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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와 벌(Prestuplenie i nakazanie:1866)8.

Joyfule 2009. 7. 12. 01:11

    죄와 벌(Prestuplenie i nakazanie:1866)8.

    라스콜리니코프는 자살하기 전에 소냐를 찾아왔다. 누구에게라도 자신의 비밀을 털어놓고 싶었기 때문이다. 소냐는 그의 마음을 부드럽게 해 주었다. 소냐는 비록 매춘부였으나 마음은 천사와 같이 맑고 슬기로운 처녀였으며 사람들에 대한 깊은 애정과 불타는 종교심을 지니고 있었다. 소냐는 그에게 성경을 읽어 주었다. 라스콜리니코프는 묵묵히 듣고 있었다. 휘어진 촛대의 불빛은 처량하게 살인자와 매춘부를 비치고 있었다. 그는 갑자기 소냐에게 다가갔다. 소냐는 말없이 그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그는 눈동자를 날카롭게 번뜩거리며 말하였다 "지금 나는 어머니와 누이동생과 이별하고 왔소. 마지막으로 이곳을 들러야겠기에... 나는 무엇 때문에 당신에게 왔을까? 당신에게 할 말이 있어서 왔지... 리자베타를 죽인 사람이 누구인지 궁금하지 않소?" 소냐는 이해할 수 없었으나 맑은 눈빛으로 그를 보고 있었다. '이분은 무엇 때문인지 괴로워하고 있다. 무엇이 이토록 고귀한 분을 괴롭게 하는 것일까?' 무서운 침묵이 흘렀다. 마침내 라스콜리니코프가 입을 열었다 "그는 우연히 리자베타를 죽였던 거요. 그가 누구인지 아직 모르겠소?" "네" 하고 소냐는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대답하였다 "나를 보시오" 얼마 후에 소냐의 표정은 점점 창백해지고 눈은 놀라움에 더욱 커보였다. 소냐는 이해할 수 없는 상황에 당황하면서도 그의 앞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그의 얼굴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당신이 무엇을 하셨단 말씀이에요?" 소냐는 말했다. 그리고 그의 목에 팔을 감아 힘 있게 자기의 가슴에 끌어안았다 "당신은 지금 네 거리로 나가서 땅에 엎드려 입을 맞추세요. 그리고 절을 하고 나서 '나는 사람을 죽였소' 하고 큰 소리로 외치세요. 그러면 하느님께선 반드시 당신을 구원하여 주실 거에요" 라스콜리니코프는 신의 구원과 은혜를 믿지 않는 젊은 사상가였다. 그는 소냐에게 자신이 행한 일을 고백하기는 했으나 그것은 용서받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소냐의 순결함 앞에서 그냥 말해 버리고 싶었던 것뿐이었다 '자수하라고? 내가 왜?' 아무런 감정의 동요 없이 사람을 죽일 수 있는 이론적 근거를 지니고 있었던 라스콜리니코프는 직접 노파를 살해하고 또한 순진무구한 리자베타까지 죽이고 나서 끝없이 갈등하고 번뇌하였다. 그는 그의 번뇌로 인해 어머니와 두냐도 제대로 보살필 수 없었다. 어머니와 두냐는 라스콜리니코프의 의로운 친구 라주미힌이 성심껏 돕고 있었다. 라주미힌은 라스콜리니코프의 유일한 친구로서 예전에도 그의 일자리를 알선해 주는 등 퍽 호의를 보여 주던 사람이였다. 라주미힌은 두냐를 깊이 사랑하고 있었다. 라스콜리니코프는 라주미힌에게 그의 누이와 어머니를 부탁했다. 두냐도 그를 신뢰하는 것 같았다. 달라진 라스콜리니코프를 보면서 두냐는 심상치 않은 느낌을 받았고 라스콜리니코프가 전당포 노자매를 살인했다는 사실을 알고서 자수를 권유했다. 그러나 그는 고집 세게 반박했다 "모든 사람이 피를 흘렸다. 피는 강물처럼 땅 위를 흐르고 있다. 지금까지 그랬듯이 앞으로도 언제나 흐른다. 술처럼 흐르고 있는 거야. 그리고 사람들은 피를 흘려서 영예의 관을 쓰고 인류의 선각자라고 불리는 거야. 나는 다만 좋은 일을 하려고 한 것이다. 이 하나의 잘못을 저지르는 대신에 더 많은 좋은 일을 하려고 한 거야. 아니야. 잘못도 아니지. 단 한 번의 더러운 짓에 불과한 거야" 그의 무의지는 단 한 사람의 순결한 영혼을 지닌 소냐에 의해 이끌렸다. 소냐의 뜻에 따라 그는 자수를 결심했다. 그는 만사를 라주미힌에게 맡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