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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omas Hardy - 테스(Tess of the d'Urbervilles:1891)8.

Joyfule 2009. 8. 21. 09:19
 
    Thomas Hardy - 테스(Tess of the d'Urbervilles:1891)8.     
블랙모어 분지로 마차가 접어들자 어릴 적 눈익은 풍경이 사방에 전개되어 
테스는 혼미한 상태에서 정신을 가다듬었다. 
맨 먼저 머리에 떠오른 생각은 어떻게 부모님의 얼굴을 대할까 하는 걱정이었다
손에 든 보따리는 가벼워도 마음 속에는 무거운 짐을 진 테스는 
지금 온 세상에 갈 곳이란 여기 만한 데도 없다는 듯 친정집 문간을 찾아들고 있었다. 
시집 간 딸이 소식도 없이 찾아 올 줄이야 꿈에도 몰랐던 어머니는 
테스를 보자 깜짝 놀라 말을 했다
  "아니, 테스 아니냐. 그래 네 신랑은 어디 있니?"
  어머니는 놀라움과 불안이 섞인 얼굴로 바라보았다. 
테스는 흐느껴 울면서 대강을 얘기했다. 
  "그렇게까지 주의를 했는데도 넌 정말 어처구니 없는 바보지 뭐냐"
  더버빌 부인은 흥분을 이기지 못해 테스에게도 자기 몸에도 물을 마구 뿌리면서 고함쳤다
주정뱅이 아버지가 동네를 돌아다니며 소문을 퍼뜨려 
부러워하던 테스의 결혼이 도리어 동네 사람들의 농담거리가 되고 말았다. 
테스는 괴로웠다. 
그러나 그 때는 그 사람을 사랑하면 사랑할수록 진실을 고백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자기가 한 일은 잘못이 아니라고 지금도 테스는 생각하고 있었으나 
진심으로 사랑하던 그 사람은 그 때문에 자기를 떠나 멀리 브라질까지 가고 말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테스의 앞길은 암담했다. 
게다가 집은 가난하고 아버지는 여전히 술에 찌들어 있었다. 
어머니는 내내 바보라고 꾸짖기만 했다. 
테스는 눈물을 감추고 되도록 열심히 일을 하는 것으로 시간을 보냈다. 
그녀는 집안 식구들에게 에인젤이 다시 자기를 찾는다고 말하고 일자리를 얻어 집을 떠났다. 
테스는 맡은 일이 거의 끝날 무렵에 동생 리자루의 기별이 와서 급히 집으로 돌아가게 되었다. 
어머니가 죽게 되고 아버지 역시 중병에 있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어머니는 회복되었으나 아버지는 결국 세상을 떠났다
한편 알렉은 그 동안 개심을 하고 
캠프나 기타 종교 회합에서 설교를 하며 시골로 돌아다니고 있었다. 
이러한 회합에서 그는 우연히 테스를 보았다. 
그리고 또 뒤를 따라 다녔다. 
테스에 대한 연정이 되살아난 것이다
세상을 모르는 순진한 처녀의 징조를 유린하고 그로 인해서 
평생을 파멸시키고 있는 알렉의 손길이 다시 테스에게 뻗쳐 왔다. 
그는 종교 순회를 집어치우고 플린트콤애쉬로 테스를 찾아오기 시작했다. 
알렉은 자기가 테스의 진짜 남편이며 
에인젤 클레어는 결코 테스에게로 돌아오지 않는다면서 결혼을 요구했다
테스는 에인젤에게 호소의 편지를 보냈다
그러나 남편으로부터는 회답이 오지 않고 알렉의 구혼은 점점 더 집요해졌다. 
게다가 가난에 시달린 더버빌 가에 대한 알렉의 친절과 
클레어의 이해할 수 없는 무소식이 겹쳐 차츰 테스를 궁지에 빠뜨렸다. 
테스의 어머니는 오히려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다
"알렉의 집안은 너도 알다시피 이 근처에서 제일 가는 부자다. 
사실 또 네게 처음으로 남자란 걸 알게 해 준 인연도 있지 않니 
그러니 이런 얘기가 나온 건 아주 다행한 일이다"
테스는 이 말을 들은 체 만 체했다. 
그러나 어머니는 한 걸음 더 파고 들며 얘기했다
"생각해 보렴. 네가 그만큼 솔직하게 과거를 말했는데 그렇다고 
널 버리고 타국에 간 남자는 아무리 생각해도 매정한 사람이지 뭐냐. 
그런 박정한 남자한테 의리를 지키다니 넌 도대체 어떻게 할 작정이니?"
  "그이는 반드시 돌아올 거에요"
  "참 딱하기도 하지. 글쎄 돌아올 리가 있겠니. 
첫날 밤에 신부를 안아보지도 않은 남자가 어떻게 돌아온단 말이냐. 
거기 비하면 알렉은 참 훌륭한 사람이다. 
그 사람은 네게 대한 책임을 느끼고 청혼하는 게 아닌가 말이다.
알렉과 결혼을 하면 우리는 이 집에서 쫓겨나지도 않고 
동생을 학교에 보내게 되며 남부럽지 않게 살게 아니냐. 
내 말만 들으면 틀림이 없다"
  테스는 무척 괴로웠다. 브라질에 있는 에인젤에게 또 편지를 썼다
'그리운 남편에게 당신을 이렇게 부르게 해 주세요. 
제가 사랑하는 사람이란 이 세상에 정녕 당신밖에 아무도 없습니다. 
에인젤! 저는 지금 무서운 유혹에서 말할 수 없는 고통을 받고 있습니다. 
그 상대가 누구라는 것도 너무도 지겨워 차마 말을 수 없습니다. 
당신이 다시 한 번 지난 날의 목장 시절과 같이 저를 사랑해 주실 수 있다면 곧 돌아와 주세요. 
그렇게 안 되면 저를 당신 곁으로 데려가 주세요. 
저를 당신의 아내로 하실 수 없다면 하녀라도 좋습니다. 
당신이 오든지 아니면 제가 당신 곁으로 가지 않으면 저는 죽을 도리 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진정 당신을 위해서는 깨끗이 죽을 것이며 또 어떠한 고통이 있어도 살겠어요. 
입 밖에 내고 싶지도 않은 알렉과 결혼을 강요당하고 있고 어머니도 적극적으로 권하고 있습니다. 
제가 그와 결혼을 한다면 우리 집은 가난으로부터 구원된다는 것입니다. 
어머니는 당신을 무정하고 모진 사람이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결코 당신은 저에게로 돌아오지 않는다는 겁니다. 
그러나 저로서는 그런 일은 믿을 수 없습니다. 
당신이 저를 구하러 돌아와 주세요. 
곧 돌아오실 형편이 못된다면 얼마 후에 돌아온다는 편지를 보내 주세요 
저는 아무래도 올가미에 걸려서 영원한 함정 속에 빠지고 말 것 같습니다. 
빨리 저를 만나 주세요. 당신의 테스는 주님께 맹세하고 기다리겠습니다. 
당신께만 순정을 바치는 애타는 테스 올림'
이러한 편지를 발송한 테스는 에인젤의 회답을 받은 뒤에 
자기 태도를 결정하겠다고 어머니께 약속했다. 
테스는 편지가 가고 올 날짜를 계산하며 남편의 답장을 고대했다. 
그러나 답장이 올 날짜가 훨씬 지나도록 아무런 소식도 없었다
알렉도 어머니도 그것 보라는 듯이 테스를 궁지로 몰아넣었다. 
알렉은 때로는 에인젤이 영국에 절대로 돌아오지 않겠다고
 친구에게 써 보내온 편지를 보고 왔노라고 거짓말을 했다. 
그러나 테스는 이제부터 석 달만 더 기다려 보아 
회답이 없을 경우에 결혼하겠다고 말하며 승낙하지 않았다. 
어느덧 3개월도 흘러갔건만 에인젤로부터 여전히 소식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