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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와 벌(Prestuplenie i nakazanie:1866)3

Joyfule 2009. 7. 7. 02:03

    죄와 벌(Prestuplenie i nakazanie:1866)3

    줄거리 7월 초의 무섭게 더운 어느 날 해질 무렵 한 젊은 사나이가 C골목의 어느 셋방에서 나와 방향없이 K다리 쪽으로 걸어갔다. 그는 운좋게 계단에서 하숙집 주인 여자와 마주치는 것을 모면했다. 그의 방은 높은 5층의 다락방인데 그 곳은 사람이 사는 곳이 아니라 오히려 벽장 같았다. 주인 여자는 그의 아래층에 살고 있었으므로 거리에 나갈 때는 항상 계단 쪽으로 열려 있는 주인집의 부엌 곁을 지나지 않으면 안 되었다. 이 젊은 사나이는 그 곳을 지날 때마다 으레 병적인 불안을 느꼈으며 그런 기분에 휘말리는 것이 스스로 창피하게 생각되어 상을 찌푸리곤 하였다. 하숙비가 상당히 밀려 있었으므로 주인 여자와 마주치는 것이 두려웠던 것이다. 그것은 겁이 많고 배짱이 없어서가 아니라 오히려 반대인데 얼마 전부터 그는 우울증에 잠겨 불안스러운 기분이 되어 있었다. 그래서 완전히 자신 안에 틀어박혀 모든 사람에게서 떨어져 있었으므로 주인 여자뿐 아니라 어느 누구하고 만나는 것을 피해 왔던 것이다. 그는 가난해서 꼼짝 못할 지경에 처해 있었으나 그것도 요즘에는 별로 고통스럽지 않았다. 꼭 해야만 할 일감도 그는 내던져 버리고 돌아보지 않았다. 그는 하숙집주인 여자 따위가 자기에 대하여 어떠한 일을 생각해 낼지라도 겁낼 사람은 아니었다. 그러나 계단 위에서 붙잡혀 그에게는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지저분한 헛소리나 귀찮은 독촉이나 넋두리를 대하는 것은 딱 질색이었다. 차라리 고양이처럼 계단을 미끄러져 내려와 몰래 슬쩍 달아나는 편이 나왔던 것이다 거리에 나와 보니 자신이 빚이 있는 한 여자를 만나는 일을 두려워하였다는 데 어이가 없었다. 그는 묘한 미소를 띄우면서 생각했다. '어떠한 일이든 실행하려고 생각하면서 이런 하찮은 일에 겁을 먹다니! 흥 그렇다... 무엇이든지 사람의 손으로 할 수 없는 일은 없는데도 그저 겁 많은 탓으로 기회를 놓치고 마는 것이다. 이건 확실한 논리이다. 그런데 사람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무엇일까? 새로운 한 걸음 새로운 독자적인 말 그것을 가장 두려워하는 것이다. 그건 그렇고 나는 좀 말이 많다. 말만 떠벌리고 있으니까 아무것도 못하는 거다. 어쩌면 아무것도 하지 않으니까 말이 많아졌는지도 모른다. 그렇게도 말할 수 있겠군 이건 내가 한 달 동안 밤낮으로 저 방 속을 뒹굴면서... 꿈같은 것을 생각하는 동안에 떠버리 노릇을 배워 버린 것이다. 그건 그렇고 나는 지금 무얼하려고 걷고 있는 걸까? 정말 내가 그 짓을 할 수 있을까? 그게 진심에서 나온 생각일까? 천만에 천만에 진심에서라니! 그저 공상으로 혼자 좋아하고 있는 것뿐이다. 장난이다! 진짜 장난 같은 생각이다!' 그런데 지금 이라스콜리니코프는 무엇하러 어디를 가는 것일까? 그리고 아까 그가 중얼거리던 '그 짓'이란 도대체 무엇인가? 한달 전쯤에 그는 고리 대금업과 전당포를 하는 한 노파를 알게 되었다. 노파 아료나 이바노브나는 어떤 대학 교수의 미망인으로 백치인 누이 동생 리자베타를 부리면서 심술 사나운 욕심으로 악착같이 돈을 긁어모으고 있었다 라스콜리니코프가 그 짓을 공상하게 된 것은 그 때부터였다. 그 공상은 몸서리치도록 잔인한 것이었으나 퍽 유혹적이기도 하였다. 그는 이미 그 짓을 해도 괜찮다는 충분한 논거를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그것을 결행하지 못하는 자신의 우유부단함과 무기력을 오히려 조소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머릿속에는 끊임없이 그 생각이 맴돌고 있었다. 실행함에 있어서 전혀 증거를 남겨서는 안 된다. 그는 지금 그 계획의 장소인 노파의 집을 탐색하러 가는 중이었다. 그는 죽은 아버지가 남긴 시계를 가지고 나왔다 "무엇하러 왔지?" "저당잡힐 걸 가져 왔어요" "하지만 지난 번 것이 벌써 기한을 넘겼어 어제로 꼭 한 달이야" "그럼 한 달 동안 이자를 드리지요. 조금만 더 참아 주세요" "하지만 기다리건 팔아치우건 내 마음대로야" "아무튼 이 은시계로 좀 많이 쳐 주십시오" "어디서 이런 지저분한 것만 들고 온담 요전에도 당신에게 반지에 두 장이나 내줬지 그것도 보석상에 가면 새 것을 한 장 반이면 살 수 있단 말이야" "한 4루블쯤 빌려 주세요. 꼭 찾아가겠어요. 아버지의 유품이거든요. 곧 집에서 돈을 부칠 것이라니까요" "1루블 반이야. 이자는 미리 제하고" "1루블 반이라구요! 어림도 없어요" "좋을 대로 하시지" 노파는 시계를 도로 내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