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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햄릿(Hamlet:1600-1601) ㅡ 셰익스피어

Joyfule 2009. 5. 19. 10:39
    
9. 햄릿(Hamlet:1600-1601) ㅡ 셰익스피어 
- 제 5 막 -  2 
검술 시합은 궁성 안 넓은 마루에서 시작되었다. 
장내에는 문무 백관이 꽉 들어찼고 왕과 왕비도 나와 있었다. 
호레이쇼는 끝까지 햄릿에게 이 시합을 만류하였다
"왕자님 조금이라도 마음이 내키지 않으시면 지금이라도 못하겠다고 말씀하십시오. 
그러면 소인이 가서..."
"나는 예감 같은 것은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겠네. 
참새 한 마리가 떨어지는 것도 하늘의 섭리가 있는 법. 
죽음이 이제 오면 장래에는 아니 올 터이고, 
장래에 아니 오면 이제 올 터이고, 평소의 각오가 제일이야. 
어차피 우리가 죽을 때는 아무 것도 갖고 가지 못하는 이상 
젊어서 죽는다고 슬퍼할 거야 있나? 만사는 될대로 되는 거지!"
시합이 시작되기 전에 왕은 햄릿을 가까이 오게 하여 레아티즈와 서로 손을 쥐어 주었다
햄릿은 레아티즈를 물끄러미 쳐다보며 말하였다
"레아티즈 용서하게. 요전에는 실례가 많았었네. 
그러나 레아티즈에게 폭언한 것은 결코 햄릿이 한 짓은 아니었네. 
그럼 누가 했을까? 그것은 나의 광증이 했네. 
내가 고의로 한 짓이 아니었음을 이 대중 가운데서 맹세하네. 
그리고 내가 한 짓은 마치 내 집 지붕을 향해 쏜 화살이 
내 형제를 맞춘 격이라고 너그럽게 생각하게"
"그 말씀을 듣자니 저의 마음도 풀리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명예에 한해서는 타협할 수 없습니다. 
전하의 우정은 우정으로 간직할 뿐 절대 타협할 수 없습니다"
"좋아. 그럼 형제 사이처럼 이 시합을 깨끗이 겨루어 보자. 칼을 다오"
네댓 자루의 칼이 나왔다
햄릿은 별 생각없이 한 자루의 칼을 집어 들었다. 
레아티즈는 이것저것 고르던 끝에 미리 준비해 두었던 칼을 재빠르게 들었다
우렁찬 나팔 소리가 성안과 성밖에 울려 퍼지며 시합은 시작되었다
첫 번째 시합은 햄릿이 이겼다. 
왕은 독을 탄 포도주를 햄릿에게 권하였다. 
그는 필요 이상으로 햄릿의 칼 솜씨를 칭찬하며 어서 포도주를 마시라고 하자 
햄릿은 술잔을 그대로 탁자 위에 놓고는 시합을 계속하였다. 
시합은 차츰 절정으로 접어들었고 햄릿의 이마에는 땀이 비오듯 하였다. 
손에 땀을 쥐며 보고 있던 왕비는 손수건을 햄릿에게 주며 땀을 씻으라고 말하였다. 
그리고 갈증이 심해지자 햄릿이 마시려다 놓은 술잔을 무심코 들었다
이 광경을 본 클로디어스 왕은 깜짝 놀라 마시지 말라고 말렸으나 
이미 술은 왕비의 입 안에서 목구멍으로 흘러내릴 때였다
왕은 극도로 당황하여 혼란에 빠졌다. 시합은 세 번째로 접어들었다. 
햄릿이 피로를 풀기 위해 잠깐 쉬는 순간 레아티즈는 그 틈에 햄릿에게 가벼운 상처를 입혔다. 
상대방의 비겁한 처사에 격분한 햄릿은 
레아티즈와 맞잡고 엎치락거리다가 두 사람은 칼을 놓치고 말았다. 
다시 주은 칼은 바뀌어진 채로 두 사람의 손에 쥐어졌다
바로 이 때 왕비는 심한 고통을 이기지 못한 듯 몸을 뒤틀기 시작했다. 
그것은 햄릿의 칼끝이 레아티즈에게 깊은 상처를 입히는 바로 그 순간이었다
햄릿도 상처를 입었다. 두 사람의 몸에서는 선혈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마침내 왕비는 바닥에 쓰러지면서 소리를 질렀다
"아아. 이 술에는 독약이 들어 있어! 독약이!"
누구보다도 놀란 것은 햄릿이었다
"음모다! 문을 잠가라! 역적이다! 범인을 찾아내라!"
신하들은 사방 문을 지켜 섰다. 
그러자 레아티즈는 가빠지는 숨결을 참으며 이렇게 말했다
"왕자님 역적은 이 안에 있소이다. 왕자도 이제 죽을 것입니다. 
어떠한 약을 써도 회복할 수 없습니다. 앞으로 반 시간 안에... 
칼끝에 칠한 독약이 전신에 돌고 있으니까... 저는 제 함정에 빠졌습니다. 
모두가 저 왕이 꾸민 짓이오. 왕비 전하께서도 독을...
 "천하에 둘도 없는 살인 강간자! 너도 독맛을 보아라!"
햄릿은 불타오르는 분노로 독 묻은 칼로 왕의 가슴을 찔렀다
왕은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다. 
햄릿은 술잔에 남아 있는 독주를 왕의 입에 부어 넣었다
숨이 꺼져가는 레아티즈는 햄릿에게 말했다
"왕자님 서로의 죄를 용서합시다.
 저와 저의 아버지의 죽음도 당신 탓이 되지않기를. 
그리고 당신의 죽음도 이 놈의 탓이 아니기를 바라오..."
이 한 마디를 남기고 레아티즈는 숨을 거두었다
이제 남은 사람은 햄릿뿐이었다. 
그러나 그도 30분 후면 죽어야 할 운명이다
"레아티즈 그대를 하늘도 용서할 걸세. 호레이쇼, 이제는 나도 다 살았다. 
가엾은 어머니 잘 가시오! 하고 싶은 말은 적지 않지만 죽음이 나를 재촉하니 도리가 없군. 
호레이쇼 자네만은 살아야 하네. 
살아서 이 사정을 모르는 사람들에게 이 일의 시비를 잘 가려 주게나"
"왕자님 몸은 비록 덴마크서 태어났지만 정신은 옛 로마 사람과 다를 바 없구나.
내가 지금 살아 무엇하리. 마침 독주가 남아 있군"
"장부답지 못한 노릇! 그 잔을 이리 주게. 
자손을 두어 내게 어떤 누명이 남을지도 모를 일. 
그러니 자네가 나를 아껴 준다면 잠시 하늘의 은혜를 멀리하더라도 
이 욕된 세상에 남아 괴로움을 참고 햄릿의 이야기를 전해 주게"
마침내 햄릿은 숨을 거두었다. ㅡ 끝 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