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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dame Bovary - 구스타프 플로베르Gustave Flaubert 5.

Joyfule 2009. 8. 29. 08:36
     
      Madame Bovary - 구스타프 플로베르Gustave Flaubert 5.        
    한 자리에 모여든 마을 사람들 틈에 끼었을 때 로돌프의 차림새는 한결 더 멋이 있었다. 
    그는 지금 서른 네 살의 한창 나이에 
    굵직한 줄무늬의 바지를 입어 더욱 젊음을 과시하고 있었다. 
    구두에는 풀잎이 비치리 만큼 반들반들하게 니스 칠이 되어 있었다. 
    조끼는 회색 무늬가 들어 있고 저고리 소매에는 주름 장식이 잡혀 있어 
    농부들 틈에 끼어 있는 그의 모습은 두드러지게 눈에 띄었다.
    참사관이 일어서서 군중에게 극히 형식적인 연설을 시작했다. 
    로돌프는 부인 곁에 다가가서 귓속말로 이렇게 속삭였다.
      "판에 박은 듯하고 생명이 없는 저따위 맥빠진 말은 진저리가 나잖아요?
    진실하고 위대한 의미가 있다면 그것은 진정 아름다운 것을 사랑하는 일입니다.
    사랑과 정열만이 인생의 보람이요. 인간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이 아닐까요?
    영웅적인 행위와 그 감격스러움 시와 음악과 예술 그러한 것의 바탕이 되는 사랑과 정열!"
    보바리 부인은 귀밑까지 빨개지는 것을 느끼며 가느다란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래도 얼마쯤은 세상의 이목과 도덕에 따라서 살아가야죠"
      "아닙니다. 부인 도덕에는 두 가지가 있어요. 
    하나는 저 바보 같은 친구들이 떠들어대는 체면상의 도덕 
    또 하나는 사랑 속에 꽃 피는 영원한 도덕입니다.
    이 세상에서 매력을 지닌 도덕은 참다운 용기를 지닌 
    특출한 사람만이 누릴 수 있는 높은 의미의 도덕입니다"
     말쑥하게 가다듬은 로돌프의 머리에서 풍기는 포마드 냄새가 
    그의 야릇한 체취와 함께 보바리 부인을 자극하고 황홀한 유혹을 느끼게까지 했다.
    그 후 여섯 주일이 지난 어느 날 로돌프가 보바리 부인의 집을 방문했다. 
    그는 자기 경험을 통해서 사랑을 이루려면 여자에게 적당한 자극을 준 후에 
    얼마 동안 간격을 두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신념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마침 저녁 무렵이어서 유리창에는 차츰 어둠이 깃들고 있었다. 
    보바리 부인은 홀로 있었다.
    로돌프가 객실에 들어서자 보바리 부인의 안색은 본인이 느낄 만큼 달라졌다.
    이러한 얼굴빛과 태도를 보고 로돌프는 자기의 예상이 들어맞았음을 알았다.
      그녀는 그의 첫인사를 받고 제대로 대답도 못했다.
      "일이 있었고 몸이 불편하고 해서 이렇게..."
      "몹시 편찮으셨어요?"
      그녀는 놀란 듯이 물었다.
      "아닙니다. 그저 몸살이 좀... 찾아 뵙기가 두려워서"
      "왜요?"
      "모르시겠습니까?"
      그는 다시 한 번 그녀의 얼굴을 차근히 바라보았다. 
    정말 아름다운 얼굴이었다.
    로돌프는 말을 이어서
      "엠마"
      "어머나 그렇게 부르시다니!"
      그녀는 자신의 이름을 불러 주는 그를 바라보며 수줍은 듯 얼굴을 붉혔다.
      "찾아 뵙기가 두려웠던 것도 모두가 이 때문이었습니다. 
    저의 가슴에 넘쳐 흘러 불쑥 한 마디 튀어나온 당신의 이름 
    그 이름을 왜 부르지 말라고 하십니까?
    보바리 부인... 이것이라면 누구든지 당신을 부르는 것이죠... 
    더욱이 그것은 당신의 이름이 아니라 딴 사람의 성입니다. 딴 사람의..."
      그리고 두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그렇습니다. 저는 당신에 대해서 쉴 새 없이 생각하고 있습니다... 
    당신을 생각하면 저는 오직 절망뿐입니다. 
    아니 실례했군요! 작별하겠습니다...안녕히...
    저는 멀리 떠나가겠습니다. 
    당신이 두 번 다시 저의 소문에 귀를 기울이지 않도록 먼 곳으로...
    그런데도...오늘이란 이 날이 ...어떤 힘으로 하여금 
    저를 당신이 있는 곳으로 줄달음치게 했을까요? 
    사람이 하늘과 싸울 수 없는 것처럼 
    천사의 미소에는 대항할 수 없는 것처럼 이끌리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그녀는 이런 말을 듣는 것은 생전 처음이었다. 
    그녀는 황홀해서 넋을 잃은 사람처럼 로돌프의 속삭임의 열기에 의해서 달아올랐다.
    "그러나 비록 오늘 방문을 안했어도 비록 만나뵙지 못했다 해도 
    저는 항상 당신 곁에서 당신을 감싸고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밤이면 밤마다 저는 잠자리를 걷어 차고 이 곳까지 왔었죠. 
    당신의 집을 달빛에 비친 지붕을 바라보았습니다.
    당신의 창가에서 흔들거리는 정원수며 창문을 통해 
    어렴풋이 비치는 램프를 바라보았습니다. 
    아아, 당신은 짐작도 못했을 것입니다. 
    그 곳에 그렇게 가까이 또 그렇게 멀리 불쌍한 사나이가 있었던 것을..."
     "오, 당신은 참으로 좋은 분 그런 생각까지 하실 줄은..."
      부인은 숨을 내쉬며 간신히 이렇게 말하다가 갑자기 눈시울이 뜨거워짐을 느꼈다.
      "아닙니다. 저는 당신을 사랑하고 있다는 그것뿐입니다. 의심은 안하시겠죠?
    말씀해 주세요! 단 한 마디라도 사랑을 의심 않는다고"
      이렇게 말하면서 로돌프는 의자에서 차츰차츰 밑바닥으로 미끄러져 내려갔다.
      그 때 부엌 쪽에서 신발 소리가 나며 하녀가 들어오는 것 같았다. 
    두 사람은 깜짝 놀라며 로돌프는 시치미를 떼고 일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