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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퍼 리 - 앵무새 죽이기 - 29. 안녕, 부 아저씨2.

Joyfule 2009. 4. 8. 00:51
     
     하퍼 리 - 앵무새 죽이기 -  29. 안녕, 부 아저씨2.     
    이웰에게 어떻게 그런 자국이 있었는지 이상했거든요. 
    그의 옷소매에 작은 구멍이 나 있었고 
    팔에도 찔린 자국이 있었어요. 가능하다면 그 의상을 보여주시죠. 
    아버지가 내 햄 의상의 남은 부분을 가져오자 
    테이트 씨는 원래의 모양을 상상해 내는 듯 그것을 이리저리 살펴보았다.
    분명 이것이 이 아이의 생명을 구했군요. 여길 보세요. 
    그가 집게손가락으로 가리킨 곳엔 
    무뎌진 철사 위에 반짝거리는 선이 빛나고 있었다.
    봅 이웰은 정말로 일을 저지르려 했군. 
    테이트 씨가 혼잣말을 했다.
    그는 돌은 거야. 
    아버지가 한 마디로 잘라 말했다.
    그런 식으로 말씀하지 마십시오. 
    그는 단순히 돌은 것이 아닙니다. 악마예요. 
    스컹크 같은 비열한 인간성에다 그 엄청난 술이 
    아이들을 죽이겠다는 포악한 심성을 부추긴 겁니다. 
    이제 다시는 변호사님과 마주칠 일이 없게 되었지만요. 
    아버지는 머리를 흔들었다.
    나는 그런 인간을 이해할 수가 없어. 
    핀치 변호사님, 인간 중엔 감싸주기 전에 
    총으로 쏴버려야 할 부류의 인간들이 있습니다. 
    그들은 총알만큼의 가치도 없는 인간이지요. 
    이웰이 바로 그런 부류의 인간입니다. 
    그가 날 협박하던 날, 그것으로 모든 것을 끝냈다고 생각했었지. 
    그렇지 않다고 해도 직접 나에게 앙갚음을 하리라 생각했소. 
    그 인간은 불쌍한 흑인여자를 괴롭히는 심장을 갖고 있었고, 
    테일러 판사님 댁이 비어 있는 줄 알고 그분을 괴롭히려고 했던 인간입니다. 
    그런 인간이 대낮에 결투라도 신청할 줄 아셨습니까? 
    테이트 씨가 한숨을 내쉬며 말을 이었다.
    계속하지요. 자, 스카웃, 네가 뒤에서 그가 오는 소릴 들었다고 했지? 
    네, 저희가 나무 아래까지 왔을 때 ,,, . 
    나무 아래였다는 걸 어떻게 알았지? 
    그곳은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을 텐데. 
    전 맨발이었어요. 
    오빠가 나무 아랫부분의 땅은 언제나 더 시원하다고 했거든요. 
    젬을 예비판사로 밀어야겠군. 계속해라. 
    그때 갑자기 무엇인가가 나를 움켜쥐고 제 의상을 짓이겼어요 ,,, . 
    제가 땅으로 엎드렸던 것 같아요 ,,, . 
    나무 아래서 치고 받는 소리가 ,,, 
    마치 나무에 몸을 부딪는 듯한 소리가 들렸어요. 
    오빠가 저를 찾아서 끌어당기곤 도로를 향해 뛰었어요. 
    그리고 ,,, 그 ,,, 이웰 씨가 오빠를 땅에 넘어뜨린 것 같았어요. 
    곧바로 엎치락뒤치락 하는 소리가 났고 ,,, 
    끔찍한 소리가 들리더니 오빠가 비명을 질렀어요. 
    나는 말을 멈추었다. 
    오빠의 부러진 팔이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아무튼 오빠가 비명을 지른 다음엔 아무 소리도 안 났어요. 
    그리고 이웰 씨는 나를 ,,, 절 죽이려고 짓눌렀어요. 죽일 듯이요.
     그 다음 누군가 이웰 씨를 잡아 넘어뜨린 것 같아요. 
    전 오빠가 일어난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냥 추측으로요. 그것이 전부예요 ,,, . 
    그 다음은? 
    테이트 씨가 꿰뚫을 듯 쳐다보았다.
    누군가 비틀거리며 헐떡이더니 심하게 기침을 했어요. 
    처음엔 오빤 줄 알았는데 오빠 목소리가 아니었어요. 
    그래서 전 오빠를 찾으려고 더듬거렸어요. 
    아빠가 우리를 구하러 오셨다가 지친 거라고 생각했어요 ,,, . 
    그럼 누구였지? 
    저기 저분 ,,, 전 모르는 분이에요. 
    난 구석에 서 있는 남자를 쭈뼛거리며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그리고는 아버지가 꾸짖으실까봐 팔을 재빨리 내렸다. 
    사람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일은 무례한 일이기 때문이었다.
    그 사람은 여전히 벽에 기댄 채 팔짱을 끼고 서 있다가 
    내가 가리키자 팔을 내리고 손바닥으로 벽을 지긋이 눌렀다. 
    그 손은 지나칠 정도로 창백했다. 
    한 번도 태양을 본 적이 없는 병자 같은 창백한 손이었다. 
    너무 희어서 거뭇한 크림색 벽에 대조되어 선명하게 드러나 보였다.
    나의 시선이 손에서, 모래로 더럽혀진 그의 카키색 바지로 옮겨졌다. 
    그리곤 찢겨진 작업복 셔츠 안의 마른 체격으로 눈길을 옮겼다.
    그의 얼굴은 손만큼이나 창백했으며, 
    튀어나온 턱이 유일한 그늘을 만들어줄 뿐이었다. 
    뺨은 푹 패었고 입술은 크고 얇았다. 
    관자놀이 부근이 보일 듯 말 듯 들어가 있었고, 
    회색 눈은 너무 흐려서 장님이 아닐까 생각될 정도였다. 
    머리카락은 생기가 없고 가늘어서 마치 깃털 같았다.
    내가 그를 가리켰을 때 그의 손바닥이 가볍게 미끄러져 내려오느라 
    땀과 기름기가 섞인 손자국이 벽 위로 그어졌다. 
    그는 엄지손가락을 벨트에 걸었다.
    석판을 손톱으로 긁는 소리라도 들은 듯 희미한 경련이 눈위로 스쳤다. 
    내가 경이로움으로 그를 쳐다봄에 따라 서서히 긴장감이 사라지는 듯했다. 
    그의 입술 위로 수줍은 미소가 드리워지고 
    갑작스레 흐르는 내 눈물로 그의 영상이 흐려졌다.
    안녕, 부. 
    나는 울먹이는 소리로 겨우 그에게 인사를 건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