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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퍼 리 - 앵무새 죽이기 - 26. 다시는 그 법정 얘기 하지 마2.

Joyfule 2009. 3. 24. 01:06
     
     하퍼 리 - 앵무새 죽이기 -  26. 다시는 그 법정 얘기 하지 마2.  
    어느 날 학교에서 그 사건을 다시 떠올리게 된 일이 있었다. 
    일주일에 한 번씩 각자 신문기사를 오려 내용을 분석한 다음, 
    앞으로 나가 발표하는 시사뉴스 시간이었다. 
    이 실습은 다양한 범죄들을 이겨내기 위한 것이라 했다. 
    또한 교단 위에서 보는 훈련을 할 수 있고, 균형감각을 기르며, 
    짧은 이야기를 논리적으로 익힐 수 있다고 했다. 
    전개하는 연습을 함으로써 낱말을 바르게 사용하고 ,,, 그것만이 아니었다. 
    신문에 난 기사를 익힘으로써 기억력을 키워주고 
    혼자서 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가를 스스로 느껴 
    단체생활에 익숙해지도록 한다는 취지도 있었다.
    그 깊은 취지와는 달리 메이컴에서는 제대로 적용되지 못했다. 
    우선 대부분의 시골 아이들은 신문을 접해볼 기회가 없었으므로 
    신문기사를 분석하는 일은 읍내 아이들에게 맡겨졌다. 
    그러다 보니 버스를 타고 다니는 시골 아이들은 
    읍내에 사는 아이들이 선생님의 모든 관심을 차지한다고 
    더욱 깊이 확신하게 되었던 것이다.
    마침내 시골 아이들 몇몇이 (그리트페이퍼)를 오려오는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그것은 주로 가십이나 스캔들을 다루는 신문으로 
    우리 게이츠 선생님이 저질로 여기는 신문이었다.
    아이들이 <그리트페이퍼> 읽는 것을 선생님이 왜 못마땅해 하는지 알 수 없는 일이었다. 
    그건 어쩌면 바이올린을 켠다든가 시럽을 얹은 과자 정도로 점심을 때운다든가, 
    혹은 예배시간에 손뼉치며 떠들어대거나 
    귀엽게 불러야 할 당나귀 노래에서 단나귀라고 발음하는 정도의 것이리라.
    게다가 대부분의 아이들은 무엇이 시사뉴스인지도 모르고 있었다. 
    암소에 관한 것이라면 백 살된 사람만큼 잘 알고 있는 리틀 척 리틀조차도  
    넛첼 아저씨  이야기를 하다가 반도 안 돼서 제지 당하고 말았다.
    찰스, 그건 시사뉴스가 아니에요. 그건 광고예요, 광고. 
    그래도 세실 제이콥은 시사가 무엇인지는 알고 있는 듯 
    자기 차례가 되자 앞으로 나가 발표하기 시작했다.
    늙은 히틀러는 ,,, . 
    아돌프 히틀러란다, 세실. 
    게이츠 선생님이 지적했다.
    사람 이름 앞에  늙은 이란 말을 붙이는 법은 없어요. 
    네, 선생님. 그 늙은 아돌프 히틀러는 박혔다 ,,, . 
    박해했다예요, 세실. 
    아니에요, 선생님. 여기 그렇게 씌어 있어요. 
    어쨌든, 늙은 아돌프 히틀러는 유태인을 잡아다 감옥에 넣고 
    모든 재산을 압수해서 누구도 그 나라 밖으로 나갈 수 없게 했다. 
    또한 심약한 것들을 모두 없애버리려고 ,,, . 
    심약한 것들을 모두 없애버리려 했다구? 
    네, 선생님. 그들은 스스로 회개할 생각은 못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바보라서 자기를 깨끗하게 할 수 없었다고 생각합니다. 
    어쨌든 히틀러는 모든 유태인을 닥치는 대로 잡아들이기 시작했고, 
    문제를 일으키지 못하도록 그들을 등록하려 했습니다. 
    이것은 나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나의 시사토론이었습니다. 
    잘했어요. 
    게이츠 선생님이 무턱대고 칭찬하듯 말하자, 세실은 제자리로 돌아갔다.
    그때 교실 뒤쪽에서 누군가 손을 들었다.
    그는 어떻게 그렇게 할 수 있었을까요? 
    누가 무엇을 했다는 거지? 
    게이츠 선생님이 인내를 가지고 물어보았다.
    제 말은요, 히틀러는 어떻게 그 많은 사람을 감옥에 가두어둘 수 있었냐는 거예요. 
    그건 전부에서 못하게 해야 돼요. 
    히틀러가 곧 정부였어요, 전부가 아니고. 
    게이츠 선생님은 그렇게 말하곤 수업 분위기를 활기차게 하려는 듯 칠판으로 걸어갔다. 
    인쇄체로 커다랗게  민주주의 라고 쓴 다음 소리내여 읽었다.
    민주주의, 이말의 정의를 내려볼 사람? 
    저요. 
    난 언젠가 아버지가 말해준 캠페인 슬로건을 떠올리며 손을 들었다.
    그래, 말해봐요, 진 루이스. 
    모든 이에게 평등한 권리가 주어지고, 특권층이 사라지는 것입니다. 
    나는 아버지의 말을 인용하여 대답했다.
    잘했어요, 진 루이스. 정말 잘했어요. 
    게이츠 선생님이 미소지으며  민주주의  앞에  우리는 이라고 썼다.
    자, 모두 함께 큰소리로 읽어봐요. 
    우리는 민주주의. 
    우리가 그것을 소리내어 읽자, 게이츠 선생님이 설명하기 시작했다.
    미국과 독일은 달라요. 
    우리는 민주주의 국가이고, 독일은 독재국가예요, 독재국가. 
    우리나라에서는 누군가를 박해하지 않아요. 
    박해는 편견을 갖고 있는 사람에게서 나오는 겁니다, 편견. 
    선생님은 주의깊게 똑똑히 발음했다.
    유태인은 세계에서 가장 훌륭한 민족인데, 
    왜 히틀러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지 알 수 없는 일이에요. 
    교실 중간쯤에서 미심쩍은 듯 누군가 물었다.
    그럼 선생님께선 왜 그가 유태인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생각하세요? 
    나도 모르겠어요, 헨리. 
    유태인은 세계 곳곳에서 사회발전에 기여하고 있고, 
    그들 대부분이 깊은 신앙심을 가지고 있는데 말이에요. 
    히틀러는 종교를 멀리하고 있으니 아마 그것이 이유일지도 모르겠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