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감성을 위한 ━━/세계문학

하퍼 리 - 앵무새 죽이기 - 26. 다시는 그 법정 얘기 하지 마3.

Joyfule 2009. 3. 25. 01:46
     
     하퍼 리 - 앵무새 죽이기 -  26. 다시는 그 법정 얘기 하지 마3.  
    그때 세실의 목소리가 거침없이 울렸다.
    저도 확실히는 모르지만, 
    그들은 돈을 바꾸거나 뭐 그런 걸 했다고 해서 박해하진 않았겠죠? 
    그들도 백인이잖아요, 그렇죠, 선생님? 
    세실, 네가 고등학교에 가면 유태인은 역사가 시작된 이후 
    그들 나라에서도 쫓겨나 박해를 받아왔다는 것을 배우게 될 거다. 
    그것은 세계 역사상 가장 무서운 이야기 가운데 하나란다.
    자, 여러분, 이제 산수시간이에요. 
    나는 산수를 지독히도 싫어했기 때문에 창밖을 내다보며 시간을 보냈다. 
    엘머 데이비스가 라디오를 통해 히틀러에 대한 최근 소식을 전했을 때, 
    아버지는 불쾌한 표정을 지으며 라디오를 거칠게 꺼버렸었다. 
    내가 왜 그토록 히틀러를 증오하느냐고 묻자 아버지는 한 마디로 잘라 말했었다.
    그는 미치광이야. 
    그럴 리가 없을 텐데. 
    교실에선 계속 산수문제를 풀고 있었다. 
    나는 여전히 흥미가 없었으므로 다시 생각에 잠겼다.
    한 명의 미치광이와 수백만의 독일사람들 ,,, 
    그가 그들을 가두도록 내버려두지 말고 
    그들이 그를 가두면 될 텐데. 무언가 잘못된 것 같았다. 
    더이상 생각이 정리되지 않아 나중에 아버지한테 물어볼 수밖에 없었다.
    집에 돌아와 그 얘기를 꺼내보았지만 그 문제는 설명하기 어렵다고 했다. 
    아버지도 정확한 답을 모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럼, 히틀러는 미워해도 되는 거죠? 
    아니, 누구를 미워한다는 건 좋은 일이 아니란다. 
    아빠, 전 이해할 수 없는 것이 있어요. 
    게이츠 선생님이 그건 끔찍한 일이라고 했어요. 
    히틀러는 제멋대로 행동한다고 말씀하시며 얼굴이 새빨개지셨어요. 
    그러셨겠지. 
    하지만 ,,, . 
    하지만 뭐지? 
    아니에요, 아빠. 
    나는 내 생각을 설명할 자신도 없고 
    그 느낌을 정확히 표현할 자신이 없어서 그곳을 나왔다. 
    어쩌면 오빠가 그 해답을 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학교일에 대해선 오빠가 아버지보다 더 잘 이해하고 있으니까.
    오빠는 그날 물양동이 나르는 일로 완전히 지쳐버린 모습이었다. 
    그의 침대 밑에는 적어도 열두 개 정도의 바나나 껍질과 빈 우유병이 흩어져 있었다.
    이 쓰레긴 다 뭐야? 
    내가 물었다.
    코치 선생님이 내 몸무게가 이십오 파운드 정도만 되면 
    내년엔 경기를 하게 해준다고 했어. 이게 가장 빠른 길인 것 같아. 
    물건들을 다 집어던질 만큼 화내지 않을 자신이 있다면 오빠한테 물어볼 것이 있는데 ,,, . 
    말해봐. 
    오빠는 책을 내려놓고 다리를 뻗었다.
    게이츠 선생님은 좋은 분이지, 그렇지? 
    응, 나도 그 선생님 반일 때 좋아했어. 
    그런데 그 선생님은 히틀러를 아주 싫어하셔. 
    그게 어쨌다는 거야? 
    오늘 선생님은 히틀러가 유태인을 박해하는 것이 
    얼마나 나쁜 일인가에 대해 계속 말씀하셨어. 
    오빠, 누구를 박해하는 건 나쁘지, 그렇지? 
    내 말은 그가 누구이건 상관없이 말이야, 그렇지? 
    물론이야, 스카웃. 너 뭐 잘못 먹었니? 
    오빤 못 봤겠지만 그날 밤 법정에서 나올 때, 
    게이츠 선생님이 우리 앞으로 내려가시며 
    스테파니 크러포드 아줌마한테 얘기하는 소릴 들었거든. 
    그때 선생님은 누군가가 그들에게 진실을 깨우쳐줘야 할 시기라고 하셨어. 
    그들은 분수도 모르는 채 제멋대로 행동하고 있다면서 
    이젠 우리와 결혼이라도 하자고 덤벼들 거라고 하셨거든. 
    오빠, 그처럼 끔찍하게 히틀러를 싫어하는 사람이 바로 자기 나라 사람에겐 
    어떻게 그토록 야비할 수 있는 거야? 
    오빠가 갑자기 포악해지기 시작했다. 
    침대에서 뛰어내려 내 칼라를 움켜잡고 흔들어댔다.
    너 다시는 그 법정 얘기 하지 마, 절대로, 절대로, 
    알아들었어, 알아들었냐구? 한 마디도 하지 말란 말이야, 알겠어? 
    나는 너무 놀라서 울 수조차 없었다. 
    괜히 건드려서 더이상 거칠어지지 않도록 슬며시 방을 나와 조용히 문을 닫았다. 
    갑자기 피곤이 몰려오면서 아버지가 보고 싶어졌다.
    나는 거실로 내려가서 아버지 무릎 위로 기어올라갔다.
    아버지가 잔잔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점점 자라고 있구나, 이젠 안아줄 수도 없는 걸. 
    그리곤 가까이 당겨 안으며 부드럽게 말했다.
    스카웃, 오빠 일로 너무 마음쓰지 말아라. 
    젬은 요즈음 힘든 과정을 보내고 있단다. 나도 다 들었다. 
    아버지는 오빠가 지금 무언가를 열심히 잊으려 하고 있다면서 
    충분한 시간이 지날 때까지 그가 하는 대로 잠시 내버려두어야 한다고 했다. 
    오빠는 그것을 돌이켜 생각해보고 정리하면서 
    혼자 힘으로 극복해낼 것이라고 말해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