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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gar Allan Poe - 검은 고양이(The Black Cat:1843) 5.

Joyfule 2009. 8. 13. 06:12
     
      Edgar Allan Poe - 검은 고양이(The Black Cat:1843) 5.      
    이 계획은 조금도 어긋나지 않았다. 
    쇠지레로 거뜬히 벽돌을 떼고서 송장을 안쪽 벽에 기대어 감쪽같이 
    그 자리에 버티어 놓은 다음 별로 힘들이지 않고 먼저 있던 대로 벽 전체를 다시 쌓았다.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 이전과 다름없는 벽토를 만들어 조심스럽게 벽돌 개수 공사를 끝마쳤다. 
    공사를 끝내고 나니 마음이 놓였다. 
    벽에 손을 댄 흔적은 조금도 보이지 않았다. 
    바닥에 떨어진 쓰레기는 남김없이 치워 버렸다. 
    득의 양양하게 주위를 돌아보니 저절로 이런 말이 나왔다.
      "적어도 이번은 헛수고가 아니었군"
    다음으로 할 일은 이런 여러 가지 불행의 원인이 되어 온 그 고양이를 찾는 일이었다. 
    기어코 그 놈을 죽이기로 굳게 결심을 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 때
    그 놈을 만날 수만 있었다면 그 놈의 운명이란 두 말할 여지도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 교활한 고양이는 내가 무섭게 화를 내는 바람에 놀랄 일이 있어서 
    그 때의 그런 기분으로 있는 동안에는 나타나기를 꺼리는 것 같았다. 
    보기 싫던 고양이가 없어진 그 가슴이 후련하던 안도감은 
    도저히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대단한 것이었다.
    그놈은 밤에도 나타나지 않게 되었다. 
    그리하여 그 놈이 집에 온 후에 처음으로 나는 아무 생각없이 잠을 잤다. 
    살인죄의 무거운 부담을 느끼면서도 편안히 잠을 잤던 것이다.
    다음 날도 그 다음 날도 변함없이 지나갔건만 
    나를 괴롭히던 고양이는 여전히 돌아오지 않았다. 
    나는 다시 한 번 자유로운 인간으로서 숨을 쉬었다. 
    그 괴물은 공포에 질려 영원히 내 집에서 도망치고 말았구나! 
    그놈을 다시는 보지 않겠지!
    그야말로 내 행복의 절정이었다. 
    내가 저지른 범죄에 대한 죄의식도 별로 내 마음을 괴롭히지 않았다. 
    서너 차례 심문을 받았으나 거뜬히 대답해 냈다.
    수색까지 당했으나 물론 아무것도 발견되지 않았다. 
    내 앞날의 행복은 굳게 보장된 것으로 보였다.
    나흘째 되는 날 뜻밖에도 경관들이 집에 몰려와서 재차 엄중한 가택 수사를 하기 시작하였다. 
    하지만 시체를 감춘 장소는 절대로 찾아낼 수 없을 것이라고 확신하고 
    나는 조금도 당황하지 않았다.
    경관들은 나에게 수색 중에 자기들을 따라다니라고 말했다. 
    그들은 구석구석을 그대로 지나치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그들이 지하실로 내려왔다. 
    나는 끄떡도 하지 않았다. 
    심장은 세상 모르고 자고 있는 사람의 그것처럼 평온하게 뛰었다.
    나는 지하실을 끝에서 끝까지 걸어다녔다. 
    가슴에 팔짱을 낀 채 버젓이 왔다갔다 했다. 
    경관들은 의심이 풀려서 떠나갈 준비를 했다. 
    가슴에 북받친 기쁨을 참는다는 것은 나에게 너무 벅찬 일이었다. 
    버티고 서서 단 한 마디 말이라도 해서 
    내가 죄가 없다는 것을 그들에게 재인식시키고 싶어 몸이 달았다.
     "여러분!" 하고 마침내 경관들이 층계를 올라갈 때 내가 말했다.
      "여러분들이 의심을 풀어 드려서 기쁩니다. 
    여러분들의 건강을 빌며 경의를 표합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여러분 이 집은 이 집은 썩 잘 지은 집입니다
    (무엇이든지 태연 자약하게 말하고 싶은 미치광이 같은 욕심에서 
    나는 내가 무엇을 지껄이고 있는지 도무지 알지 못하였다 ) 
    참 잘 지은 집이라 할 수 있지요. 이 벽돌은 썩 튼튼하거든요"
    그리고 허세를 부리고 싶은 미친 놈의 심사에서 쥐고 있던 지팡이로 
    그 뒤에 사랑하는 아내의 시체가 있는 바로 그 부분의 벽돌을 쾅쾅 두드렸다.
    그런데 하느님이시여 악마의 손에서 저를 구하옵소서! 
    지팡이 소리의 반향이 가라앉자마자 무덤 속에서와 같은 소리가 들렸다. 
    처음에는 짤막짤막한 것이 마치 어린애가 우는 것 같은 소리였는데 
    갑자기 길고 높이 연속적인 찢어지는 듯한 소리로 변하면서 
    사람 소리 같지 않은 아주 불규칙적인 고함 소리로 지옥에서나 들을 수 있을 것 같은 
    공포와 승리가 반씩 뒤섞인 통곡 소리로 변하였다.
    내 마음을 설명한다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나는 졸도하여 맞은편 벽으로 비틀비틀 쓰러졌다. 
    순간 경관들도 극도의 공포와 두려움에 싸여 층계에 꼼짝 못하고 붙어 있었다. 
    다음 순간에 열 둘이나 되는 억센 팔들이 벽을 허물어 부수고 있었다. 
    벽이 무너졌다. 
    벌써 상당히 썩어 핏덩어리가 엉겨 붙은 시체가 사람들 눈 앞에 꼿꼿이 서 있었다. 
    그 머리 위에는 시뻘건 입을 벌리고 한 눈을 크게 뜨고 있는 저 끔찍한 고양이가 앉아 있었다. 
    나에게 살인을 저지르게 하고 내가 잡히도록 소리를 내어 
    교수형 집행자에게 인도한 그 괴물의 술책에 빠지고 만 것이다. 
    나는 그 괴물을 시체와 함께 벽 속에 넣고 그냥 발라 버렸던 것이다. ㅡ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