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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와 벌(Prestuplenie i nakazanie:1866)9

Joyfule 2009. 7. 13. 02:17

    죄와 벌(Prestuplenie i nakazanie:1866)9.

    여러 가지로 걱정한 나머지 병이 들어 누워 있는 어머니에게 마지막 이별을 하러 찾아갔다. 어머니는 눈물을 흘리며 아들을 맞았다. 아들의 신변에 무언가가 일어나고 있음을 본능적으로 직감하고 있었다. "나는 어쩐지 너에게 무슨 안 좋은 일이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드는구나... 너는 이제 곧 떠나야 하니?" "네. 곧 출발하겠습니다" "또다시 돌아오겠느냐?" "네... 돌아오게 되겠지요" "그렇다면 꼭 한 마디만 내게 들려다오. 네가 가는 곳은 퍽 먼 곳이냐?" "네. 대단히 먼 곳입니다" "그렇게 먼 곳에 가는 것이 너의 임무니? 아니면 무슨 출세할 길이라도 있어서 그러는 것이냐?" "어머니 그런 일은 저 자신도 모르겠어요. 어머니는 저를 위해서 기도를 올려 주시겠지요" 나가려는 아들을 꽉 붙들고 그의 눈을 뚫어지게 살펴보는 어머니의 얼굴은 몹시 창백했다 "설마... 이제 두 번 다시 못 보게 되는 일은 없겠지 넌 내일이라도 나를 만나러 오겠지, 응?" "네. 오겠어요. 어머니 안녕히 계세요" 라스콜리니코프는 하숙으로 돌아왔다. 두냐는 혼자서 수심에 잠겨 오빠를 기다리고 있었다. 오빠가 고민에 견디지 못하여 강물에 몸을 던지지나 않았나 염려하여 간밤을 소냐와 울면서 지새웠다는 것이다. 두 남매는 여러 말은 안했다. 그러나 그들의 마음 속에는 말없는 이해와 슬픔과 동정이 교류하였다. 라스콜리니코프는 벌떡 일어섰다 "나는 가서 자수하겠다. 그러나 왜 자수하는지는 나 자신도 모르겠구나" 두냐의 뺨에는 눈물이 비오듯 흘러내렸다 "두냐, 너는 울고 있구나 너는 변함없이 나를 대해 주겠지 내 손목을 쥐어 주겠니?" "오빤 무슨 그런 말씀을" 두냐는 오빠를 힘껏 안았다 "이만큼 괴로워하셨으면 오빠의 죄는 벌써 반은 사라지지 않았을까요?" "죄라고? 무슨 죄란 말이냐? 저 욕심꾸러기..." 하고 항변하려 했으나 자기 때문에 누이동생을 비롯하여 불행을 맛보고 있는 사람들의 일을 생각하니 풀이 꺾이었다 "두냐, 용서해다오. 그럼 이제 이별이다. 내가 가 버리면 어머님은 돌아가시거나 미치거나 하실거다. 아무튼 너는 어머님의 곁에 있어라 라주미힌이 반드시 뒤를 보아 줄 것이다" 경건하고 신앙심 깊은 소냐의 사랑에 용기를 얻은 그는 대지에 입을 맞추고 경찰서를 향하여 걸어갔다. 소냐는 그의 뒤를 눈에 띄지 않게 따라 갔다. 거리를 두고 몸을 숨기며 그의 뒤를 따랐다 ...시베리아로 가는 죄수들 속에 라스콜리니코프도 섞여 있었다. 법률상으로 그의 죄는 중벌을 받아야 할 것이었으나 솔직한 자백과 그의 갸륵한 인격에 우러난 과거의 가지가지의 아름다운 행동과 그리고 병적 상태에서 한 것이라는 많은 친구들의 증언 등을 참작하여 8년 징역이라는 가벼운 형이 언도되었다 두냐는 라주미힌과 결혼하였다. 어머니는 이 두 사람의 극진한 간호의 보람도 없이 아들의 이름을 부르며 죽어갔다. 두냐와 라주미힌은 몇 년 내에 라스콜리니코프가 갇혀 있는 시베리아로 이주하여 라스콜리니코프의 뒷바라지를 하기 위해 가게를 개업할 궁리를 하고 있었다 죄수가 호송되어 갈 때 라스콜리니코프의 뒤를 멀리서 따라가는 한 여인이 있었다. 소냐였다. 그녀는 정기적으로 라스콜리니코프를 면회하면서 그곳 죄수들의 편리를 함께 돌보아 주었다. 그 곳 죄수들 사이에서 그녀는 천사로 통했다. 순결하고 투명한 그녀의 사랑은 죄수들의 마음에 빛으로 스며들었다. 라스콜리니코프는 처음 얼마간은 소냐가 찾아오는 것을 꺼렸다. 그러나 막상 소냐가 몸이 아파 그를 찾아오지 않았을 때 견딜 수 없는 외로움을 느꼈다. 그러한 외로움을 느끼며 라스콜리니코프는 어느 사이엔가 자신의 내부에 그녀에 대한 순결한 사랑을 자각하게 되었으며 얼음 같은 마음에 부드러운 빛이 피어 오르는 것을 깨달았다. 소냐는 행복했다. 그녀는 라스콜리니코프를 깊이 사랑하고 있었다. 여러 말을 주고받지는 않았으나 두 사람의 눈에는 뜨거운 눈물이 고였다 라스콜리니코프는 감옥 안에서 새로운 사람이 되었다. 신앙 깊은 소냐의 따뜻한 사랑에 싸여 그는 자신의 허무주의적인 초인 사상을 버리고 신의 품에 안기는 새로운 기쁨과 평안을 맛보았다. ㅡ 끝 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