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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트리크 쥐스킨트 - 좀머씨 이야기 17 (終)

파트리크 쥐스킨트 - 좀머씨 이야기 17. 나는 둑 위에 서서 눈을 크게 뜨고 입을 벌린 채 아저씨를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그런 내 모습은 아마도 뭔가 짜릿한 긴장감을 주는 이야기를 들을 때 지을 수 있는 모습이었을 것이다. 나는 놀랐다. 나는 놀랐다기보다는 내가 보고 있는 것에 대해서 당혹스러웠..

파트리크 쥐스킨트 - 좀머씨 이야기 16.

파트리크 쥐스킨트 - 좀머씨 이야기 16. 물론 내 인생의 그 시기에도 내 삶을 씁쓸하게 만드는 일이 있기는 하였다. 특히 따져 보자면, 첫째, 초단파로 송신되는 라디오 수신기를 마음대로 들을 수 없었기 때문에 목요일 저녁 10시에서부터 11시까지 방송되는 재미있는 형사극을 못 듣고, 그 다음 날에야 ..

파트리크 쥐스킨트 - 좀머씨 이야기 15.

파트리크 쥐스킨트 - 좀머씨 이야기 15. 눈 깜짝할 사이에 빵을 다 먹어치운 뒤 물병의 물도 한번에 입 안으로 털어 넣었다. 그런 다음 몹시 허둥대며 허겁지겁 떠날 채비를 했다. 물병을 배낭 속에 집어 넣고, 배낭은 자리에서 일어서면서 짊어지고 지팡이와 모자를 쫙 움켜잡은 채 잰걸음으로 헐떡거..

파트리크 쥐스킨트 - 좀머씨 이야기 14

파트리크 쥐스킨트 - 좀머씨 이야기 14. "엉, 엉! 그토록 사랑스럽고 소중한 아이가 우리 곁을 떠난 것은 우리 잘못이야! 만약에 우리가 좀더 잘해 줬더라면, 너무 못되게 굴지도 않고, 잘못을 저지르지만 않았더라면, 그 착하고 사랑스럽고 소중하고 상냥했던 아이가 아직도 우리 곁에 살아 있으련만!" ..

파트리크 쥐스킨트 - 좀머씨 이야기 13.

파트리크 쥐스킨트 - 좀머씨 이야기 13. 그리고 그 못된 개의 잘못은 또 다른 문제였다. 모든 것이 다 문제였다. 어떤 것에 대한 예외도 없이 모든 것이 다 그랬다. 우선 제 일 먼저 내게 맞는 자전거를 사 주지 않은 우리 어머니가 원망스러웠고, 어머니를 그렇게 하도록 만든 아버지가 그랬으며, 선 자..

파트리크 쥐스킨트 - 좀머씨 이야기 12.

파트리크 쥐스킨트 - 좀머씨 이야기 12. 선생님은 금방 얼굴이 시뻘개지더니 쇳소리를 내며 야단이었다. "어떻게 그럴 수가 있니! 올림 바라고 했잖아, 이 바보 멍청아! 올림 바! 올림 바가 무엇인지도 모르니, 이 바보야? 이거잖아!" 땡 - 땡 - . 그렇게 말하면서 선생님은 수십 년 동안 피아노를 가르치느..

파트리크 쥐스킨트 - 좀머씨 이야기 11.

파트리크 쥐스킨트 - 좀머씨 이야기 11. 그 전 주에 나는 다른 중요한 할 일이 있기도 했었고, 다른 한 편으로는 숙제로 내주었던 연습곡이 카논 형식의 푸가 형태여서 오른손과 왼손을 옆으로 쫙 벌리고 치다가, 가끔씩 한 손은 이쪽에 다른 한 손은 저쪽에 두면서 쳐야 했고, 서로 불협화음을 이루는 ..

파트리크 쥐스킨트 - 좀머씨 이야기 10.

파트리크 쥐스킨트 - 좀머씨 이야기 10. 아무튼 나는 자전거를 배운 이후부터 일주일에 한 번씩, 수요일 오후 세 시부터 네 시까지 불쌍하게도 달랑 혼자서 피아노를 배우러 다녔다. 물론 형이 그 거리에 소요되는 시간으로 계산해 두었던 13분 30초는 내게는 어림도 없는 시간이었다. 형은 나보다 다섯 ..

파트리크 쥐스킨트 - 좀머씨 이야기 9.

파트리크 쥐스킨트 - 좀머씨 이야기 9. 그 선생님의 이름은 마리아 루이제 풍켈이었는데 그것도 미스 마리아 루이제 풍켈이었다. 내가 평생 동안 그 선생님처럼 보이는 미혼 여성은 한 번도 보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선생님은 항상 그 <미스>라는 단어에 악센트를 주었다. 선생님은 꼬부랑 늙은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