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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메로스 : 일리아드 (liad)★ 붉은 소나기

Joyfule 2006. 3. 9. 01:14

호메로스 : 일리아드 (liad)★ 붉은 소나기 *호메로스흉상 분명히 날이 샜는데도 그리스 진영의 하늘은 어둡기만 했다. 제우스가 하늘의 검은 구름이라는 검은 구름은 모조리 모아 그리스 진영의 하늘에다 퍼놓았기 때문이었다. 그리스 진영보다 조금 더 높은 곳에 있는 트로이아 진영의 하늘은 화창했고 햇살도 강렬했다. 갑자기 그리스 진영을 뒤덮고 있는 구름으로부터 소나기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피처럼 붉은 비였다. 그러나 붉은 비가 불길한 조짐이 분명한데도 불구하고 그리스 진영의 사기는 전날보다 훨씬 높았다. 디오메데스와 오뒤세우스가 그리스 군의 사기를 드높여 놓은 셈이었다. 아가멤논 대왕은 밝은 얼굴로 갑옷을 차려 있고 나와, 앞에는 보병을 배치하고 그 뒤에는 전차 부대를 배치하여 보병을 지원하게 했다. 그리고 전차 부대 뒤로는 창 부대와 활 부대, 그리고 투석기 부대를 배치했다. 이윽고 트로이아 군이 위에서 그리스 군을 덮쳐 누르듯 공격해 내려왔다. 양 진영의 군대는 격돌하면서 낫으로 수수를 베듯 그렇게 적을 베어나갔다. 오래지 않아 트로이아의 용감한 병사들의 투구가 그리스 병사들 사이에서 번쩍거리기 시작했다. 그리스 군이 트로이아 진영으로 깊숙이 들어가 찌르고 베기 시작한 것이었다. 머리 위로는 화살이 쉭쉭 소리를 내면서 비처럼 쏟아져 내렸다. 목동들이 염소 다리를 한 개구쟁이 신인 판의 잠을 깨우지 않으려고 유난히 조심하는 시각, 모두가 졸음을 느끼는 정오가 되었다. 아가멤논은 결사대를 이끌고 무섭게 밀고 들어갔다. 그는 이 공격에서 수많은 적군의 지휘관들을 베었는데 헥토르의 두 아우도 거기에 섞여 있었다. 보병은 보병을 베고, 전차병은 전차병을 찌르는 무서운 공격이었다. 그리스 결사대가 트로이아 부대를 치고 들어가는 광경은, 마치 바람 부는 날 불씨가 숲에 떨어져 이 나무 저 나무를 차례로 태워나가는 것과도 같았다. 전차 끄는 말들은 전차병을 잃은 다 부서진 전차를 끌고 좌충우돌하면서 앞을 가로막는 것들을 짓밟고 다녔다. 그리스 군의 결사적인 공격에 트로이아 군은 성문 바로 앞까지 밀려났다. 트로이아 군은 거기에서 헥토르의 명에 따라 병사들을 점검하고 허물어진 대열을 다시 정비했다. 그리고 잠시 숨을 돌리면서 그리스 군의 다음 공격에 맞설 준비를 했다. 그러나 그리스군의 공격은 성문앞까지 이르지는 못했다. 아가멤논이 팔에 창을 맞았기 때문이었다. 상처에서 피가 쏟아졌다. 그는 전차를 타고 검은 선단이 집결해 있는 본대로 돌아가 치료를 받지 않으면 안 되었다. 이 광경을 내려다 본 헥토르는, 사자를 공격하는 사냥개 떼를 향해 소리지르는 사냥꾼처럼 고함을 지르면서 선두에서 부하들을 몰고 공격해 내려왔다. 그리스군은 물보라가 치듯이 뿔뿔이 흩어졌다, 트로이아 군은 단숨에 그리스 군을 검은 선단 있는 곳까지 밀어부칠 기세였다. 그러나 오뒤세우스와 디오메데스가 도중에서 그들을 막고 닥치는 대로 찌르고 베고 있어서 그럴 수가 없었다. 두 사람이 던진 창에 트로이아 지휘관이 넷이나 말에서 떨어졌다. 그리스 군은 다시 힘을 얻고 트로이아 군을 밀고 나왔다. 헥토르가 다시 전열을 정비하려는 찰라, 디오메데스가 칼로 그의 투구를 내리쳤다. 디오메데스의 칼이 헥토르의 청동 투구를 뚫은 것은 아니었지만 헥토르는 전차에서 땅바닥으로 떨어졌다. 부하들이 방패로 헥토르를 감쌌다. 헥토르는 곧 일어났다. 그의 눈이 다시 번쩍거리기 시작해따. 그는 다시 자기 전차에 올랐다. 전차병이 말의 잔등에 채찍질을 했다. 헥토르의 전차는 그리스 공격 부대의 왼쪽 날개를 겨냥하고 나아갔다. 디오메데스는 헥토르를 공격하던 바로 그 자리에서 싸우고 있었다. 그런데 늘 그렇듯이 싸움터 언저리에서만 살살 맴돌던 파리스가 디오메데스를 보고는 활에다 살을 먹여 그를 향해 쏘았다. 화살은 디오메데스의 발을 꿰뚫고 땅바닥에 꽂혔다. 디오메데스가 화살을 뽑아 내는 순간 오뒤세우스가 그 큰 방패로 디오메데스를 가려 주었다. 디오메데스는 전차에 실려 검은 선단이 있는 해변의 본진으로 후송되었다. 싸움터 한복판에서 싸우는 그리스 장군은 오뒤세우스뿐이었다. 트로이아 군은 사방에서 그를 협공했다. 오뒤세우스는 한 곳에 우뚝 서서, 궁지에 몰린 멧돼지가 사냥개를 뿌리쳐 내듯이 그렇게 트로이아 군의 칼날을 막아 내었다.
Sir James Thornhill, Thetis Accepting the Shield of Achilles from Vulcan 그러나 한 트로이아 군의 창날이 그의 가슴 가리개를 뚫고는 갈비뼈 사이에 박혔다. 오뒤세우스는 도망치는 그 창병을 돌아다 보고서 들고 있던 창을 던졌다. 창은 그 창병의 양 어깨 한가운데 꽂혔고 창병은 그 자리에서 숨졌다. 오뒤세우스는 그 때까지도 옆구리에 꽂힌 채 덜렁거리던 창을 뽑아 내고 나서, 있는 힘을 다해 세 차례나 고함을 질러 그리스 전우들에게 도움을 요청해야 했다. 아이아스와 메넬라오스가 그 소리를 듣고서 트로이아 군을 헤치고 그의 옆으로 다가섰다. 메넬라오스가 전차에다 그를 싣고 싸움터를 빠져 나갈 동안 큰 방패를 든 아이아스가 오뒤세우스의 자리를 채웠다. 그 때 헥토르가 그리스 군의 왼쪽 날개에서 되돌아 나왔다. 그의 주위에서 함성이 일었다. 파리스가 또 하나의 화살을 날렸다. 이번에는 마카온이 그 화살에 맞았다. 부상병을 치료하던 의사 마카온의 부상은 예삿일이 아니었다. 그는 즉시 전차에 실려 네스토르의 막사로 옮겨졌다. 목숨을 잃지 않은 대부분의 그리스 장군들은 부상을 당하고 싸움터를 떠나 있었다. 그런데 트로이아 군의 창병들이 다시 몰려왔다.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을 동안 아킬레우스는, 자기 배의 위로 불쑥 솟은 고물 위에 선 채 싸움의 진행 과정을 살펴볼 뿐 꼼짝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마카온이 부상당해 네스토르의 전차에 실려갈 때는 달랐다. 그는 친구인 파트로클로스를 불러 마카온의 상태가 어떤지 살펴보고 오라면서 이렇게 말했다. "마카온을 잃는다면 부상병 치료는 누가 한단 말인가? 큰일이군." 파트로클로스가 달려갔다. 마카온은 네스토르의 막사에서 그의 여종인 헤카메데의 보살핌을 받고 있었다. 헤카메데는 마카온이 원기를 되찾을 수 있도록 포도주에다 치즈를 풀어 먹이고 있었고, 또 하나의 시중드는 사람은 화살을 뽑아 내고 상처를 치료하고 있었다. 마침 네스토르가 젊은 전사 시절 이야기를 장황하게 하고 있었다. 마음 같아서는 뛰어들고 싶었지만 파트로클로스는 노장군의 이야기를 방해하지 않으려고 문지방에 선 채로 애를 태웠다. 노장군의 이야기가 끝나자 파트로클로스는 마카온의 용태를 물었다. 마카온 자신이, 죽지는 않겠지만 부상병을 며칠동안 돌보지 못할 것이라고 대답했다. 파트로클로스가 돌아서서 나오려는데 네스트로가 그를 불러 세우고는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만한 말을 했다. "자네 나라 사령관 아킬레우스에게 가서 전하게. 아직까지도 화가 덜 풀려 싸움터에 나올 수 없다면 다른 장군에게 지휘를 맡겨서라도 뮈르미돈 군사들을 내보내라고 말일세. 자네 는 아켈레우스와 키가 비슷하니까 만일 자네가 그의 갑옷을 입고 나서면 트로이아 군은 아킬레우스가 나온 줄 알고 혼비백산할 것이네. 누가 감히 아킬레우스와 대적하려고 하겠는가." 파트로클로스는 아킬레우스가 있는 곳으로 내달았다. 그런데 또 한 사람이 그의 걸음을 지체하게 했다. 지휘관 중의 하나인 에우뤼폴로스였다. 에우뤼폴로스는 장딴지에 화살을 맞고는 절뚝거리며 자기 막사로 돌아가고 있었다. "창을 내 어깨에다 걸고 거기 매달리게." 파트로클로스는 이렇게 말하고 나서 그를 막사까지 데려다 주었다. 친구이기도 한 에우뤼폴로스가 함께 있어 달라고 애원하는 바람에, 파트로클로스는 단검으로 화살촉을 파내고 상처를 씻어 준 다음 통증을 가라앉히는 고약을 붙여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