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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gar Allan Poe - 검은 고양이(The Black Cat:1843)2.

Joyfule 2009. 8. 10. 01:32
     
      Edgar Allan Poe - 검은 고양이(The Black Cat:1843)2.      
     전문
    내가 이제 여기에 쓰려고 하는 광포한 그러나 지극히 솔직한 이야기에 대하여
    믿어 줄 것을 기대하지도 않거니와 애원하지도 않는다. 
    바로 나 자신도 믿지 않을 만한 사건을 가지고 
    다른 사람이 믿어 주기를 기대한다면 정말 미치광이일 것이다. 
    그러나 나는 미친 것도 아니고 확실히 꿈을 꾸고 있는 것도 아니다.
    내일이면 나는 죽을 몸이다. 
    나는 내일 영혼의 무거운 짐을 벗어 버릴 생각이다.
    나의 목적은 솔직하고 간결하게 아무 주해도 달지 않고 
    평범한 가정에서 일어난 일련의 사건을 세상 사람들 앞에 내 놓으려는 것이다. 
    사건의 결과는 나를 공포에 떨게 하였고 들볶아 왔으며 마침내 파멸시키고 말았다. 
    그러나 나는 이들 사건에 해설을 붙이려고 하지는 않는다
    -대부분의 사람들 눈에는 이들 사건이 무섭다기보다는 기괴하게 보이겠지 
    앞으로 어떤 지성인이 나타나서 내 환상을 흔해 빠진 것이라고 설명하게 될는지도 모른다-
    나보다 더 냉정하고 더 논리적이고 
    도무지 흥분하기가 어려운 지성인이 있다면 두려운 마음으로 
    그리고 있는 이 전후 상황 속에서 지극히 평범한 인간 관계의 단순한 사실밖에는
    아무것도 파악하지 못할지도 모른다. 
    어려서부터 나는 성질이 온순하고 인정이 많기로 유명하였다. 
    유약한 마음씨가 얼마나 유난했던지 친구들의 조롱감이 될 지경이었다. 
    나는 특히 동물을 좋아해서 양친이 가지 각색의 동물을 사 주셨다. 
    나는 대부분의 시간을 이것들과 함께 보냈다. 
    그들에게 먹이를 주며 쓰다듬어 주는 순간처럼 즐거운 시간은 없었다. 
    내가 자라면서 이런 특성도 같이 자라게 되어 어른이 되면서는 
    더욱 중요한 쾌락을 얻게 되었다. 
    충실하고 영리한 개에게 사랑을 가져 본 사람들에게는 
    이런 데서 맛보는 만족감이 어떤 성질의 것이며 
    또 얼마나 강한 것인지를 애써 설명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인간의 하찮은 우정과 경박한 성질에 시달려 본 일이 있는 사람에게는 
    사람의 마음을 강하게 뒤흔드는 그 무엇이 
    짐승의 비이기적이며 희생적인 사랑에는 있는 것이다.
    나는 일찍 결혼했는데 아내에게도 나와 비슷한 성미가 있음을 알게 되어 행복했었다. 
    내가 집에서 기르는 귀여운 동물들을 유달리 좋아하는 것을 보고
    아내는 마음에 드는 동물을 사들였다. 
    우리는 새 금붕어 개 토끼 작은 원숭이와 고양이들을 길렀다.
    이 고양이는 퍽 크고 예쁜 동물로 몸 전체가 검은 것이 놀랄 만큼 영리하였다.
    아내는 내심으로 상당히 미신을 믿고 있는 터라 
    이 고양이가 영리하다고 말하면서 검은 고양이는 모두 
    마녀의 화신으로 간주하는 옛 사람들의 말을 자주 들춰 냈다. 
    아내가 이 점을 전적으로 믿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저 지금 문득 생각이 났기 때문에 말하는 것뿐이다.
    플루토(저승의 왕 - 이것이 고양이의 이름이었다)는 
    내가 귀여워하는 애완동물이며 같이 뛰어놀던 친구였다. 
    내가 도맡아 길렀더니 집 안에서 내가 가는 곳마다 졸졸 따라다녔다. 
    내가 외출할 때에는 고양이가 거리까지 따라나오는 것을 떼어 놓느라 애를 먹곤 했었다.
    나와 고양이와의 우정은 이렇게 몇 년 동안 계속되었다. 
    그 동안에 내 기질과 성격은-음주라는 악마 때문에(고백하기 부끄러운 노릇이지만)-
    급격하게 악화되었다. 
    나는 나날이 더 침울해지고 성급해져서 다른 사람의 감정 따위는 염두에도 두지 않게 되었다. 
    아내에게는 욕설을 퍼부었고 드디어는 폭력을 가하게까지 되었다. 
    내가 귀여워하던 동물들도 물론 내 기질의 변화를 맛보게 되었다. 
    그들을 돌봐 주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학대까지 하였다. 
    토끼나 원숭이라든가 개까지도 무심코 또는 좋다고 내 곁으로 오기만 하면 학대를 하였지만 
    플루토에 대해서는 그래도 학대를 삼갈 만한 여유를 지니고 있었다.
    그런데도 병은 점점 악화되어-알콜 중독과 같은 병이 또 어디 있으랴!-
    마침내 이제는 차츰 늙어 좀 억지로 어리광을 부리는 플루토에게까지도 손을 대게 되었다.
    어느 날 밤 거리의 술집에서 잔뜩 취해 집으로 돌아오니 고양이가 나를 피하는 것 같았다. 
    나는 그 놈을 움켜 잡았다. 
    그러자 그 놈은 나의 난폭한 짓에 놀라서 이빨로 할퀴어 내 손에 가벼운 상처를 입혔다. 
    순간적으로 악마와 같은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나는 이성을 잃었다.
    악마보다 더한 악의가 전신의 모든 근육을 타고 흘렀다. 
    나는 조기 주머니에서 칼을 꺼내 날을 편 다음 
    고양이의 목을 붙잡고 눈알 하나를 날렵하게 도려 내었다. 
    이 저주받을 만한 폭행을 써 내려가는 동안에도 얼굴이 붉어지고 화끈거리고 몸서리가 쳐진다.
    이튿날 아침 제 정신으로 돌아왔을 때-간밤의 취기에서 깨어나서-
    나는 내가 저질러 놓은 죄악에 대해서 공포와 회한이 반반 섞인 감정을 체험하였다. 
    그러나 그것은 미약하고 모호한 느낌 뿐이었지, 내 마음은 그래도 바뀔 줄 몰랐다. 
    나는 폭음으로 나날을 보냈고, 내가 저지른 짓에 대한 모든 기억을 술 속에 파묻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