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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퍼 리 - 앵무새 죽이기 - 28. 오빠의 비명소리6

Joyfule 2009. 4. 5. 22:36
     
     하퍼 리 - 앵무새 죽이기 -  28. 오빠의 비명소리6    
    레이놀드 선생님이 문으로 들어오며 안부부터 물었다.
    괜찮은가? 
    그리곤 내게 다가와 말했다.
    그래도 이렇게 서 있을 수 있다니 ,,, . 
    그러고 나서 선생님은 돌아섰다. 
    그는 우리집의 방들을 알고 있었으며, 
    내가 시원치 않을 때는 오빠도 그렇다는 것 또한 알고 있었다.
    영원히 이어질 듯한 십 분이 지나고 레이놀드 선생님이 되돌아왔다.
    오빠가 죽었나요? 
    그런 일은 결코 없을 거야. 
    내게 몸을 구부리며 따뜻하게 말해주었다.
    오빠는 너처럼 머리를 쾅 부딪혔고, 팔이 부러졌단다. 
    스카웃, 저쪽을 쳐다봐라. 아니, 머리는 돌리지 말고 눈만 굴려봐. 
    자, 저길 쳐다봐라. 오빠는 아주 심하게 부러졌단다, 팔꿈치를 말이다. 
    마치 누군가가 팔을 비틀어서 꺾어버린 것처럼 말이다 ,,, . 
    자, 이젠 날 쳐다보렴. 
    그런데도 안 죽어요? 
    그럼. 
    레이놀드 선생님이 일어나며 대답했다.
    오늘 밤은 그다지 해줄 일이 없단다. 
    다만 될 수 있는 한 그를 편하게 해주어야 해. 
    팔을 엑스레이로 찍어야 한단다. 
    당분간 그 팔은 아래위가 뒤바뀐 채 놓여 있게 될 거야. 
    그래도 걱정은 하지 마라. 마치 언제 그랬느냐는 듯 좋아질 테니까. 
    제 친구녀석들과 똑같이 뛰어놀 수 있을 게다. 
    레이놀드 선생님은 말을 하면서도 나를 빈틈 없이 관찰하고 있었다. 
    잠시 후 내 이마를 손가락으로 가볍게 튕기며 말했다.
    넌 부러진 데는 없는 것 같다, 그렇지? 
    레이놀드 선생님의 가벼운 농담이 나를 미소짓게 했다.
    그럼 이젠 오빠가 죽는다고 생각하진 않겠지? 
    그는 모자를 쓰며 말을 계속했다.
    장담은 못하지만 젬은 아주 쌩쌩하단다. 
    거의 모든 부분이 정상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단다. 
    가서 잠깐 만나보도록 해라. 내가 다시 온 다음 함께 결정하자. 
    레이놀드 선생님의 발자국 소리는 젋고 활발했다. 
    그러나 헥 테이트 씨는 그렇지 않았다. 
    그의 무거운 부츠가 현관을 강타하는가 싶더니 거북스럽게 문이 열렸다. 
    그리고 레이놀드 선생님과 똑같이 말을 했다.
    괜찮니, 스카웃? 
    네, 아저씨. 지금 오빠한테 가는 중이에요. 아빠도 거기 계세요. 
    함께 가자. 
    알렉산드라 고모는 오빠의 스탠드에 수건을 씌워 불빛을 약하게 만들었다. 
    어둠침침한 방 안에 오빠가 반듯이 누워 있었다.
     얼굴 한 쪽에 보기 흉한 상처가 나 있었고, 
    왼팔이 이불 밖으로 나와 있었다. 
    팔꿈치가 약간 구부러진 상태에서 반대 방향으로 꺾여 있었다. 
    오빠가 눈살을 찌푸렸다.
    오빠아 ,,, . 
    스카웃, 젬은 못 듣는단다. 전구가 나가버린 것처럼 말이야. 
    정신이 잠깐 들어왔었지만 레이놀드 선생님이 다시 잠들게 하셨단다. 
    아버지가 말해주었다.
    네, 아빠. 
    오빠방은 넓은 직사각형이었는데 
    알렉산드라 고모는 벽난로 옆 흔들의자에 앉아 있었다. 
    오빠를 들고 왔던 그 남자는 한쪽 구석에 기댄 채 서 있었다. 
    그는 처음 보는 얼굴로 시골사람인 듯했다. 
    축제에 왔다가 우리의 비명소리를 듣고 달려왔음에 틀림없었다.
    아버지는 오빠의 침대 가까이에 있었고, 
    헥 테이트 씨는 문 앞에 모자를 들고 서 있었다. 
    그는 작업복 차림이었는데 손전등 때문에 
    바지 주머니가 불룩하게 튀어나와 있었다.
    들어오시오, 헥. 
    아버지가 말했다.
    뭘 좀 찾아냈소? 
    누가 이런 비열한 짓을 했는지 상상조차 할 수 없지만, 
    그 작자를 찾아주었으면 했는데 ,,, . 
    테이트 씨가 헛기침을 했다. 
    구석에 있는 남자를 예리하게 흘끗 쳐다보더니 그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곤 방을 둘러보았다. 
    오빠, 알렉산드라 고모, 그리고 아버지를 향해 차례차례로 시선을 주었다.
    잠깐 앉으십시오, 핀치 변호사님. 
    그가 씩씩하게 말했다.
    자, 모두 앉도록 하지. 헥, 그 의자에 앉으시오. 
    내가 거실에서 하나 더 가져올 테니. 
    아버지가 테이트 씨에게 앉기를 권했다. 
    그는 오빠의 책상 의자에 앉아 아버지가 돌아와 자리 잡을 때까지 기다렸다. 
    나는 구석에 서 있는 사람을 위해서는 왜 의자를 마련하지 않는지 의아했지만 
    아버지가 시골 사람들의 습관을 나보다 훨씬 잘 알고 있을 거라고 짐작할 뿐이었다. 
    아버지의 시골에서 온 소송의뢰인 중에는 
    가끔 귀가 기다란 그들의 준마를 뒷마당 멀구슬나무 아래 부려놓았으므로 
    아버지도 뒷계단에서 약속을 하곤 했었다. 
    그 사람이 그곳을 더 편안해 하기 때문이었다.
    핀치 변호사님. 
    테이트 씨가 말을 시작했다.
    제가 찾은 걸 말씀드리죠. 
    우선 스카웃의 옷을 찾았습니다. 제 차 안에 있습니다. 
    그거 네 옷 맞지, 스카웃? 
    네, 아저씨. 프릴 달린 분홍색요. 
    테이트 씨는 마치 증인석에 앉아 있는 듯 행동했다. 
    그는 주정부나 변호사의 제재 없이 자신의 방식대로 말하길 좋아했다. 
    때때로 잠시 멈추기도 하면서.
    그리고 전 우스꽝스러운 진흑빛 천조각을 찾아냈습니다. 
    그것이 제 의상이에요, 테이트 아저씨. 
    테이트 씨는 한 손으로 넓적다리 아래를 쓸어내렸다. 
    이번엔 왼팔을 문지르고는 오빠방의 벽난로 장식을 조사하듯 쳐다보았다.
    마치 벽난로에 관심이 있는 것처럼. 
    그리고 그의 긴 코를 쓰다듬었다.
    무엇이오, 헥. 
    아버지가 물었다.
    테이트 씨가 이번엔 목덜미를 천천히 문질렀다.
    봅 이웰이 저 나무 아래 누워 있습니다. 
    갈비뼈 아래를 부엌칼에 찔린 채 죽어 있습니다, 
    핀치 선생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