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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dame Bovary - 구스타프 플로베르Gustave Flaubert 4.

Joyfule 2009. 8. 28. 09:52
     
      Madame Bovary - 구스타프 플로베르Gustave Flaubert 4.    
    결혼 전 일을 돌이켜 보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샤를을 사랑하지 않았던 것 같았다. 
    그렇다고 자신의 변덕으로 싫어지게 된 것 같지도 않았다. 
    그렇다고 자기 이외에 다른 누구를 탓할 수도 없었다.
    결혼 당시는 엠마도 신부답게 가구를 여러 가지로 꾸며서 기분을 전환시켜 보기도 하고 
    커튼의 무늬를 궁리해 보기도 했다. 
    그러나 반 년쯤 지나서부터는 왜 이처럼 
    무능하고 둔하고 따분한 사내와 결혼을 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만일 이 남자가 아니었다면 어떠한 남편을 만나게 됐을까 하고 
    여러가지 타입의 남자를 머릿속에 그려보기도 했다. 
    그렇다고 당장 샤를의 품에서 빠져 나갈 결심도 생기지 않았다. 
    자신의 마음을 억누르는 수밖에 없었다.
    이와 같이 불만을 참고 억제하는 것이 지나쳤든지 히스테리 증상이 생겼다.
    샤를은 그래도 의사로서 꽤 성공한 편이었고 
    생활에 어떤 곤란도 받지 않을 만큼 무척 바빴다. 
    그리고 여전히 아내가 아무런 불만이 없이 자기를 사랑하는 줄 알고 있었다. 
    그러나 보바리 부인은 한없이 외로웠다. 
    이 마을에서 처음으로 매력을 느낀 레옹도 멀리 파리로 가버리지 않았는가!  
    이제 내게는 아무것도 남은 것이 없다. 
    닳아빠진 구두처럼 점점 주름이 늘어갈 뿐이다. 
    부인은 이러한 허전함을 걷잡을 수 없었다.
    계집애를 낳았으나 어머니로서의 애정을 느끼지도 못한 채 곧 남에게 맡겨 버렸다. 
    결혼은 사랑의 형식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엠마의 경우는 결혼이 무덤과도 같이 쓸쓸한 것이었다. 
    남편은 아내의 빗이나 반지 목도리 따위를 어루만지기도 하며 하얗게 
    드러난 팔과 어깨에 사랑스러운 키스를 하곤 했으나 
    일단 남편을 못마땅하게 여기게 된 엠마에게는 
    그런 애무조차도 도리어 불쾌하게 느껴지기까지 했다.
    사랑이라든가 정열 감동 등 소설 따위에서 즐겨 읽은 아름다운 말들이
    현실에 있어서는 이다지도 비참한 모습으로 자기 앞에 나타날 줄은 몰랐다. 
    자기의 아름다움이 오히려 슬픔을 가져오는 원인일까 생각하면서 
    보바리 부인은 자신의 운명을 한탄했다.
    고요한 저녁이면 이런 생각이 더욱 새삼스러웠다. 
    창에 비치는 어스름한 빛이 물결치듯 조용히 가라앉는 저녁
     언제나 제자리를 지키고 있는 가구들은 자기의 생활 자체와도 같이 
    꼼짝도 않고 캄캄한 바다에 빠지듯 어둠 속으로 사라져 갈 때 
    시계는 째깍째깍 그저 반복일 뿐인 시간을 새기고 있다. 
    자기 마음은 헝클어졌는데 주위의 만물은 어쩌면 이렇게도 조용한가 하고 
    놀라운 눈초리로 사방을 둘러 보았다.
    그 때 요즘 집에 돌아와 있는 두 살 난 딸 베르트가 아장아장 걸어와서
    '마마' 하고 앞치마에 매달렸다. 
    보바리 부인은 자기도 모르게 아이를 매정스럽게 밀어냈다. 
    자기의 귀중한 공상을 무너뜨린 것 같아서 화가 났다.
      어린애는 더욱 어머니 무릎에 매달렸다.
      "귀찮다는 데도!"
      부인은 재차 팔꿈치로 아이를 떠밀었다. 
    저만치 옷장에 머리를 부딪히며 아이가 쓰러졌다. 
    자지러질 듯한 아이 울음소리를 듣고 부인은 비로소 정신을 차렸다.
    이 어린 것에게 무슨 죄가 있다고... 
    보바리 부인은 베르트를 껴안고 눈물을 흘렸다. 
    이대로 가다간 내 생활이 어떻게 될 것인가 
    누구의 탓인지 알 수도 없는 자신의 운명이 원망스럽기만 했다.
    몸서리칠 만큼 단조로운 생활에도 더러는 뜻하지 않은 변화가 생기기도 했다.
    즉 이 마을을 중심으로 해서 공진회가 열리게 된 것이다. 
    지사가 몸소 참석하고 표창 받을 농부들이 가족을 데리고 모여들었다.
    보바리 부인은 최근에 알게 된 로돌프라는 지주와 함께 이 모임에 참석했다.
    로돌프는 유세트 장의 주인으로 아직 독신이었다. 
    1년 수입이 일만오천 프랑이나 된다는 소문이 도는 사람인데 
    그의 머슴이 진찰을 받으러 온 일이 있어 
    그것이 계기가 되어 부인과도 서로 알고 지내게 됐다.
    호색가인 로돌프는 보바리 부인을 처음 보았을 때부터 이미 욕심이 생겼다.
    마음 속 깊이 찌르고드는 그 여자의 눈매 하얀 살결과 표정이 풍부한 얼굴
    첫눈에 반해 기회를 노리고 있던 로돌프는 
    오늘의 공진회가 절호의 찬스라 생각하고 보바리 부인을 청해서 같이 온 것이다.
    엠마는 이 날 따라 유난히 더 아름다워 보였다. 
    엷은 색깔의 리본이 달린 보닛 밑으로 햇빛을 받아 새하얀 얼굴이 또렷하게 윤곽을 그리고 있었다. 
    길다란 눈썹에 가리운 크고 푸른 눈동자 목덜미에서 어깨까지 드러낸 살결은
    구슬이 굴러 떨어질 듯 매끈했다.
    보바리 부인은 이 곳에 오는 도중 들국화를 꺾으면서 로돌프에게 말했다.
      "참 둘국화가 곱네요. 마을 처녀들은 이걸로 사랑을 점칠 수 있대요"
    균형이 잡힌 몸매에 장부답게 생긴 로둘프는 
    지금까지 여러 사람의 여자를 상대해 온 만큼 보바리 부인의 이런 말을 들었을 때 부
    인의 마음이 어디로 기울고 있는 가를 곧 깨달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어디 부인을 위해서 점을 쳐볼까요?"
      "아녀요. 그런데 로돌프 씨 당신은 지금 사랑을 하고 계시죠?"
      "글쎄요. 그러나 만일 아름다운 여성과 사랑에 빠진다면 
    정말 온 정열을 기울여서 사랑하고 싶은 것만은 사실이죠  
    사랑이 없는 인생이란 사막을 걷는 거나 마찬가질 겝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