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짝 핀 벚꽃 아래서 - 장석주
활짝 핀 벚꽃 아래서 - 장석주 두개골 속에 꽃봉오리들이 툭, 툭, 터지는 소리가벼락치고,네 입술이 기르던 애벌레가나방이 되어 날아간다.네 입술,네 둥근 젖,네 흰 이마,네 검은 머리칼,네 젖은 어깨,네 샅,네 꽃피던 자궁,네 모든 게 천천히 지워진다, 일찍이내 이럴 줄 알았다,벚꽃 폭설 아래 나 혼자 걸으면벚꽃 흰 눈 몇 점 머리에 이고네가 나와 마주치고도저문 강 쳐다보듯 무심할 줄을.에움길 돌아 돌아가면우리가 미처 살아내지 못했던 시간들이아직도 매캐한 슬픔이 피우는연기 속에 자욱하다.숯으로 네 눈썹을 그리던푸른 밤들이 여전하다깨진 거울과 빈 밥그릇,곰팡이 슨 산수화 한 점과 함께언 호수에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묵은 가지마다 햇빛이 팝콘처럼 부풀고핏속에는 웃음과 한숨과 입김들이한꺼번에 피어난다.내 핏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