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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dame Bovary - 구스타프 플로베르Gustave Flaubert 6.

Joyfule 2009. 8. 31. 01:08
     
      Madame Bovary - 구스타프 플로베르Gustave Flaubert 6.       
     다음 날 말에 탄 보바리 부인과 로돌프의 모습이 마을 밖 숲에 나타났다.
     어젯밤 샤를이 부인의 몸이 약하다고 걱정스럽게 이야기했을 때 
    로돌프는 승마를 하는 것이 건강에 가장 적당하니 
    생각이 있으면 집에 있는 말을 빌려 주겠다고 말하였다 
    남편 샤를은 좋아하면서 아내를 대신하여 감사해 하고 부탁했다. 
    그리고 오늘 두 사람은 말을 타고 이처럼 나타나게 된 것이다.
    하늘에는 구름 한 점 없었다. 
    꽃이 만발한 들을 지나니 빽빽이 우거진 울창한 나무 숲이 두 사람을 가로막았다. 
    두 사람은 말에서 내렸다. 로돌프는 말을 잡아맸다.
    그녀는 오솔길 사이의 이끼 낀 곳을 걸어갔다. 
    스커트 자락을 치켜 잡기는 했으나 너무 긴 탓으로 걷기가 불편했다. 
    로돌프는 그 뒤를 따라가며 양말 신은 그녀의 흰 다리의 윤곽이 무척 아름답다고 생각하였다.
      그녀는 걸음을 멈추고
      "어디를 가는 거에요? 이젠 그만 가요. 지쳤어요"
      돌아다보며 물었다. 
    로돌프는 아무 대답도 없이 주위를 둘러 보았다.
    그 곳에는 노목을 잘라 눕힌 것이 많았다. 
    두 사람은 자빠져 있는 나무 기둥에 걸터 앉았다. 
    로돌프는 자기의 사랑을 그녀가 놀라지 않게 조용조용하게 이야기하였다. 
    그녀는 흩어진 톱밥들을 발 끝으로 걷어차며 듣고 있었다.
      "두 사람의 운명은 이제 하나로 되지 않았습니까?"
      로돌프는 단정적으로 물었다
      "아녜요. 잘 아시면서 그건 안 될 말씀이에요"
      그녀는 일어서서 돌아가려 했다. 
    로돌프는 그녀의 손목을 잡고 놔주지 않았다.
    잠시 황홀한 눈매로 사나이를 바라보던 부인은 갑자기
      "아아 그 이야기는 그만해요. 말은 어디 있어요? 돌아가요"
      로돌프는 화난 듯이 당황한 몸짓을 하였다. 
    그리고 이상한 미소를 띄우며 양팔을 활짝 벌리고 그녀에게 다가섰다. 
    그녀는 반사적으로 한 걸음 물러섰다.
    그리고 더듬거렸다.
      "어머 무서워요. 그러지 마세요. 자 이제 돌아가요"
      "하는 수 없죠"
      그는 야릇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그리고 평상시와 같은 은근하고 부드럽고 서먹서먹한 태도를 취했다. 
    그녀는 그제야 안심하고 그에게 팔을 걸치며 돌아가려 했다.
      "도대체 왜 그러십니까? 저의 사랑을 믿지 않으십니까? 제발 제 말을"
      그는 팔을 벌리고 그녀의 허리를 감았다.
      두 사람의 말은 나뭇잎을 뜯어 먹고 있었다.
      그는 거기서 조금 떨어진 연못가로 그녀를 데리고 갔다. 
    연못 수면에는 풀들이 파랗게 떠 있었다. 
    시들은 수련이 동심초 사이에는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풀을 밟는 두 사람의 발소리에 개구리가 뛰어서 숨어버렸다.
      "제가 나빴어요. 당신의 말을 받아들이다니 아무래도 제가 좀 돈 것이 아닌지 몰라요"
      "왜요? 왜 그런 말씀을 하십니까?"
      "아아 로돌프 씨 저는 어떡하면 좋아요?"
      그녀는 남자의 어깨에 기대며 조용히 말하였다. 
    스커트 자락이 로돌프의 옷에 감겼다. 
    그녀는 풀밭에 반드시 누워 하얀 턱을 뒤로 젖혔다.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정신없이 흐느끼면서 오들오들 몸을 떨고 있었다.
    초저녁 어둠이 사방에 스며들었다. 
    그녀는 심장이 또다시 뛰고 뜨거운 피가 온 몸을 감도는 것을 느꼈다.
    잠시 후 그들은 돌아가려고 일어섰다.
     말을 탄 그녀의 모습은 매혹적이었다.
    날씬한 상반신을 똑바로 하고 한쪽 다리는 갈기 위에 얹었다. 
    저녁 노을에 비친 얼굴은 발그레하게 상기해 있었다.
    그날 밤 그녀는 한잠도 잠을 이루지 못했다.
    현기증이 이는 것 같은 정오의 기억이 아직도 온 몸에 감도는 것을 느끼고 조용히 누워 있었다.
    그녀는 머리맡에 거울을 집어 들었다. 
    거울에 비친 자기의 얼굴을 보고 그녀는 놀랐다.
     '어마, 내 눈이 어쩜 이렇게 클까? 그리고 이렇게 깊을까? 
    정말 나도 파리의 어디에 갔다 놓아도 조금도 손색이 없을 거야'
    그녀는 처음으로 자기의 얼굴에 도취되었던 것이다.
      '아아, 나에게도 애인은 있어 사랑하는 사람이 있단 말야'
    그 말을 되풀이하며 처녀 시절부터 꿈꾸던 일이 지금에야 실현된 것처럼 생각했다. 
    오랜 시일을 억눌려 막혀 오던 사랑의 둑이 기쁨에 넘쳐 한꺼번에 홍수를 이룬 것이다. 
    그녀는 사랑의 흥분 속에서 후회도 두려움도 
    그리고 고민도 느끼지 않는 사랑의 포로가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