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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노인과 바다(The Old Man and the Sea)

Joyfule 2009. 6. 15. 01:39


 4.노인과 바다(The Old Man and the Sea:1952)    
젊었을 때 노인은 어떤 선술집에서 한 흑인과 팔씨름을 하였다. 
그 흑인은 몸이 무지하게 크고 힘도 그 부두에서는 제일 센 녀석이었다. 
팔씨름 한판이 하루 낮과 밤 동안이나 계속되었다. 
날이 밝아질 무렵 모두들 씨름을 무승부로 결정하자고 주장하고 
심판도 그 주장을 받아 들이려고 했을 때 
노인은 온 몸의 힘을 다하여 흑인의 팔을 눕히고 말았다. 
결국 씨름은 일요일 아침에 시작하여 월요일 아침에 끝난 셈이었다. 
얼마 동안은 노인을 보면 모두들 '선수'라고 불렀다. 
그 후로도 노인은 몇 번 팔씨름을 했으나 그와는 절대로 하지 않았다.
오른손은 낚시를 위하여 아껴야만 했던 것이다.
어두워지려고 할 무렵 낚시에 돌고래가 걸렸다. 
노인은 돌고래를 막대기로 마구 후려갈겨 숨이 끊어지는 것을 보고 
배 위로 끌어올려 놓은 뒤 먹을 것을 마련한 것에 흡족해 했다.
 해가 지자 9월의 바다는 금방 어두워지고 말았다. 
사방은 캄캄했다.
  "저 놈같이 억세고 큰 놈은 보지도 듣지도 못했어. 
어떻든 나는 저 놈을 꼭 죽여야 한다"
  노인은 별을 쳐다보면서 중얼거렸다.
 동쪽 하늘이 흐려지기 시작했다. 
별들은 하나씩 사라지고 바람은 고요히 잠들고 말았다.
  "사나흘 후에는 일기가 나빠지겠구나"
  노인은 중얼거렸다. 
그리고 노인은 그 놈이 잠잠할 때 한숨 자야겠다고 생각했다.
노인이 깜짝 놀라 눈을 떴을 때 낚시줄이 마구 풀리고 있었다. 
양손으로 낚싯대를 잡아 풀리는 것을 막으려고 했지만 낚시줄은 계속해서 풀려나갔다.
왼쪽 손바닥은 상처가 났고 오른쪽 손바닥은 타는 듯이 아팠다. 
고기는 몇 번이고 미친 듯이 날뛰었다. 
노인은 이제 감각마저 잃은 손바닥이 마구 터지는 대로 맡겨 두었다. 
노인은 다만 손가락이 다치지 않도록 주의했다. 
이제 낚싯줄도 속도가 차츰 느려져 천천히 풀려갔다. 
노인은 오른손을 물에 담근 채로 훤히 밝아지는 동녘을 바라보았다
노인이 바다로 나오고 세번 째 해가 떴을 때야 고기가 원을 그리면서 빙빙돌기 시작했다. 
있는 대로 줄을 잡아당기면 원은 차츰 작아지게 되고 
그렇게 되면 그놈에게 맛을 보여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노인은 생각했다. 
그러나 두 시간이 지나자 노인의 피로는 골수에까지 파고 들었다. 
그리고 고기가 그리는 원도 퍽 작아졌다. 
고기가 일곱 바퀴를 천천히 돌고 난 다음에야 
노인의 작살이 닿을 만한 거리에 와 있었다. 
그러나 노인은 머리가 희미해지고 정신이 아찔해졌다. 
정신을 차려야겠다고 생각했지만 
고기의 허연 배때기가 보이는 순간이면 현기증이 나곤 하는 것이었다. 
노인은 남아 있는 마지막 힘을 다하여 
그 옛날의 자랑스러웠던 힘을 되돌려 보려고 하였다. 
고기는 천천히 다가왔다.
주둥이가 뱃전에 거의 닿을 만한 거리에 왔을 때 
노인은 낚싯줄을 발로 밟고 남아 있는 온 몸의 힘을 모아 
작살을 높이 쳐들고 고기 배때기를 푹 내려 찔렀다. 
고기는 치명상을 입고 갑자기 물위로 튀어오르며 
그 아름다움과 넘치는 힘을 아낌없이 보여 주었다. 
노인은 현기증이 나면서 기분이 좋지 않았다. 
눈앞이 흐려져 앞을 내다 볼 수가 없었다. 
노인은 작살에 매인 줄을 터질 대로 터진 손으로 풀어 주었다. 
고기는 해면에 은빛의 배를 보이면서 자빠져 있었다.
해면은 고기 심장으로터 흘러나오는 피로 온통 피바다가 되고 말았다. 
노인은 물을 한 모금 마시고 정신을 차려서 낚싯줄을 당겨 보았다.
그러나 고기는 꼼짝도 하지 않았다. 
노인은 할 수 없이 고기에게로 배를 저어 가 
준비한 밧줄로 고기 대가리는 뱃머리에 매달고 꼬리는 배 꽁무니에 달았다. 
고기가 너무 커서 노인이 타고 있는 조각배를 큰 바위에 올려다 붙인 것 같았다. 
모든 일을 끝낸 노인은 돛대를 세우고 돛을 달았다. 
배는 미끄러지면서 움직이기 시작했다. 
노인과 고기는 순조롭게 나아갔다. 
노인은 손을 물에 담그고 정신을 차리려고 애를 썼다.
상어의 첫 습격을 받은 것은 약 한 시간 후의 일이었다. 
노인은 쏜살같이 날아오고 있는 고기를 보고 그것이 상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노인은 작살에다 줄을 매었다. 
상어가 배 꽁무니에 임박해 왔을 때 노인은 
상어 대가리를 향하여 힘껏 작살 끝으로 내려 찔렀다. 
상어의 가죽과 살이 우지직 떨어져 나가는 소리가 들렸다. 
그러나 투지 만만한 상어는 여전히 달라 붙었다. 
노인은 피투성이가 된 손으로 마구 작살을 내려 찍었다. 
상어는 드디어 온 몸을 떨면서 단말마의 신음을 내었다. 
그러다 꼬리로 물을 때리고 턱을 움직이면서 달아나기 시작했다. 
몸의 사분의 삼은 물 위로 나와 있었다. 
그 순간 그것이 작살에 매어진 줄을 흔들어 대는 바람에 
노인은 그만 쥐고 있던 줄을 놓치고 말았다.
노인은 부상을 입고 뱃전에 매달려 있는 고기를 보니 마음이 언짢았다.
지금까지의 일이 모두 꿈이라면 
큰 고기도 필요없고 침대에 누워서 신문이나 보는 것이 나았을 거라고 생각했다.
계속 순풍이 불고 있었다. 
약 두 시간쯤 지났을까 노인은 뒤따라오던 상어 두 마리가 배 가까이 오는 것을 보았다. 
노인은 칼을 노 끝에 붙들어 매고 일어섰다.
두 손의 상처가 너무 아파 노를 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었다.
노인은 노를 꽉 쥐었다. 몹시 아팠다. 상어는 가까이 다가왔다. 
다음 순간 상어는 입을 짝 벌리고 큰 고기를 습격해 왔다. 
노인은 번개 같은 솜씨로 상어 대가리와 눈을 내려 찔렀다. 
큰 고기에 매달려 살을 뜯던 상어는 미끄러지듯이 내려갔다. 
배는 계속 흔들리고 있었다. 
배 밑에 숨어 있던 또 다른 상어가 큰 고기를 물어뜯고 있었다. 
노인은 재빨리 매어진 밧줄을 풀었다. 
배가 미끄러져 나가기 시작하자 배 밑에서 상어가 나타났다. 
노인은 칼로 재빠르게 내려 찔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