가 목적인 정치인은 쓰레기라는 생각이었다.
대한민국을 어떤 나라로 만들고 싶다는 확실한 나름대로의 목표가 있어야 했다.
“검찰개혁과 경제민주화죠.”
그의 짧은 대답이었다. 나와 동갑인 그는 인권 변호사 출신이었다. 같은 변호사로서 권력의 개가 되는 정치검찰에 대한 혐오감을 공유하고 있는 입장이었다. 그가 말하는 검찰개혁이란 관념 속에는 검찰만 아니라 국정원이나 보안사령부 경찰등 모든 권력기관이 포함되어 있는 것 같았다. 그 역시 대학 시절 시위로 구속된 경험이 있었다. 또 그가 모시던 노무현 대통령의 죽음을 보았다. 그의 말은 단순한 목표가 아니라 체험에서 나온 한이 서려 있었다. 대통령이 되자 그는 조국이라는 서울대 법대 교수 출신을 민정수석으로 임명했다. 그가 중심이 되어 거대한 ‘적폐청산’의 물결을 일으킨 것 같았다.
전 정권의 박근혜 대통령과 국정원장들이 감옥으로 갔다. 국정원이 무력화됐다.
보안사령부의 민간인 사찰이 문제 되고 장군 출신 사령관이 포승줄에 묶여 포토라인에 섰다. 그리고 자살을 했다.
그러나 적폐청산의 전위대인 검찰에 문제가 보였다.
권력의 지시에 따라 잡아넣겠다는 의지만 강할 뿐 법의 적용에 무리가 많았다.
마지막으로 검찰은 자기가 휘두르던 칼날이 자신에게 돌아온 것인지도 모른다.
개혁의 주체가 되기 위해 장관으로 임명된 조국이라는 인물의 도덕성과 사상 그리고 윤리에 대해 강한 사회적 반발이 일어나고 있다.
배경은 권력투쟁과 숙청일 수 있다.
프랑스 혁명을 이루었던 혁명 주체들도 대부분 기요틴에서 목이 잘렸다. 한 시민으로서 조용히 지켜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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