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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퍼 리 - 앵무새 죽이기 - 29. 안녕, 부 아저씨1

Joyfule 2009. 4. 7. 00:20
     
     하퍼 리 - 앵무새 죽이기 -  29. 안녕, 부 아저씨1     
    알렉산드라 고모가 일어나면서 벽난로를 짚었다. 
    테이트 씨가 부축하려고 일어났지만 
    다행히 고모에게는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생애 처음으로 아버지의 깍듯한 예의범절이 잊혀진 순간이었다. 
    그대로 앉아 있었던 것이다. 
    나는 단지 봅 이웰이 살아 있는 동안 아버지를 죽이겠다고 했던 말만이 떠올랐다. 
    그는 그렇게 하려고 했던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그의 마지막이었다.
    그게 사실이오? 
    아버지가 공허하게 물었다.
    네, 정말 죽었습니다. 얌전히 죽어 있었습니다. 
    다시는 아이들을 해치지 않을 겁니다. 
    아니, 그게 아니라 ,,, . 
    아버지는 잠꼬대를 하는 듯했고, 
    나이 들은 모습이 한결 역력하게 드러나보였다. 
    심리적 혼란으로 턱에 있는 깊이 팬 주름이 조금씩 엷어지고 
    귀 아래쪽 주름이 늘어가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그리고 칠흑같은 머리카락은 관자놀이 가까이부터 
    군데군데 회색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거실로 가는 것이 좋겠어요. 
    마침내 고모가 입을 열었다.
    괜찮으시다면 전 ,,, 젬만 괜찮다면 이곳이 더 좋겠는데요. 
    스카웃이 ,,, 얘기를 하는 동안 오빠의 상처도 봐야 하구요. 
    그럼 전 가도 되겠죠? 여기 여러분이 계시니까요. 오빠, 전 내 방에 있겠어요. 
    고모는 문으로 걸어가서 돌아섰다.
    오빠, 난 오늘밤 예감이 이상했어요. 
    난 ,,, 이건 내 잘못이에요. 내가 갔어야 ,,, . 
    테이트 씨가 손을 저었다.
    알렉산드라 부인, 큰 충격이겠지만 너무 애태우지 마십시오. 
    우리 추측대로라면 고양이들이 꼬리를 쫓는 것과 같을 겁니다. 
    가 계십시오. 자, 우리 스카웃 아가씨가 일어났던 일을 
    우리에게 말할 수 있는지 좀 볼까? 
    아직 생생히 기억할 수 있다면 말이야. 할 수 있겠지? 
    그가 따라오는 걸 봤니? 
    나는 아버지에게로 다가갔다. 
    아버지는 두 팔로 나를 감싸주었다. 
    나는 아버지 무릎에 얼굴을 파묻고 말했다.
    우리는 집으로 돌아오기 시작했어요. 
    전 신발을 두고 왔다고 오빠한테 말했어요. 
    그래서 학교로 되돌아가려는데 불이 꺼졌어요. 
    오빠가 내일도 찾을 수 있다고 했어요. 
    스카웃, 고개를 들어야지. 그래야 보안관 아저씨가 들으시지. 
    아버지의 말에 나는 무릎으로 파고들었다.
    그때 오빠가 잠깐 조용히 하라고 했어요. 
    전 오빠가 생각할 게 있다는 걸 알았어요. 
    오빤 언제나 생각할 게 있으면 조용히 하라고 해요. 
    그래야 생각할 수 있다구요 ,,, . 
    그런데 무슨 소리가 난다구 했어요. 
    우린 그게 세실인 줄 알았어요. 
    세실? 
    네, 세실 제이콥이요. 
    그애가 오늘밤 우릴 한 번 놀래켰기 때문에 또 걘줄 알았어요. 
    걘 유령옷을 입고 있었어요. 
    최고 의상상에 이십오 센트를 준다고 했거든요. 
    누가 탔는지는 모르겠어요. 
    너희들이 세실이라고 생각한 곳이 어디쯤이었지? 
    학교에서 조금 떨어진 곳이에요, 그래서 전 소리쳤어요. 
    뭐라고 소리쳤지? 
    저 ,,, 세실 제이콥은 멍청이 생쥐라고 한 것 같아요. 
    그런데도 아무 소리가 없어서 오빠가 
    헤이 헤이 하며 있는 대로 소리쳤어요. 
    잠깐, 스카웃. 
    테이트 씨가 말을 막았다.
    핀치 변호사님, 그 소릴 들으셨습니까? 
    아버지는 아니라고 대답했다. 
    그때는 라디오를 틀어놓았는데, 
    알렉산드라 고모가 침대로 가면서 
    소리를 조금 줄여달라고 해서 기억한다고 말했다. 
    아버지가 겸연쩍게 웃었다.
    난 항상 라디오를 크게 틀거든. 
    그렇다면 이웃들이 들었을 텐데 ,,, . 
    테이트 씨가 의아해 했다.
    의심이 가는군, 
    헥. 하지만 그들은 라디오를 듣거나 아이들과 침실로 갔을 거요. 
    머디 애킨슨도 그곳에 갔을 텐데 이상하군. 
    계속해라, 스카웃. 
    테이트 씨가 말했다.
    오빠가 소리치고 난 다음 우린 계속 걸었어요. 
    아저씨, 전 그 의상에 갇혀 있었는데도 그 소리가 들렸어요. 
    그 발자국 소리요. 우리가 걸으면 걷고 멈추면 함께 멈추었어요.
    오빠는 크렌셔 아줌마가 내 의상에 야광 페인트를 칠해놓아서 
    제가 움직이는 게 보일 거라고 했어요. 저는 햄이었거든요. 
    그게 뭔데? 
    테이트 씨가 놀라듯 물었다.
    아버지가 테이트 씨에게 나의 역할과 의상 구조를 설명해주었다.
    이 아이가 들어올 때 당신이 보았어야 했소. 
    찌그러져 너덜너덜 했으니까. 
    테이트 씨가 턱을 문질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