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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와 벌(Prestuplenie i nakazanie:1866)5

Joyfule 2009. 7. 9. 01:19

    죄와 벌(Prestuplenie i nakazanie:1866)5

    그의 부인인 카테리나는 귀족의 자녀가 다니는 여학교를 나왔으며 지체 있는 집 출신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폐병으로 병약해져 언제나 기침을 콜록이며 신경질적이며 남편을 증오하고 자신의 삶을 증오하는 여인이 되어 버렸다. 이 모든 것이 마르메라도프를 만났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언제나 미칠 듯한 마음으로 한 푼이라도 가져오기를 기대하며 마르메라도프의 귀가를 기다리는 것이다. 마르메라도프도 그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는 아내의 양말을 팔다 못해 딸이 매춘을 해서 번 돈으로 값싼 술을 마시면서 그날그날을 술 없이는 못 사는 것이었다. 소냐는 전처가 낳은 딸인데 순진하고 온순한 처녀였다. 그러나 이제는 황색 감찰을 가진 매춘부로 떨어지고 만 것이다 마르메라도프는 괴로워하면서 라스콜리니코프에게 이야기하여 주었다. 라스콜리니코프는 묵묵히 그의 비참한 이야기를 듣고 이 가엾은 주정뱅이를 위로하며 친히 부축하여 그의 집까지 데려다 주었다 마르메라도프가 사는 집은 페테르부르크 지저분한 뒷골목에 있었다. 커다란 건물의 내부는 어둠침침했고 4층 구석에 통로로 되어 있는 형편 없는 방이었다. 카테리나는 문턱에 무릎을 꿇은 남편의 모양을 보자 소리를 질렀다. "아아! 돌아왔군! 짐승! 짐승! 돈은 어디 있어요! 호주머니를 뒤집어 봐요. 어머나 옷도 달라졌어! 그 옷은 어떻게 했어요? 돈은 어디 있어요? 어서 말해요! 돈은 어디다 두었을까? 아아 또 들이마셨나 봐! 상자 속에 은화가 열둘이나 남아 있었는데!" 카테리나 이바노브나는 분에 못 이겨 남편의 머리카락을 쥐어 잡아 방 안으로 끌어넣었다. 마르메라도프는 온순하게 아내가 끄는 대로 제 무릎 걸음을 걸어 아내의 힘을 덜 들이게 했다 "내게는 이게 쾌락입죠! 고통은 아닙니다. 쾌락입니다. 서... 선생님" 그는 머리채를 끌리면서 땅바닥에다 이마를 박으며 외쳤다 라스콜리니코프는 아무말 없이 주머니 속에 있는 돈을 꺼내어 살그머니 창가에 놔두고 나왔다. 그 돈은 그의 허기진 주림을 채우기 위하여 전당포의 노파에게 꾸어온 돈 중에서 술값을 치른 나머지였다. 라스콜리니코프는 마르메라도프의 비참한 가족의 실상을 보고 가난이 가져 오는 타락의 이면에는 더욱 무서운 정신의 타락이 놓여 있어서 순진하고 티없는 사람들의 성질을 파괴하고 부식시킨다는 것을 뼈아프게 느꼈다 이튿날 아침 라스콜리니코프는 여느 때나 다름없이 초조한 마음으로 깨었다. 하숙집 주인은 그가 몇 달 치의 하숙비를 치루지 않았기 때문에 밥을 안 준 지 벌써 보름이 되었고 이제는 그를 경찰에다 고소하려는 마음을 먹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어제 그가 나가고 없는 동안 편지가 와 있었다. 하녀가 갖다 주는 편지를 보자 그의 안색은 갑자기 달라졌고 손은 부들부들 떨렸다. 고향의 그리운 어머니에게서 온 긴 편지였다 편지 속에 녹아 있는 어머니의 따뜻한 애정은 읽는 동안 사뭇 눈물을 흘리게 하였다. 그러나 누이동생 두냐의 결혼에 대한 소식은 그의 마음을 몹시 어둡게 하였다. 상대자는 나이가 45세나 되고 사업도 하는 돈 많은 변호사인 루딘인데 이 사나이는 외모는 점잖게 보이나 전형적인 속물이었다. 누이동생이 그 사람과 결혼하겠다는 소식은 그의 자존심을 몹시 상하게 하였다 '결혼하는 것을 무슨 큰 은혜나 베풀어 주는 것처럼 생각하고 있는 그런 이기적인 놈의 아내가 되다니! 그건 안 될 말이다' 그 동안 두냐는 어려운 일을 겪었다. 오빠의 학비를 보조하기 위해 지방 귀족의 집에서 가정 교사를 했다. 그 집의 소유자인 마르파는 두냐를 신뢰하고 깊은 애정을 품고 있었다. 마르파의 남편은 스비드리가일로프인데 그는 선악의 경계도 모르고 오로지 악마적 본능의 충동에 의하여 어떠한 장애도 짓밟고 넘어가는 사나이였다. 이러한 그에게도 뜻밖에 한줄기 선량한 일면이 숨겨져 있었다. 그는 두냐에게 반해서 여러 번 유혹의 손길을 뻗치는데 그것은 지금까지 다른 사람을 유혹한 방탕함과는 다른 것이었다. 그는 갖은 간계를 다하여 두냐를 밀실에 유인하여 처녀를 완전히 자기 손아귀에 넣었으나 최후의 순간에 스스로 문 열쇠를 두냐에게 내어 주어 그녀의 몸에 손가락 하나 대지 않고 돌려 보낸 일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