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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스타프 플로베르 - Madame Bovary 3.

Joyfule 2009. 8. 27. 09:07
 
  Madame Bovary - 구스타프 플로베르Gustave Flaubert 3.       
시골 병원의 생활은 한결같이 단조롭기만 했다. 
엠마는 새로운 생활에 대한 불안에 뒤이어 이내 환멸 같은 것을 느끼게 되었다. 
두 사람의 생활이 친밀해질수록 구 내면은 점점 남편에게서 멀어져 갔다.
샤를이 하는 얘기는 결혼 전처럼 감격을 주지도 않고 따분하게 느껴지는 화제들 뿐이었다. 
그는 헤엄을 칠 줄도 물랐고 검술도 총술도 모르며 
승마에도 연극에도 흥미가 없는 사람이었다. 
사내라는 것은 무엇이나 다 잘 알고 있어야 하고 무슨 일이나 다 뛰어나야 하며 
여자를 불 속으로 끌어들일 만한 능력이 있어야 한다고 엠마는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샤를은 이런 점을 구비하지 못한 남편이었다. 
샤를은 엠마가 샤를에게 염증을 내는 줄도 모르고 그는 아내가 행복해 한다고 믿고 있었다. 
그러나 보바리 부인은 이 움직임이 없는 평온함 둔한 단조로움 
그리고 자기가 사내에게 준 행복을 생각하면서 샤를을 원망하였다.
엠마는 가끔 그림을 그리기도 했다. 
또한 황혼이 깃든 창가에 기대 서서 한없는 꿈을 쫓으며 공상에 잠길 때가 많아졌다.
수녀원 시절이 새삼스럽게 그립기도 했다. 
무능하고 평범한 시골 의사의 아내로서 일생을 따분한 시골 구석에서 
보내야 하리라는 것을 생각하면 참을 수 없이 우울한 심정에 사로잡혔다.
그러던 어느 날 어느 후작댁에 초대되어 화려한 무도회의 밤을 보내게 되었다.
이 밤은 보바리 부인에게 추억을 남겨 주었다.
많은 신사 숙녀들 틈에 끼어도 엠마는 조금도 손색이 없었다. 
용모의 아름다움에서나 화술에서나 몸매며 춤에 있어서도 의젓한 숙녀였다. 
무엇보다도 엠마 스스로가 그렇게 느끼고 있었다. 
그 삶들은 지금쯤 호화 찬란한 파리에서 사교의 나날을 보내고 있을 텐데 
자기는 이렇듯 보잘것없는 시골에서 세월을 소비하고 있다는 것이 안타까웠다. 
청춘도 아름다움도 이대로 시골 구석에서 
한낱 풀잎처럼 시들고 말리라고 생각할 때 엠마는 한없이 초조해졌다. 
무미건조한 생활과 초라한 자기 모습에 점점 더 싫증이 났다.
엠마는 토스트가 싫어서 환경을 바꿔 보려고 
남편에게 졸라 반년 전에 용빌르라베이라는 시골로 이사를 했다.
이 곳은 루앙 시에서 8마일 떨어져 있고 조그만 강이 마을을 둘러싸고 흐르며
왼편은 초원 오른편에는 밭이 쭉 뻗어 있었다. 
풀밭 가장자리를 흐르는 물은 목장의 빛깔과 밭의 색깔을 하나의 흰 줄로 구분하고 있었다. 
이러한 자연의 풍경은 무척 평화롭고 아름다웠다. 
그러나 정원과 정적에 익숙해 온 엠마는 좀더 인간적인 자극을 바라고 있었다. 
그렇다. 무슨 일이 일어나야 할 것만 같았다.
어려서부터 시와 소설을 많이 읽고 음악과 그림을 좋아한 엠마에게 
샤를과의 결혼 생활은 다만 우울한 마음을 길러 줄 따름이었다. 
밤낮으로 환자나 대하고 의학 서적이나 뒤적거리는 무능하고 평범한 시골 의사의 아내로서 
일생을 이 마을에서 살아갈 것을 생각하니 참을 수 없을 만큼 울적해졌다.
'다른 사람을 만났더라면 지금 같지는 않았을 텐데'
그녀의 마음은 무엇이든 새로운 것을 찾기 시작했다. 
이러한 엠마 앞에 나타난 사내는 자기보다 나이 어린 레옹이었다.
이 마을에서 엠마에게 자극을 주는 유일한 존재는 공증인의 서기로 있는 레옹 뿐이었다. 
레옹은 그의 직업에 어울리지 않을 정도로 문학이나 음악에 이해가 있었다. 
서로 통하는 이야기 상대가 되었다.
보바리 부인은 이 청년을 보면 언제나 가슴이 이상하게 두근거렸다. 
그리고 레옹이 자신에게 무엇인가를 느끼고 있음을 알고 있었다. 
그것은 분명히 사랑이면서도 수줍어서 말을 못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런 일을 깨달을 수 있는 것은 여자의 본능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보바리 부인은 이런 일을 자기가 먼저 얘기하리 만큼 경솔하지는 않았다. 
한숨을 쉬면서 마음 속에 있는 것과는 정반대의 말만 하는 것이었다. 
매력이 넘치는 레옹의 얼굴을 볼 때 부인은 항상 불안한 초조감을 금할 수가 없었다.
레옹 역시 엠마의 재능과 미모에 끌렸다.
그러던 어느 날 레옹은 사랑의 비밀을 끝내 털어놓지 않고 파리로 유학의 길을 떠나버렸다.
레옹의 모습이 눈앞에서 사라지자 부인의 가슴은 마치 구멍이 뚫린 느낌이었다. 
'그이는 나보다 나이도 어리고 사랑에 대한 경험이 없는 사람이다.
그렇다면 왜 내가 좀더 대담하게 모든 것을 고백하지 못했던가' 
보바리 부인은 창문을 열고 서서 마차로 떠나간 레옹의 뒤를 쫓기나 하듯이 바라보고 있었다.
갑자기 먹장 같은 구름이 하늘을 덮고 강한 바람이 
포플러 나무를 뒤흔들고 지나가더니 이어 한바탕 소나기가 쏟아졌다. 
빗발이 나뭇잎을 때리고 지나간
후 금방 해가 다시 났다. 모래 위의 물웅덩이에는 아카시아 꽃이 떠 있었다.
  '이제는 가고 없는 레옹!'
  부인은 물끄러미 아카시아 꽃을 바라보며 한숨을 쉬었다
그 날 저녁 우연히 약제사 오메가 와서 레옹에 대한 얘기를 했다
  "이런 촌에 있을 때와는 달리 레옹도 아마 금방 파리가 좋아질 것입니다.
술집에서 진탕 술을 마시고 가장 무도회에서 샴페인과 파리 여인에게 정신을 잃고 말겠지요"
이 말을 들으니 보바리 부인은 마치 손 안의 구슬을 놓친 듯 후회했다. 
나는 하나의 행복을 놓치고 말았다. 
이제 와서 후회한들 무슨 소용이 있지.
이런 생각을 하면서 그녀는 샤를의 평범하고 권태로운 얼굴을 보니 한결 더 우울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