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감성을 위한 ━━/세계문학

하퍼 리 - 앵무새 죽이기 - 30. 그건 앵무새를 쏘아 죽이는 것1

Joyfule 2009. 4. 9. 00:18
     
     하퍼 리 - 앵무새 죽이기 -  30. 그건 앵무새를 쏘아 죽이는 것1    
    아서 아저씨라고 해야지, 아가야. 
    아버지가 부드럽게 정정해주셨다.
    진 루이스, 이분이 아서 래들리 씨란다. 
    이미 널 알고 계셨을 게다. 
    이런 상황에서 자상하게 부 래들리를 소개할 수 있는 이가 있다면, 
    그건 바로 아버지뿐이리라. 
    부는 나와 눈길이 마주치자 오빠가 잠들어 있는 침대로 시선을 돌렸다. 
    조금 전의 수줍은 미소가 그의 얼굴 위로 천천히 퍼져나갔다. 
    순간 당황한 나는 얼굴이 달아올라 괜스레 오빠의 이부자리를 만지작거렸다.
    아, 젬을 건드리지 말거라. 
    아버지가 제지했다.
    테이트 씨는 의자에 앉은 채 뿔테 안경 너머로 부를 열심히 쳐다보고 있었다. 
    무언가 말을 하려는데 마침 레이놀드 선생님이 들어왔다.
    모두들 나가주시오. 
    방으로 들어서자마자 선생님이 말했다.
    잘 있었나, 아서? 아까는 자네가 있는 걸 못 봤네. 
    레이놀드 선생님의 목소리는 그의 발소리만큼이나 씩씩하고 서글서글했다. 
    평소와 조금도 다름없는 저녁인사였고, 
    그것이 이방 안의 누구보다도 나를 놀라게 했다. 
    물론 부 래들리도 가끔은 병이 나서 레이놀드 선생님을 만났을 테지만,
    다른 방향으로 생각한다면 그것만도 아니었다.
    레이놀드 선생님은 신문지로 싼 커다란 꾸러미를 
    오빠의 책상 위에 놓고 코트를 벗었다.
    젬이 말짱해서 이젠 안심이 되겠지? 
    어떻게 알 수 있었는지 말해줄까? 
    검진할 때 나를 걷어찼거든 ,,, . 
    젬을 진정시킨 후에 적절하게 치료를 해야만 한단다. 그러니 조용히. 
    레이놀드 선생님이 내게 말해주었다.
    으흠. 
    아버지가 부를 흘끗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
    헥, 앞 현관이 어떨까? 의자도 충분하고 아직 날씨도 따뜻하니까. 
    왜 아버지는 거실 대신 앞 현관을 제안했을까. 
    그건 거실 불빛이 끔찍하게 강렬했기 때문이었다. 
    우리는 조용히 줄을 지어 나갔다. 
    테이트 씨부터 방문을 나섰다. 
    아버지는 먼저 나가려다가 마음을 바꿔 테이트 씨 뒤를 따라 나갔다.
    사람들은 가장 절박한 상황에서조차 일상의 습관을 버리지 못하는 모양이다. 
    나도 예외는 아니었다.
    이리로 오세요, 아서 아저씨. 
    내 목소리가 생각보다 크게 들려왔다.
    우리집 잘 모르시죠? 제가 현관까지 모시고 갈게요. 
    그는 나를 내려다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그를 데리고 복도를 지나 거실을 지나쳤다.
    여기 앉으세요, 아서 아저씨. 이 흔들의자는 편하고 멋있어요. 
    그에 대한 나의 공상이 새삼 되살아났다. 
    그가 저 현관에 앉아 있는다면 ,,, .
    정말 화창한 날씨에요, 그렇죠, 아서 아저씨? 
    그래, 아주 좋은 날씨구나. 
    이런 대화가 오고 가리라 생각했었다.
    부자연스러운 미묘한 상황이었다. 
    그가 앉은 곳은 아버지와 테이트 씨로부터 
    멀찌감치 떨어져 있는 가장 어두운 곳이었다. 
    부는 어둠 속에서 더 편안함을 느낄 수 있으리라.
    아버지는 그네에 앉았고 테이트 씨가 가까운 의자에 앉았다. 
    거실에서 나오는 불빛이 그들을 선명하게 비추었다. 
    나는 부 옆에 앉았다.
    자 그럼, 헥. 
    아버지가 말을 꺼냈다.
    내 추측으론 말이지 ,,, 오, 맙소사. 아무 생각도 나지 않는군. 
    아버지가 안경을 밀어올리곤 눈 주위를 문질렀다.
    젬은 아직 열네 살도 채 안 됐는데 ,,, 아니, 열네 살이 됐지 ,,, 생각이 나질 않아. 
    어쨌든 군법정에 서기 전까지는 기억 나겠지. 
    무슨 말씀을 하시려는 겁니까, 변호사님? 
    테이트 씨가 포갰던 다리를 바로 하며 몸을 앞으로 구부렸다.
    물론 명백한 정당방위였소. 그래도 난 사무실로 가서 조사해야 ,,, . 
    그럼 변호사님은 젬이 봄 이웰을 죽였다고 생각하십니까? 
    정말 그렇게 생각하시냐구요? 
    당신도 스카웃이 한 말을 들었지 않소. 
    의심의 여지가 없는 일이오. 
    그 아인 젬이 일어나 그를 거칠게 잡아당겼다고 했어요 ,,, . 
    그 ,,, 그 아인 분명히 어둠 속에서 이웰의 칼을 집어들었을 거요 ,,, 
    내일 날이 밝는 대로 찾아봐야겠지만. 
    잠깐만요, 변호사님. 
    테이트 씨가 말했다.
    젬은 결코 봅 이웰을 찌르지 않았습니다. 
    아버지는 잠시 아무 말도 않다가 그제야 그가 한 말을 알아차린 듯 쳐다보았다. 
    그리곤 머리를 흔들었다.
    헥, 그 마음 정말 고맙소. 
    그 착한 마음으로 해결하려는 것도 알아요.
    하지만 그런 식으로 시작하지 맙시다. 
    테이트 씨가 일어나 현관 끝으로 걸어가서 관목숲에 침을 뱉았다. 
    그리고 손을 바지 뒷주머니에 쑤셔넣곤 아버지를 똑바로 쳐다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