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퍼 리 - 앵무새 죽이기 - 9. 아버지의 마음 3
잭 삼촌은 눈썹을 치켜올리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사실 난 되지도 않는 생각으로 그런 나쁜 말을 계속해대고 있었다.
그건 그런 말들이 갖고 있는 매력은 둘째치고 그것을 학교에서 주워들었다고 생각하여
아빠가 날 학교에 보내지 않기를 바랐기 때문이었다.
그리곤 그날 저녁 식사 때 말했다.
저 좇 같은 햄 좀 집어주세요.
그때 잭 삼촌이 나를 가리키며 경고하듯 말했다.
이따 좀 봐야겠어, 꼬마아가씨.
저녁 식사가 끝난 후 잭 삼촌이 거실에 앉아 가까이 앉으라며 무릎을 두드렸다.
난 삼촌 냄새가 좋았다.
알코올 냄새 비슷한 더 기분좋은 달콤한 냄새였다.
그는 나의 앞머리를 뒤로 젖히며 말했다.
엄마보다 아빠를 많이 닮았어. 바지가 좀 작은 듯한데.
아직은 괜찮아요.
요즈음 좇 같다라든지 개 같다는 말을 잘 쓰는 것 같은데, 어때?
나는 그런 것 같다고 대답했다.
그럼 안 되지. 그런 것은 극단적으로 짜증이 날 때만 쓰는 말이거든.
내가 머무는 동안 그런 말은 듣고 싶지 않구나,
스카웃. 네가 그런 말을 하고 다니게 되면 자꾸 곤란한 일을 당하게 될 거야.
너도 숙녀가 되어야겠지, 그렇지?
나는 특별히 대답하진 않았다.
물론 그렇게 하리라 믿는다. 자, 그럼 트리를 만들어볼까.
우리는 잠자리에 들기 전까지 트리를 장식했고
그날 밤 두 개의 긴 꾸러미가 오빠와 나의 선물인 꿈을 꾸었다.
다음날 일어나자마자 선물더미로 뛰어들었다.
그건 잭 삼촌에게 부탁한 아버지의 선물이었다.
바로 우리가 바라던 그것이었다.
집 안에선 안 된다.
오빠가 벽에 걸린 사진틀에 조준했을 때 아버지가 말렸다.
형님이 쏘는 법을 가르쳐줘야겠어요.
네가 해야지. 난 불가항력에만 굴복할 뿐이니까.
법정에서 말하는 듯한 아버지의 음성은 우리를 주목시켰다.
아버지는 핀치 가문 영토에는 공기총을 가져가지 못하게 했고
우리가 만에 하나 잘못을 저지른다면 그 공기총을 영원히 압수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나는 프란시스를 쏘아버릴 생각을 떠올리고 있었다.
핀치 가문의 영토인 방파제 끝 높은 벼랑에서
삼백육십육 야드쯤 내려가면 유서깊은 목화밭이 펼쳐졌다.
그곳에서 핀치 가의 흑인노예들이 화물과 생산품을 싣고
얼음덩어리, 밀가루, 설탕, 농기구나 여성복을 내리곤 했다.
바큇자국이 선명한 길은 강가로부터 뻗어나와 검은 빛을 띤 숲속으로 사라졌다.
그길 끝에 원추형 계단이 있는 이층집이 서 있었다.
우리의 조상이신 사이먼 핀치 할아버지는
늙은 나이에 잔소리꾼 아내를 기쁘게 해주려고 그 건물을 지었다고 했다.
그집은 그 시대 말기의 일반적인 건축모형이었는데
내부구조는 사이먼의 고지식함과 얼마나 자손을 중시하고 신뢰했는가를 보여주고 있었다.
위층에 있는 여섯 개의 침실 중 네 개는 여덟 명의 딸이 썼고
하나는 외아들 웰컴 핀치 것이며 나머지 하나는 방문객을 위한 것이었다.
그 딸들 방의 계단과, 웰컴과 손님용 방의 계단은 따로 있었다.
딸들의 계단은 부모의 침실 옆에 있어서
사이먼 할아버지는 언제나 딸들의 외출을 감시할 수 있었다.
부엌은 독립되어 나무로 된 좁은 복도로 이어져 있었다.
뒷마당 높은 장대 위엔 녹슨 종이 매달려 있는데
그 종은 밭에 나가 있는 일꾼을 부르거나 비상사태를 알리는 데 사용되었다.
먼 옛날 미망인들이 바다로 나간 남편을 기다렸다는 망루가 있었지만
미망인은 없었고 그곳에서 사이먼 할아버지는 감독관을 살피거나
강을 바라보거나 근처에 있는 소작인들을 살피기도 했던 것이다.
우리가 그곳에 도착하자 고모와 프란시스가 잭 삼촌에게 키스했다.
지미 고모부는 말없이 잭 삼촌과 악수했으며
오빠와 나는 프란시스에게 선물을 했고 그애도 우리에게 선물을 주었다.
오빠는 나이를 의식하여 자연스레 어른들에 휩쓸려서 나만 프란시스와 놀게 놔두었다.
프란시스는 열 살로 올백머리를 하고 있었다.
무슨 선물을 받았니?
나는 품위있게 물었다.
나도 막 물어보려는 참인데.
프란시스는 무릎까지 오는 바지와 빨간 가죽가방,
다섯 개의 셔츠, 묶지 않는 넥타이 등을 받았다고 했다.
좋은 거 받았구나.
나는 거짓으로 말했다.
오빠랑 나는 공기총을 받았어. 게다가 우리 오빠는 실험기구들도 받았어.
장남감이겠지.
아니야, 진짜야. 오빠는 보이지 않는 잉크도 만들어준댔어.
그것으로 딜에게 편지할 거야.
프란시스는 그래서 무엇을 할 건지 물어왔다.
음 ,,, 그러니까, 편지는 왔는데 아무 것도 씌어 있지 않았을 때
그 얼굴을 상상해봐. 아마 그 아인 돌아버리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