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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메로스 : 일리아드 (liad)★ 헥토르의 시신을 되찾아오다

Joyfule 2006. 3. 14. 00:54

호메로스 : 일리아드 (liad)★ 헥토르의 시신을 되찾아오다 신들은 테티스를 올림포스 산 꼭대기로 불러 올렸다. 그리고는 테티스에게 일렀다. "가서 아들에게 이르세요. 제우스 신을 비롯한 올림포스의 신들은 아킬레우스가 헥토르의 시체를 다루는 것에 화가 났다고요. 헥토르의 시체를 그 아버지 프리아모스 왕에게 돌려 주라고 하세요. 프리아모스 왕이 몸값을 알맞게 치를 테니까요." 아킬레우스는 어머니로부터 그 말을 들었다. 슬픔에 젖어 어떤 사람의 말에도 귀를 기울이지 않던 아킬레우스도 어머니의 말만은 다소곳이 들었다. 거의 같은 시각에 신들은, 종종 신들의 심부름꾼 노릇을 하는 무지개 여신 이리스를 프리아모스 왕에게 보냈다. 프리아모스 왕은 왕궁에서 머리에다 먼지와 재를 뿌린 채로 슬픔에 잠겨 있었다. 이리스 여신은 프리아모스 왕에게 말했다. "아킬레우스에게 가서 몸값을 낼 테니 아들의 시신을 돌려 달라고 하세요. 그러면 아킬레우스도 마다하지 않을 거예요." 늙은 프리아모스 왕은 보물 창고로 가서 향내나는 나무로 만들어진 상자를 열고는 열두 벌의 비싼 예복, 열두 벌의 겉옷과 수놓인 웃옷을 꺼냈다. 열 개의 금덩어리, 번쩍거리는 황금 솥, 그리고 트리키아 백성들로부터 선물로 받은 무척이나 아끼고 자랑스러워 하던 금술잔을 꺼내 그 옷더미 위에 놓았다. 프리아모스 왕은 남아 있는 두 아들 파리스와 데이포보스를 불렀다. 슬픔을 가누지 못하고 잇던 왕은 맏아들 헥토르가 죽었는데도 뻔뻔하게 살아 남아 있는 두 아들을 꾸짖고는, 수레를 한대 준비해 몸값으로 치를 물건을 거기에다 실으라고 명했다. 두 아들은 수레 위에다 몸값을 싣고 나귀를 비끄러맸다. 그러자 프리아모스 왕을 신들에게 기도를 하고 포도주를 제물로 올린 다음, 미리 준비되어 있던 전차에 올랐다. 왕은 수레 몰이와 전령 하나만을 데리고 정문을 빠져나가 어둠에 잠긴 평원으로 들어서서 선단 족으로 말을 몰았다. 프리아모스 왕은 알지 못했지만 나그네의 수호신인 헤르메스가 그의 옆에 붙어 있었다. 헤르메스 신은 그리스 군을 만날 때마다 날개 달린 지팡이로 툭툭 건드려 그들을 잠재웠다. 그래서 그리스 진영에서 노왕의 전차와 몸값 실은 수레를 본 병사는 하나도 없었다. 프리아모스 왕 일행은 아무 제지도 받지 않고 방어벽을 지나 이윽고 갈대 이엉으로 덮인 아킬레우스의 막사에 이르렀다. 프리아모스 왕은 전차에서 내려 안으로 들어갔다. 아킬레우스의 부하들이 수레에서 몸값을 내리고 있을 동안 헤르메스 신은 가만히 올림포스로 돌아갔다. 아킬레우스는 막사 안에서 부하들과 함께 저녁을 먹고 있었다. 프리아모스 왕은 아킬레우스왕자에게 다가가 발 밑에 무릎을 꿇고는 관습에 따라 그의 손에 입을 맞추었다. 헥토르뿐만 아니라 자신의 아들을 여럿 죽인 그 손이 프리아모스 왕에게는 진흥빛으로 보였다. 왕은 애원했다. "늙은 나를 불쌍하게 여기시고 신들의 뜻을 좇으시어 내 아들을 돌려주기 바라오. 장군의 아버님을 생각해 보시오. 늙으신 아버님도 아들을 멀리 떠나 보내고 나처럼 슬퍼하실 게 아니오? 하지만 그분에게는 아들이 돌아올 것이라는 희망이라도 있지 않소. 나를 불쌍하게 여겨 주오. 내 아들을 위해 나는 오늘 도저히 할 수 있을 것 같지 않던 일을 했소. 내 아들들을 무수히 죽인 장군의 손에 입을 맞춘 일이 그것이오.? 아킬레우스는 멀리 있는 늙디늙은 아버지를 생각했다. 그의 아버지도 프리아모스 왕처럼 머지 않아 슬픈 소식을 듣게 될 터였다. 아킬레우스는 프리아모스 왕을 일으켜 세우고 다정하게 말했다. 두 사람은 서로를 부여안고 울었다. 프리아모스 왕은 아들을 생각하면서 울었고 아킬레우스는 자기 아버지와 파트로클로스를 생각하면서 울었다. 아킬레우스는 여종들에게 명하여 헥토르의 시체를 화장할 수 있도록 깨끗이 씻고, 프리아모스 왕이 가져온 겉옷 중에서도 가장 좋은 옷으로 잘 싸도록 했다. 헥토르의 시체가 깨끗한 겉옷에 싸여 빈 수레에 실리자 그는 음식과 술을 내어오게 했다. 두 사람은 함께 먹고 마셨다. 프리아모스 왕은 그런 다음에야 몸값을 치르고, 되찾을 아들의 시신과 어두운 평원을 가로질러 트로이아 성으로 돌어갔다. 온 트로이아 백성들이 성문으로 나와 헥토르의 죽음을 애도했다. 헥토르의 시신은 생전에 살던 집으로 옮겨졌다. 여자들이 시신의 주위로 모여들어 자신들의 머리카락을 쥐어뜯으면서 곡을 하고 만가를 불렀다. Gavin Hamilton , Priam Pleading with Achilles for the Body of Hector 안드로마케는 침대 앞에 앉아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울부짖었다. "아직 이렇게 젊으신데 어째서 아내는 집 지키는 과부로, 아들은 아비 없는 자식으로 남겨 놓고 떠나십니까? 떠나시려면 집에서 떠나셔야지요. 저에게 손을 내미시든지 그게 안 되면 유언이라도 몇 마디 하고 가셔야지요. 어차피 울면서 보내야 할 긴 세월, 그래야 밤낮으로 떠올리기라도 하지 않겠습니까?" 그 다음으로 어머니 헤쿠바가 통곡하면서 말했다. "헥토르, 그 많은 아들 중에서도 내가 가장 사랑하던 아들아. 살아 있을 때 그토록 신들의 사랑을 받더니, 그원수의 전차에 매달려 그렇게 끌려 다녔는데도 터진 데 멍든 데 하나 없는 것을 보니 아직도 신들의 사랑을 받는 모양이구나. 아, 네 목숨을 앗아간 붉은 꽃 한 송이 같은 상처 자국이 하나 있을 뿐, 너는 잠을 자고 있는 것 같구나." 세 번째로 검은 상복 차림의 헬레나가 그 흰 팔을 흔들면서 통곡했다. "헥토르여, 트로이아 왕가의 왕자들 중 내 마음에 가장 가깝던 분이시여, 파리스가 나를 이 곳에 데려온 이후로, 진작에 죽었어야 했던 나에게 거친 말 한마디 퉁명스러운 말 한 마디 안하시던 분이시여, 모두가 나의 소행을 질타할 때도 따뜻한 가슴과 부드러운 말씨로 원망을 자제하던 분이시여. 아, 나에게 화 있으라. 나에게 화 있으라. 이제 이 트로이아에는 나를 벗으로 여기는 사람이 없어지고 말았구나.……." 프리아모스 왕은 부하들에게 황소를 수레에다 매고 화장단 쌓을 장작을 실어오게 했다. 그리고는 아킬레우스가 헥토르의 장례식을 위해 열하루 동안의 휴전을 약속한 만큼 그리스 군의 공격은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트로이아 군사는 황소 수레를 끌고 산으로 올라가 아흐레동안이나 장작을 베어 내려 성벽 밖에다 거대한 화장단을 쌓았다. 그리고는 열흘째되는 날 헥토르의 시신을 화장단에 올리고 불을 붙였다. 불길이 가라앉자 트로이아 왕족들은 울면서 헥토르의 재와 뼈조각을 주워 모아 보랏빛 천에 다 쌌다. 그런 다음 이것을 금상자에 넣어 미리 파둔 구덩이에 묻고 그 위를 돌로 쌓았다. 왕족들은 장례 절차를 따르면서 사방을 살피며 몹시 조급하게 굴었다. 아킬레우스가 약속한 열하루가 거위 끝나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장례를 마치고 성 안으로 들어간 그들은 관습에 따라 큰 잔치를 열었다. <말을 길들이는 자>로도 불리던 헥토르의 장례식은 이렇게 끝이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