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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omas Hardy - 테스(Tess of the d'Urbervilles:1891)9.

Joyfule 2009. 8. 24. 09:33

    Thomas Hardy - 테스(Tess of the d'Urbervilles:1891)9.       
매일 문간에 사람 발자국 소리만 들려도 소식이 온 것이 아닌가 
그이가 돌아온 것이나 아닌가 하고 가슴을 죄며 기다리던 보람도 없이 공허한 날만 지나갔다. 
테스는 절망과 자포 자기에 빠지기 시작했다. 
어머니는 빈곤한 살림이 테스 때문이라고 말하면서 더욱 꾸짖기만 했다. 
테스는 모든 것을 체념하고 알렉의 청혼을 수락하여 자신의 운명에 굴복하고 말았다. 
에인젤에게는 마지막 원망의 편지를 써서 보냈다
테스의 애통함을 보다 못하여 옛 목장 시절의 두 처녀는 에인젤에게 편지를 보냈다
 '선생님 부인이 선생님을 사랑하는 만큼 
선생님도 부인을 진정으로 사랑한다면 부디 부인을 돌보아 주세요. 
그 이유는 부인은 지금 친구의 탈을 쓴 원수 때문에 괴로움을 당하고 있습니다. 
정말 멀리 쫓아 버려야 할 사람이 도리어 부인 곁을 추근추근 따라다니고 있어요. 
여자에게 자기 힘만으로 이겨낼 수 없는 시련을 주어서는 안 될 거에요. 
물방울도 끊임없이 떨어지면 돌이라도 아니 그 이상의 다이아몬드라도 뚫어 없애고야 말 거에요. 
테스의 행복을 비는 두 친구로부터'
테스는 알렉으로부터 선사받은 아름다운 옷을 입고 맥없이 의자에 앉아 있었다
알렉은 테스를 데리고 샌드번으로 가 신혼 가정을 이루었다
에인젤 클레어는 브라질에서 사업에 실패하고 더구나 
처음부터 몹시 건강을 해쳤기 때문에 영국으로 돌아올 결심을 했다. 
귀국 길에 그는 어떤 영국 사람을 만나 그에게 자기 결혼에 대한 얘기를 고백했다. 
그 사람은 클레어에게 부인과 화해하라고 권고했다. 
클레어도 그 말이 옳다고 생각했다
고국으로 돌아오자 그는 테스를 찾기 시작했다. 
에인젤은 테스가 샌드번에 있다는 말을 듣고 바로 
기차를 타고 가 이 사람 저 사람에게 테스의 주소를 물었다
알렉과 테스가 결혼한 지 며칠이 안되는 어느 날 이른 아침이었다. 
어떤 남자가 알렉 더버빌 부인을 만나러 왔다는 집 주인의 전갈을 듣고 
테스가 아무런 생각없이 현관에 나갔을 때 안색이 나쁜 한 남자를 보았다
  "테스!"
  "에인젤..."
  에인젤은 두 팔을 내밀었으나 팔은 다시 양 옆으로 힘없이 내려갔다. 
테스가 문밖으로 나오지 않고 서 있었기 때문이다. 
자기 자신을 한낱 황색 해골에 지나지 않다고 생각한 에인젤은 
두 사람 사이에 뚜렷한 대조를 느끼고 자기의 외양이 테스에게 불쾌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비겁하게 도망간 나를 용서해 주겠소? 테스!"
  "이제는 너무도 늦었어요"
  테스의 눈에는 눈물이 고였다
  "왜 당신은 좀더 빨리 돌아와 주시지 않았어요? 그처럼 저를 기다리게 해 놓고"
  "테스, 난 거기서 열병으로 누워 지냈고, 
당신 편지는 5개월이나 늦게야 내 손에 들어왔던 거요"
  "정말 퍽 마르셨어요. 에인젤 지금은 저 알렉의 아내예요. 
그인 지금 윗층에 있어요. 이 옷도 그이가 입혀 준 거에요. 
에인젤 제발 곧 돌아가 주세요. 그리고 다시는 오시지 말아 주세요"
  "물론 내가 나빴어. 테스 용서하오. 
내 딴에는 편지를 받아보자 곧 병석에서 일어나 돌아오느라고 왔는데도, 결국 이미 늦었구려"
 에인젤의 눈에도 눈물이 글썽거렸다. 
에인젤은 그 자리에 머물러 있을 수가 없었다. 
그는 무거운 다리를 끌며 알렉의 동네에서 빠져 나왔다. 
간밤에 묵은 여관에 들렀다가 곧 정거장으로 걸어갔다. 
마치 테스가 신혼 여행 때의 여관에서 고향으로 돌아갈 때와 같은 고민이 에인젤을 사로잡았다. 
그는 차 시간을 기다리고 앉아 있을 수 있는 심정이 아니어서
 다음 정거장까지 걸어가기로 했다
신작로는 얼마 안 가서 내리막길이 되고 움푹한 골짜기가 뻗어 있었다. 
이 골짜기를 가로질러서 서쪽의 오르막길을 가다가 
숨을 돌리려고 발을 멈춰 무심히 뒤를 돌아다 보았다. 
그러자 지금까지 걸어온 길 저쪽에 자기를 향해서 달려오는 사람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 
그는 테스일까 싶어 기다려 보았다
창백한 얼굴을 하고 헐떡거리며 뛰어온 사람은 분명히 테스였다. 
테스는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당신이 정거장에서 나와 이리로 오는 걸 봤어요"
에인젤은 여자의 손을 쥐어 겨드랑이 밑에 끼고 전나무 아래 작은 길로 접어들었다
  "에인젤! 왜 제가 당신 뒤를 쫓아왔는지 아시겠어요? 
전 그 사람을 죽이고 왔어요. 
전 기어이 해치우고 말았어요. 
제가 당신을 생각하고 울고 있을 때에 그는 당신을 마구 욕하지 않겠어요. 
전 벌써부터 언젠가는 이런 일이 있으리라고 생각했어요. 
그 사람이 나타나서 우리들을 망쳐 놓은 거에요. 
전 그 사람에게 짓밟히며 거짓 속에서 일생을 보낼 순 없어요. 
에인젤 제가 당신에게 저지른 죄를 용서해 주시겠어요? 
절 사랑한다고 한 마디만 말해 주세요. 네 어서 절 사랑한다고 말해 줘요"
에인젤 클레어는 파르스름한 입술로 테스에게 키스하고 여자의 손을 잡으며 이렇게 말했다
 "난 절대로 당신 곁을 떠나지 않을 테야. 과거에 당신이 무슨 짓을 했든 말이야"
두 사람은 아래로 한없이 걸어갔다. 
그리하여 산 속에 있는 어느 나무꾼의 빈 움막에 들어가 
이 세상에서 처음으로 안주할 곳을 발견한 듯 흐뭇한 마음으로 포옹했다. 
그들은 이 집에서 이틀을 묵었다. 
생애를 건 지극한 사랑을 다만 이 자리와 이 한 순간에 기울여 테스는 에인젤에게 매달렸다. 
에인젤도 테스를 사랑했다
그들은 낮에는 숲 속에서 쉬다가, 밤이면 어둠을 타고 도망을 쳤다. 
북쪽으로 가서 항구로 빠져나가 도망하려는 것이 에인젤의 계획이었다. 
그러나 두 사람의 비장한 사랑도 오래 계속될 수는 없었다
  "여보, 제가 죽더라도 제 동생 리자루를 돌봐 주세요. 
만약 그 애가 당신 것이 된다면 제가 죽은 후에도 우리 사이가 멀어지지도 않을 거에요. 
여보 에인젤, 우리는 저승에 가서도 다시 만날 수 있을까요?"
테스가 눈물을 머금고 이런 말을 한 것은 산에 들어온 지 열흘째 되던 날이었다
다음 날 아침 수색대는 이들을 포위했다.
 먼저 눈을 뜬 에인젤은 그들에게 낮은 소리를 냈다
  "테스가 잠이 깰 때까지 좀 참아 주십시오"
  그들은 말없이 석상처럼 서서 테스의 잠자는 얼굴로 지키고 있었다
  이윽고 눈을 뜬 테스는 에인젤에게 
  "이 행복이 언제까지 갈 리 없어요. 지금까지도 저에겐 과분했어요. 
저는 마음껏 행복을 누린 셈이에요.
이젠 더 살면서 당신에게 멸시 당한 일도 없게 되었어요" 
하고 일어서서 수색대원 앞으로 나가며 
  "포승줄로 묶으세요"라고 조용히 말했다
일찌기 웨섹스의 수도였던 아름다운 옛 도시 윈톤세스터 시에는 
붉은 벽돌집 한 채가 우뚝 솟아 있었다. 
그것은 테스가 갇혀 있는 감옥이었다. 
이 건물에는 팔각형의 높은 탑이 솟아 있고 그 탑 꼭대기에는 길다란 깃대가 서 있었다. 
극도로 쇠약한 에인젤 클레어와 키가 후리후리하고 한창 피어나는 그의 처제 리자루는 
언덕 위에 서서 이 탑을 바라보고 있었다. 
시계가 여덟 시를 친 지 몇 분 후에 검정 깃발이 느릿느릿 올라가기 시작하더니
이윽고 그것이 7월의 아침 바람에 펄럭거렸다. 
검은 깃발은 사형을 집행했다는 표시였다
드디어 심판은 끝났다. 
여러 신들의 말을 빌리면 거느리는 자는 마침내 테스에 대한 희롱을 끝마친 것이다. 
그러나 더버빌 가의 옛 조상인 기사들이며 귀부인들은 무심히 무덤 속에서 잠들고 있었다. 
말없이 바라보고 섰던 에인젤과 리자루는 
마치 기도를 올리듯 땅 위에 쓰러져 한참 동안 꼼짝도 않고 있었다. 
검정 깃발은 말없이 바람결에 나부끼고만 있었다. 
이윽고 마음을 가다듬은 두 사람은 일어서더니 다시 손을 잡고 그 자리를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