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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퍼 리 - 앵무새 죽이기 - 9. 아버지의 마음 5

Joyfule 2008. 12. 29. 01:10
      하퍼 리 - 앵무새 죽이기 -  9. 아버지의 마음 5  
    프란시스가 벌떡 일어나 옛날 부엌 복도로 내달려 안전거리에 이르자 큰소리로 떠들어댔다. 
    스카웃 아빤 검둥이 옹호자래요. 
    아니야! 무슨 소리를 하는 건지 모르겠지만 그 따위 못된 소린 당장 집어치워야 될걸! 
    나는 있는 대로 씩씩거렸다. 
    훌쩍 뛰어 프란시스의 목덜미를 단단히 잡고는 그말을 취소하라고 다그쳤다. 
    프란시스가 몸을 홱 빼내어 옛날 부엌 쪽으로 쏙 들어가버렸다.
    검둥이 옹호자. 
    먹이감을 낚으려면 시간을 두는 것이 최선이다. 
    아무 말도 안 하면 프란시스는 분명 호기심이 발동해 나타날 것이다. 
    드디어 프란시스가 부엌에 나타났다.
    너 아직도 미쳤니, 진 루이스? 
    나를 떠보려 말을 걸어왔다.
    너랑 말 안 해. 
    내가 말했다.
    프란시스가 복도로 나왔다.
    너 그말 취소해! 
    이번엔 내가 조금 성급했다. 
    그애가 부엌으로 쏙 들어가버렸다. 
    그래서 난 계단으로 가서 끈기있게 기다렸다. 
    오 분 정도 지나자 알렉산드라 고모의 말소리가 들렸다.
    프란시스 어디 있니? 
    저쪽 부엌에 있어요. 
    그곳에서 놀면 안 된다는 걸 알고 있을 텐데. 
    프란시스가 문으로 나와 소리쳤다.
    할머니, 쟤가 날 못 나가게 해요. 
    이게 무슨 소리냐, 진 루이스? 
    나는 고모를 올려다보았다.
    아니에요, 고모. 전 가만히 있는데요. 
    아니에요, 할머니. 쟤가 날 못 나가게 해요. 
    너희들 싸웠구나. 
    진 루이스는 날 미치게 해요, 할머니.
    프란시스, 어서 거기서 나와. 진 루이스, 
    또 한 번 무슨 소리 들리면 네 아빠께 말씀드리겠다. 
    너 조금 전 개 같다고 했지. 
    아니에요. 
    분명히 들었다. 다신 그런 말 하지 마라. 알겠지? 
    알렉산드라 고모는 남의 말을 몰래 엿듣기를 잘했다. 
    고모가 들어가자 프란시스가 고개를 쳐들고 나와 이를 드러내며 비겁하게 웃었다.
    이젠 바보 같은 짓 안 하는 게 좋을걸. 
    프란시스는 마당으로 훌쩍 뛰어내려 적당한 거리를 두고는, 
    마당의 풀을 걷어차기도 하고 가끔 나를 돌아보고 웃기도 하며 걸었다. 
    오빠가 현관에 나와 우리를 내다보곤 다시 들어갔다. 
    프란시스가 미모사나무 위로 올라갔다 내려와서 소리를 질렀다.
    우와! 
    나는 누가 그런 소릴 했느냐고 물었다.
    잭 삼촌? 
    프란시스는 내가 자기를 가만히 놔두면 말해주겠다고 했다.
    이젠 건드리지 않을게. 
    프란시스는 날 주의 깊게 쳐다보곤 충분히 누그러졌다고 
    판단이 됐는지 낮은 소리로 중얼거렸다.
    검둥이 옹호자. 
    내 주먹이 그의 이빨로 날아갔다. 
    왼손이 이빨에 찢겨 오른손으로 싸움을 시작했다. 
    그러나 오래 가지는 않았다. 
    잭 삼촌이 내 팔을 잡아 꼼짝 못하게 했던 것이다.
    그만. 
    고모는 프란시스를 돌봤다.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아주고, 머리를 살피곤 볼을 쓰다듬었다. 
    프란시스의 고함소리를 듣고 아버지, 오빠, 지미 고모부가 현관에 나타났다.
    누가 먼저 시작했지? 
    잭 삼촌이 다그쳤다. 우린 서로를 가리켰다.
    할머니, 쟤가 나보고 매춘부라고 덤벼들었어요. 
    프란시스가 울부짖었다.
    그 말이 맞니, 스카웃? 
    그런 것 같아요. 
    나를 내려다보는 삼촌의 모습이 고모와 너무도 닮아보였다.
    그런 말 다신 하지 말라고 했을 텐데. 
    네, 하지만 ,,, . 
    그럼 야단을 맞아야겠구나. 거기 좀 서 있어.
    나는 서 있을까 말까를 생각했고, 
    그 지체된 순간이 너무나도 길게 느껴졌다. 
    돌아서서 달아나려 했지만 삼촌이 더 빨랐다. 
    난 갑자기 빵조각을 먹기 위해 잔디 위에서 끙끙거리는 개미가 된 듯한 느낌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