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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마지막잎새(The Last Leaf:1905)

Joyfule 2009. 6. 19. 05:36

3. 마지막잎새(The Last Leaf:1905)

"대체 무엇을 하고 있어?" 수우가 물었다. "여섯" 존시는 거의 속삭임으로 말하였다. "지금은 더 빠르게 떨어지는군! 사흘 전에는 거의 백 개나 있었는데 그걸 다 세려면 머리가 아프더니 하지만 지금은 아주 쉽거든 또 하나 떨어지는군! 지금은 다섯 개밖에 안 남았어" "글쎄, 무엇이 다섯이야? 좀 가르쳐 주렴" "잎새 말이야 담쟁이 덩굴에 있는 저 마지막 잎새가 떨어지면 나도 가는 거야. 사흘 전부터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어 의사가 그렇게 말하지 않아?" "아이 어쩌면 난 그런 터무니없는 소리는 들은 적도 없어" 수우는 화를 내며 투덜거렸다. "글쎄, 늙은 담쟁이 잎새랑 네 병이 무슨 상관이야? 넌 저 늙은 덩굴을 사랑하는 모양이구나? 글쎄 바보 소리는 그만두어. 의사 선생님이 오늘 아침 나에게 말하기를 네 병이 나을 가능성은... 가만 있어. 그분이 말씀하시기를 병이 나을 가능성은 십중 팔구라고 하던데! 그야 뭐 우리가 뉴욕 시내에서 전차를 탈 때나 새로 지은 빌딩 아래를 지날 때에도 그만한 위험률은 있지 않아? 그러니 어서 맘 놓고 수프를 좀 마셔 봐. 그래야 나도 다시 그림을 그릴 수 있고 편집자에게 그것을 갖다 팔아서 아픈 너에게는 포도주를 사다 주고 먹성 좋은 나는 돼지고기를 좀 사다 먹지" "포도주는 사서 무얼하게?" 존시는 물끄러미 창문 밖을 응시하며 말했다. "또 한 잎이 떨어지고 있어. 나는 수프는 안 먹겠어 남아 있는 잎새가 꼭 네 잎뿐이로군 어둡기 전에 저 마지막 잎새가 떨어지는 걸 보고 싶어 그 후엔 나도 죽게 되겠지" "존시!" 수우는 그녀에게 몸을 기울이며 말했다. "내가 일을 마칠 때까지 제발 좀 눈 좀 감고 창문을 내다보지 않겠다고 약속해 주지 않겠어? 내일까지는 이 그림을 갖다 주어야 하는데 밝아야 그림을 그리지! 그렇지 않으면 그만 커튼을 내리겠어" "다른 방에 가서 그릴 수는 없겠어?" 존시는 차갑게 말하였다. "나는 네 옆에 있고 싶어" 수우는 말했다. "그리고 나는 네가 그 쓸데없는 담쟁이 덩굴을 바라보지 않았으면 좋겠어" "일을 끝내거든 알려 줘" 존시는 눈을 감고 마치 석고상처럼 창백하게 누워 있었다. "마지막 잎새가 떨어지는 걸 보고 싶어. 이젠 기다리기도 지쳤어. 모든 것에 대한 집착을 털어 버리고 저 지친 잎새처럼 밑으로 가라앉고 싶어" "좀 자도록 해 봐" 수우는 말하였다. "나는 베어먼 씨를 불러서 그 늙은 시골 광부의 모델을 부탁해야 하니 내가 돌아올 때까지 잠깐만 기다려 줘" 베어먼 씨는 그들의 아래층에 사는 화가이다. 그는 예순 살이 넘었고 마치 산양신의 머리로부터 요정의 몸으로 굽실거리는 미켈란젤로의 '세상'에 나오는 모세의 수염을 하고 있었다. 베어먼 시는 예술가로서 실패한 사람이었다. 40년 동안이나 그림을 그렸으나 끝내 미의 여신의 치맛자락도 만져 보지 못했다. 그는 언제나 걸작을 그려보이겠다고 말하였으나 아직 한 번도 그런 그림을 그려 본 적이 없었다. 몇 해 동안 그는 어쩌다가 그리게 되는 상업용이나 광고용의 싸구려 그림을 제외하고는 아무것도 그려본 적이 없었다. 그는 이 화가촌에서 비싼 모델을 고용할 수 없는 젊은 화가들에게 모델을 서 주는 것으로 근근히 살고 있었다. 그는 술을 많이 마시면 여전히 미래의 걸작에 대해 아야기 했다. 그는 성미가 거칠고 왜소한 노인으로 누구든 상냥스럽고 다정한 것을 보면 심하게 조롱했으며 자기는 위층 화실에 있는 두 젊은 화가를 보호하는 사냥개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수우는 아래층 희미한 등불이 켜 있는 굴 속 같은 방에서 심하게 술냄새를 풍기며 앉아 있는 베어먼을 발견하였다. 한쪽 구석에는 화가에 흰 캔버스가 덮여져 있었다. 그것은 25년 동안이나 걸작의 맨처음 선을 기다리며 있었던 것이다. 수우는 노인에게 존시의 망상을 이야기해 주었다. 그리고 세상에 대한 회미한 집착마저 사라져 정말 잎새와 같이 떨어져 버릴까봐 걱정이라고 말하였다. 베어먼 노인은 시뻘건 눈에서 눈물을 줄줄 흘리며 존시의 어리석은 상상에 대해 경멸과 조롱을 퍼부었다. "세상에 아무리 어리석기로 그래 그 빌어먹을 담쟁이 잎새가 떨어진다고 해서 사람이 죽는다는 법이 어디 있담? 난 그 따위 소리는 난생 처음 듣겠군 듣기 싫어! 당신 같은 멍청이의 모델 노릇은 그만 두겠소 아 글쎄 어떻게 해서 그런 어리석은 생각이 존시의 머릿속에 들어가게 했느냐 말이오. 가엾은 존시..." "그 애는 병 때문에 약해진 거에요" 수우가 말했다. "몸이 아프니까 마음까지 병들어 이상한 공상만 머리에 가득 차게 된 거지요. 하지만 베어먼 씨, 그런 줄 몰랐는데 당신은 정말 무서운... 변덕쟁이 노인이로군요" "참 여자란 할 수 없군" 베어먼이 외쳤다. "누가 모델 노릇을 안 하겠다고 했나? 가십시다. 함께 가지요. 반 시간 전부터 모델 노릇을 하겠다고 기다리고 있었는데. 맙소사, 이런 곳에 존시 같은 착한 아가씨가 병이 나서 누워 있다니. 나도 언젠가는 걸작을 그릴 테니, 그 때는 우리 모두 여길 떠납시다. 암 그래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