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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퍼 리 - 앵무새 죽이기 - 27. 할로윈 축제1.

Joyfule 2009. 3. 26. 07:40
     
     하퍼 리 - 앵무새 죽이기 -  27. 할로윈 축제1.    
    아버지 말씀대로 그 당시의 일들이 유행처럼 지나가자, 
    모든 나날이 안정을 되찾게 되었다.
    그해 사월 중순쯤 메이컴에서 두 가지 조그만 사건이 일어났다. 
    엄밀히 얘기하면 세 가지였다. 
    세 번째 사건은 우리 핀치 집안과 직접적인 관련은 없었지만, 
    생각하기에 따라 있다고 볼 수도 있었다.
    첫 번째는 봅 이웰 씨가 일자리를 잃은 것이었다. 
    그것은 1930년대의 역사에서 가장 희귀한 일이었다. 
    게으르다는 이유로 공사기획청에서 해고당한 사람은 그가 처음일 것이다. 
    갑작스럽게 얻었던 명성이 짧게 끝나버린 것만큼이나 
    그의 일자리는 오래 가지 못했던 것이다. 
    이웰 씨 자신도 톰 로빈슨만큼 잊혀져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 듯했다.
    그는 복지연금을 받기 위해 매주 정기적으로 복지관리소를 찾아갔다. 
    그곳에서도 고마워하는 마음은커녕 
    마을을 이끌어간다는 사람들이 선량한 시민이 
    정직하게 살아가는 것조차도 못하게 한다고 투덜거리며 연금을 타갔다.
    어느 날 그 복지관리소에 근무하는 루스 존스라는 여직원이 
    아버지가 계속 일하게 된 것에 대해 이웰 씨가 공공연하게 저주하는 소리를 듣고는,
    당황하여 아버지의 사무실로 내려와 그 얘기를 전했다. 
    아버지는 그녀를 안심시키고 만약 봅 이웰이 그 일에 불만을 가지고 따지려 한다면 
    아버지 사무실을 알 테니 언제든지 오면 될 거라고 가볍게 넘겨버렸다.
    두 번째 사건은 테일러 판사의 집에서 일어났다. 
    그는 일요일 밤엔 교회에 나가지 않는 사람으로 알려져 있었다. 
    그날도 부인만 가고 혼자 서재에 앉아 봅 테일러의 글을 읽고 있었다. 
    봅 테일러가 그의 친척은 아니었지만, 
    그와 성이 같아서 사람들의 주의를 끄는 것을 자랑으로 여겼다. 
    풍부한 유머감각과 화려한 미사여구에 한참 잠겨 있는데 
    주의력을 흐트러뜨리는 긁적이는 소리가 들려왔다.
    조용히 해. 
    판사는 살만 찌고 별다른 특징도 없는 개, 앤 테일러에게 소리쳤지만, 
    텅 빈 방에는 아무 것도 없었다. 
    그 소리는 뒤쪽 현관에서 들려왔던 것이다. 
    테일러 판사는 앤 테일러를 내보내려고 흠흠거리며 뒷현관으로 갔다. 
    그런데 미닫이 문이 활짝 열려져 있었고, 
    집 저쪽에서 그림자가 언뜻 사라져버렸다. 그것이 전부였다.
    테일러 부인이 돌아와보니 남편은 무릎 위에 산탄총을 얹어놓은 채 
    봅 테일러의 글에 열중해 있더라는 것이다.
    세 번째 사건은 톰의 미망인인 헬렌 로빈슨에게 일어났다. 
    톰 로빈슨은 부 래들리만큼 잊혀져갔지만, 
    톰을 고용했던 링크 디스 씨에게는 그렇지 않았다. 
    그는 특별히 할 일이 있는 것도 아닌데 헬렌에게 일자리를 주었던 것이다. 
    그런데 칼퍼니아 아줌마는 헬렌이 일하러 나가면 
    아이들을 돌볼 사람이 없었으므로 그집 일을 하는 건 무리라고 말했다. 
    게다가 이웰 집을 피해 가려면 일 마일은 더 돌아야 했던 것이다.
    어느 날 링크 디스 씨는 그녀가 엉뚱한 방향에서 오는 걸 눈치채고 그 이유를 물었다.
    그냥 내버려두세요, 링크 주인님. 제발요. 
    헬렌이 애원하듯 대답했다.
    그 못된 인간을 가만두지 않을 거야. 
    링크 씨는 아주 단호하게 말하며 
    헬렌에게 집으로 돌아갈 때 자신의 가게에 들르라고 일렀다. 
    그날 저녁 가게문을 닫은 링크 씨는 모자를 단단히 눌러 쓰고 
    이웰 집을 지나는 지름길로 그녀를 바래다주었다. 
    그리고 돌아오는 길에 그 미치광이네 집 문 앞에 서서 소리쳤다.
    이웰! 
    인기척이 없었다.
    이웰 있나? 
    항상 아이들로 가득하던 창문이 텅 비어 있었다.
    난 너희 끝엣놈 한 놈까지도 마루에 엎드려 있다는 걸 안다. 
    봅 이웰, 똑똑히 들어라. 
    만약 헬렌에게 이 길을 지나가지 못하게 했다는 소리를 한 번만 더 들으면 
    해가 지기 전에 널 감옥으로 보내버릴 테다. 
    링크 씨는 어둠 속에서 침을 뱉고는 집으로 돌아갔다.
    다음날 아침 헬렌은 그 지름길을 거쳐 일터로 갔다. 
    그런데 이웰 집을 몇 발자국쯤 지나다가 
    뒤를 돌아다보니 이웰이 따라오고 있었다. 
    그녀는 다급하게 계속 걸었고, 
    그는 일정한 거리를 두고 링크 디스 씨 집까지 따라왔다. 
    따라오는 동안 내내 입에 담지도 못할 욕설을 낮은 소리로 퍼부어대고 있었다. 
    그녀는 너무나 무서워 링크 씨의 집에 도착하자마자 
    가까이에 있는 그의 가게로 전화했다. 
    링크 씨가 달려오자, 이웰이 울타리에 기대서서 빈정거렸다.
    뭐 더러운 오물이라도 보듯 그런 식으로 쳐다보지 마슈. 
    난 뛰어들지 않았다구 ,,, . 
    이웰, 너 이놈. 당장 그 더러운 몸뚱이를 내 집 울타리에서 떼어내라. 
    난 페인트를 다시 칠할 돈이 없어. 
    그리고 우리집 요리사에게 멀리 떨어져라, 이놈. 
    그렇지 않으면 당장 폭행죄로 고소할 테다. 
    난 손끝 하나 건드리지 않았는데 ,,, 링크 디스, 
    난 검둥이 근처엔 절대로 가지 않아. 
    만약 폭행죄가 적용될 수 없다면 
    여성법에 의해서라도 널 당장 처넣어버리고 말겠다. 
    그러니 내 눈앞에서 썩 꺼져라. 
    말이 말 같지 않으면 어디 또 그 여자를 귀찮게 해봐라. 
    이웰 씨는 결국 그 말이 진담이라고 생각했는지 더이상 헬렌을 뒤쫓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