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감성을 위한 ━━/세계문학

호메로스 : 일리아드 (liad)★ 헥토르에게 복수하는 아킬레우스

Joyfule 2006. 3. 12. 00:56

호메로스 : 일리아드 (liad)★ 헥토르에게 복수하는 아킬레우스 네스토르의 아들 안틸로코스 파트로클로스의 죽음을 알리러 아킬레우스에게 달려가 그리스 병사들은 모두 길을 비켜주었다 그리스 병사들은 그소식이 어쩌면 아킬레우스를 다시 싸움터로 되돌아오게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이윽고 안틸로코스가 숨을 헐떡거리며 아킬레우스의 막사에 이르렀다 아킬레우스는 전투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궁금했던 나머지 막사안을 서성거리고 있었다. 그때 안틸로코스를 통해 그 소식을 듣게 된 것이었다. "파트로클로스 장군이 전사했습니다 지금 밖에서는 파트로클로스의 알몸 쟁탈전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장군이 알몸인 것은 헥토르가 갑옷을 벗겨갔기 때문입니다." 아킬레우스는 아무 말도 하지않고 화롯가에서 고개를 숙이고 자기 머리카락에다 화로에서 퍼낸 재와 검은 먼지를 끼얹었다 안틸로코스가 달려와 그의 손을 붙잡았다 안틸로코스로서는 아킬레우스로서는 아킬레우스가 슬픔을 이기지 못해 혹시 자살이나 하려는 것은 아닐까 싶었기 때문이었다. 그때 깊은바다에서 바다의 요정인 테티스가 아들을 위로하러 올라왔다 하지만 아킬레우스는 오랜 친구를 죽인 헥토르에게 복수하는데 자신의 목숨을 걸겠다고 말했다. 테티스가 흰팔로 아들을 껴안고서 말했다. "갑옷도 없이 싸움터로 나갈수는 없는 일이다 맨몸으로 갔다가는 헥토르를 만나기도 전에 트로이아 군의 창에 몸을 상하고 말게다 그러니 오늘밤만 넘기도록 해라 내가 대장장이 헤파이스토스신에게 올라가 갑옷을 주문하고 내일 아침에는 이세상 인간은 본 적도 들은적도 없는 방패와 투구 그리고 가슴 가리개를 가져다 주마" 테티스는 이렇게 말하면서 사라졌다. 테티스의 음성은 해변에서 한숨을 쉬는 파도 소리와 같았다. 한편, 파트로클로스의 갈갈이 찢긴 시신을 서로 차지하려는 싸움은 선단의 방어벽 가까이까지 와 있었다. 야수의 발톱 같은 슬픔에 가슴을 쥐어뜯기던 아킬레우스는 밖으로 나갔다. 무장도 하지 않은 채 방어벽으로 올라간 그는 떨어져가는 붉은 태양을 등지고 섰다. 그가 두른 머리띠 위로 불덩어리가 솟아오르는 것 같았다. 흡사 야간 공격전에서 구조를 요청하는 봉화 같기도 했다. 거기 그렇게 선 채로 그는 목청껏 트로이아를 저주했다. 그 소리는 성벽을 공격하면서 병사들이 내지르는 함성 같았다. 그는 세 차례 고함을 질렀는데, 트로이아의 말들은 공포를 이기지 못하고 힝힝거리면서 도랑을 건너다 말고 물러서고는 했다. 세 차례나 트로이아 병사들의 가슴이 공포로 오그라들었다. 트로이아 병사들은 거기까지 쫓아온 목적도 잊었는지 뿔뿔이 흩어져 버렸다. 그 순간을 틈타 뮈르미돈 용사들은 파트로클로스의 몸에 묻은 먼지를 대강 털고 선단 앞 방어벽의 문 안으로 시신을 들여갈 수 있었다. 방어벽의 문이 잠기면서 벽 위에 파수병이 무수히 배치되었다. 병사들이 파트로클로스의 시신을 관 위에 눕히고 나자 아킬레우스가 그 옆으로 다가갔다. 그는 자기 자신이 가야 했는데도 불구하고 파트로클로스에게 자기 전차와 말을 주어 싸움터로 보낸 것을 후회하고, 살아서 되돌아오지 못하게 된 것을 슬퍼했다. 병사들은 갈갈이 찢긴 파트로클로스의 시신을 아킬레우스의 막사로 옮겼다. 평소에 파트로클로스부터 따뜻한 보살핌을 받아 온 여자 노예들은 울면서 시신에 묻은 피와 먼지를 씻기고는 희고 부드러운 천으로 그의 몸을 감쌌다. 해가 지고 밤의 고요가 찾아들었다. 헥토르의 참모 몇몇은 헥토르에게 트로이아 성으로 들어가 안전을 꾀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고 제안했다. 다음 날 아침이면 아킬레우스가 최전선에 나설 것이고, 그렇게 되면 트로이아군이 위태롭게 되지 않겠느냐는 것이었다. 그러나 헥토르는 그 말을 들으려 하지 않았다. "성 안이 피난민들로 붐비는 것은 그대도 알지 않는가? 아킬레우스, 올 테면 오라지. 평원에서 아킬레우스를 맞이하겠노라." 그래서 평원은 다시 한번, 잡목수풀과 옛 묘지 사이에 지펴진 트로이아 연합군의 모닥불로 인해 마치 무수한 별이 박힌 밤 하늘 모양이 되었다. 아킬레우스의 막사 앞에서 여자들은 파트로클로스의 죽음을 슬퍼하면서 통곡했다. 뮈르미돈 병사들도 그의 죽음을 애도했다. 아킬레우스도 옛 친구의 가슴에 얼굴을 묻었다. 올림포스 산 꼭대기의 대장간에서 대장장이 신 헤파이스토스는 테티스가 보는 가운데 불을 지피고 황소 스무 마리의 가죽으로 만든 풀무로 바람을 일으켜 불을 부쳤다. 그는 청동과 은, 주석과 금을 녹여 번쩍거리는 가슴 가리개와 장딴지 가리개, 붉은 색깔의 장식 볏을 넣은 금 투구와 방패를 만들었다. 특히 헤파이스토스는 방패에다 도시, 바다, 전투 장면, 사자 사냥, 곡식 걷이가 끝난 평원, 포도가 오종종하게 열린 포도 덩굴, 피리소리에 맞추어 춤추는 남녀의 그림을 박아 넣었다. 새벽이 되자, <은빛 발> 테티스는 헤파이스토스가 아들을 위해 만들어 준 갑옷을 들고 올림포스를 내려왔다. 아킬레우스는 그 빛나는 갑옷을 입었다. 일찍이 경험해 보지 못한 용기와 적개심이 아킬레우스의 가슴 속에서 솟아올랐다. 그러나 개인의 명예와 관련된 문제에 민감한 오뒤세우스는 아킬레우스가 무턱대고 뮈르미돈 군대를 이끌고 싸움터로 나가는 것은 옳지 못하다고 말했다. 오뒤세우스의 말에 따르면, 먼저 아가멤논과 정식으로 화해하고 신들에게 제물을 바쳐 이를 알리는 예식을 거행한 후, 일찍이 아킬레우스가 거절한 적이 있는 아가멤논의 선물을 받아 들인 뒤에 출전하는 것이 좋겠다는 것이었다. 아가멤논은 사람을 보내어 선물을 전했다. 선물을 전해 준 사람들은 아킬레우스에게, 아가멤논을 대신해서 그 동안의 허물을 인정하고 용서를 구했다. 아킬레우스는 이제 금덩어리, 노예, 값비싼 말은 물론이고, 심지어는 브리세이스조차도 귀찮았다. 하지만 그는 그 선물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것을 받아야만 비로소 화해의 절차를 끝내고 싸움터로 달려갈 수 있을 터이기 때문이었다. 이로써 두 사람의 화해는 정식으로 이루어졌다. 뮈르미돈 족을 비롯해서 모든 그리스 병사들이 아침을 먹었다. 그러나 아킬레우스는 파트로클로스의 복수가 끝나기까지 먹는 것과 마시는 것에 손을 대지 않으려 했다. 그가 전차에 올라 막 앞으로 나아가려고 할 때였다. 헤라 여신으로부터 딱 한 차례 인간의 말을 할 수 있는 권능을 받은 그의 백마 크산토스가 갈기가 땅에 닿도록 고개를 숙이고는 말했다. "아킬레우스 장군님. 장군님만 슬픈 것이 아니고 저희들도 슬픕니다. 저희들은 아버님 제퓌로스(서풍)처럼 내닫고 싶습니다만, 아무리 그렇게 달려도 장군님을 구할 수는 없습니다. 장군님께서는 곧 목숨을 잃으시게 됩니다." 백마 크산토스의 말에 아킬레우스가 대답했다. "나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헥토르가 살아 있는 한 그 자리를 피하지 않겠다. 그러니 그 동안 만이라도 힘껏 달려 다오." 그러자 두 마리의 백마는 고개를 끄덕거리고는 적진을 향해 내달았다. 아킬레우스는 그 날 하루 종일 뮈르미돈 군대의 선두에서 트로이아 군을 무찔렀다. 그는 트로이아 군을 강으로 밀어넣었다. 핏빛으로 흐르는 강은 트로이아 군을 보호하면서 아킬레우스를 금방이라도 삼킬 듯이 용틀임쳤다. 숱한 병사들이 그 강물에 떠내려갔다. 아킬레우스는 트로이아 군을 추격하여 강을 건넜고, 건너쪽 강변에서도 무수히 많은 트로이아 군을 죽였다. 얼마나 죽였던지 땅은 진홍빛으로 물들고 시체를 밟은 말이 전차의 차축과 뼈대에 무수한 핏덩어리를 튀겼을 정도였다. 그는 마지막 승리의 영광을 앞두고 트로이아 군을 압박해갔다. 아킬레우스와 뮈르미돈 군대는 트로이아 군을 성문 앞까지 추격했다. 트로이아 군은 성 안 사람들의 활짝 열어 놓은 성문 안으로 쫓겨 들어갔다. 그러나 헥토르만은 창을 움켜쥔 채 성의 정문 앞에 버티고 서 있었다. 성벽 위에서 아들의 모습을 지켜 보던 프리아모스 왕은, 신들이 준 갑옷을 입고 유성처럼 달려오는 아킬레우스를 보자 아들에게 어서 성 안으로 들어오라고 소리쳤다. 그러나 헥토르는 오래 전에 만나기로 약속이라도 되어 있는 것처럼 그 자리에 꼼짝도 하지 않고 서서 아킬레우스를 기다렸다. 그가 그렇게 기다렸던 것은 자신의 최후가 멀지 않을 것이란 생각 때문이었다. 그리고 또 다른 이유는, 전날 평원에서 야영해야 한다고 주장해 엄청나게 많은 부하들을 죽게 한 책임이 자기에게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따라서 아킬레우스를 죽임으로써 부하들의 죽음을 복수할 수 있으며, 만약 그럴 수 없다면 자기 목숨으로 그 빚을 갚겠다고 결심했던 것이었다. 아킬레우스는 전속력으로 전차를 몰아 돌진해왔다. 헥토르의 몸에서 힘이 쭉 빠져나갔다. 검은 선단이 오고 나서 십여 년 세월이 흐르도록 한 번도 없던 일이었다. 헥토르는 돌아서서 도망쳤다. 그는 도망치느라고 트로이아 성을 세 바퀴나 돌았다. 세 차례나 거룩한 무화과 나무를 지나고 평화시에는 아낙네들의 빨래터로 쓰이던 우물가를 지났다. 헥토르는 사슴처럼 도망쳤고 아킬레우스는 표범처럼 추격했다. 헥토르가 용기를 되찾은 것은 세 번째로 성의 정문 앞에 이르렀을 때였다. 그는 돌아서서 적을 맞았다. 아킬레우스의 창이 그의 어깨를 스쳐 지나갔다. 어찌나 가까이 스쳤던지 바람소리가 그의 귀에 들렸을 정도였다. 헥토르 역시 창을 던졌다. 그러나 그의 창은, 도시와 전쟁터의 풍경과 피리 소리에 맞추어 춤추는 남녀가 새겨져 있는 아킬레우스의 방패를 뚫지 못했다. 아킬레우스에게는 창이 하나 더 남아 있었지만 헥토르에게는 없었다. 헥토르는 칼을 뽑아들고 외쳤다. "불명예스럽게 죽고 싶지는 않다!" 그리고는 아킬레우스에게 덤벼들었다. 그러나 칼로 찌를 만한 거리까지 접근하는 순간, 아킬레우스가 그의 목을 겨누고 창을 던졌다. 그는 휘청거리다 땅바닥에 쓰러졌다. "개떼와 까마귀 떼가 땅에 묻히지 못한 너의 살을 찢어 먹을 것이다." 아킬레우스가 먼지투성이가 된 채로 쓰러져 있는 헥토르를 내려다보면서 내뱉었다. 헥토르는 그에게 애원했다. "아버지가 금덩어리로 내 몸값을 치를 것이다. 그러니 내 시체를 아버지께 내어 드려 제대로 장례를 치를 수 있게 해다오." 그러나 아킬레우스는 자비를 베풀 기분이 아니었다. "안 돼! 할 수만 있다면 네 살을 찢어 먹고 싶은 마음이다. 하지만 개떼에게 던져 주어 개들로 하여금 너의 살을 놓고 다투게 해주지. 네 아버지가 네 몸무게와 맞먹는 금덩어리를 가져 온다 해도 소용 없다." 헥토르는 더 이상 애원하지 않았다. 그는 마지막 숨을 몰아쉬며 외쳤다. "내 아우 파리스가 바로 이 자리에서 너를 죽일 것이다. 내 말을 명심하라." 마지막 숨결을 토해 내고서 헥토르는 눈을 감았다. 그 순간 그의 영혼은 저승을 향해 길을 떠났다. 아킬레우스가 헥토르의 몸에서 하루 전만 해도 자신의 것이던 갑옷을 벗겨 내고 있을 동안 그리스 진영의 최전방에 있던 병사들이 우루루 몰려왔다. 병사들은 더 이상 두려워하지 않아도 되는 헥토르의 시체를 구경하고는, 다른 곳으로 옮겨지기 전에 저마다 한 차례씩 시체에다 창질을 했다. 아킬레우스는 시체에다 해괴한 짓을 했다. 그는 헥토르의 발목 뒤, 발뒤꿈치에서 장딴지에 이르는 힘줄 뒤쪽을 잘라 구멍을 내고 거기에 소가죽 끈을 꿰어 묶고는 그 끈의 한쪽 끝을 전차 뼈대에다 묶었다. 되찾은 갑옷을 전차에 실은 그는 전차에 올라 손수 고삐를 잡고 채찍으로 말 엉덩이를 때렸다. 말은 선단 방어벽을 향하여 서풍처럼 달려나갔다. 말이 달리자 헥토르의 시체는 울퉁불퉁한 땅바닥 위에서 때로는 뒤틀리면서 때로는 엎어지고 쓰러지고 하면서 끌려갔다. 헥토르의 검은 머리카락은 전쟁터의 먼지와 온갖 쓰레기를 주위가 자옥해지도록 휘날리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