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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omas Hardy - 테스(Tess of the d'Urbervilles:1891)7.

Joyfule 2009. 8. 20. 10:07
 
    Thomas Hardy - 테스(Tess of the d'Urbervilles:1891)7.     
크리스마스도 지나고 12월 31일에 두 사람은 결혼했다. 
결혼식은 테스가 즐겨 다니는 교회에서 거행되었다. 
그리고 신랑 신부는 목장 사람들의 축복을 받으면서 신혼 여행을 떠났다. 
젖 짜는 아가씨들은 부러운 마음으로 신혼 부부를 바라보고 있었다. 
신부가 된 테스도 명랑한 웃음으로 사람들의 축복에 대답했다. 
에인젤이 선사한 아름다운 신부 옷을 입고 있었다. 
두 사람은 웰브리지라는 시골에 가서 조용히 며칠을 보내기로 했다. 
그곳은 몰락하기 전의 더버빌 저택이었는데 
에인젤은 테스의 혈통을 다른 사람들에게 내세울 수 있는 징표로 생각하고 있었다. 
에인젤이 기존의 사상과 관습에 대해 비판적이고 진보적이라 해도 
그 역시 인습을 어느 사이엔가 인정하고 있었다. 
결국 생활로 돌아갈 때에는 인습이 우선인 것이었다
신혼 초야의 잠자리에 들어갈 시간이 되었을 때 
테스는 난로에 이글이글 타오르는 불을 바라보기만 하면서 일어나지 않았다. 
무언가 시시각각으로 테스의 양심에 육박해 오는 것이 있었다. 
티끌 하나 없는 순결한 마음으로 자기를 사랑해 주는 남편을 바라보자 테스는 
더 이상 자신을 숨길 수 없다는 생각이 가슴을 찔렀다. 마음은 점점 더 긴장해졌다
모든 일을 말해 버리려고 에인젤을 바라보았을 때 
에인젤은 고민이라도 하고 있는 사람처럼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테스, 내 말 좀 들어 줘 난 당신한테 고백할 일이 있어"
 테스는 기겁을 할 지경이었다. 
한편으로는 안심이 되었다. 
어쩌면 에인젤도 나와 같은 일이 있었는지도...
"여보, 당신의 천사와도 같은 순결한 모습을 보고 있자니 
내 자신의 더러운 과거를 숨길 수가 없소"
에인젤은 이어 대학 시절에 방탕하고 창녀와 함께 몇 밤이나 지냈던 일을 고백했다
  "테스, 이 더러운 내 과거를 용서해 주겠어?"
  에인젤은 부들부들 떨면서 테스의 고운 손을 꼭 쥐었다
  마치 낭떠러지에 떨어지기라도 할 것 같은 불안한 생각에 싸였던 테스는 
남편의 말을 이어 자신의 일을 털어 놓기 시작했다
  "당신은 깨끗이 과거를 먼저 얘기해 주셨어요. 
내게는 그보다 더 무서운 과거가..."
  "쓸데없이 무슨 말을... 
그보다 더 무서운 일이라니 당신에게 그런 일이 있을 리가 없지"
에인젤은 자기의 가슴에 뭉쳐 있던 고백을 마치고 나니 한결 마음이 가벼워졌다. 
그러나 테스는 더욱 괴롭기만 했다. 
칼을 들고 가슴을 에이는 듯한 생각으로 분명히 말했다
  "이대로 나를 기만할 수 없어요. 내 얘기를 다 들어 줘요"
테스는 창백한 얼굴에 단호한 결심의 빛을 띄우며 그 검은 숲 속에서 
알렉 더버빌에게 당했던 무서운 일과 어린애까지 낳았다가 죽고 만 얘기를 다 털어 놓았다
  아내의 고백을 듣고 난 에인젤은 파랗게 질렸다
  조금 전까지 두 사람 앞에서 벌겋게 타오르던 난로 불마저 꺼져 가고 있었다. 
  "테스, 믿을 수 없는 일이야. 그게 정말이오?"
  "정말이에요. 이 일 때문에 얼마나 나는 괴로워했는지 몰라요. 
그리고 막상 말을 하려니 당신이 나를 버릴 것 같아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았을 뿐이에요"
  에인젤은 머리를 움켜 쥐고 미칠 듯이 쥐어 뜯으며 소리쳤다
  "무서워, 정말 무서운 일이야. 여보 제발 거짓말이라고 말해 주오. 
당신한테 그런 끔직한 일이 있다니. 테스, 부디 거짓말로 그래 본 거라고 말해 주오"
테스는 오히려 담담히 대답했다
  "모두가 사실이에요. 지금에 와서 당신을 추호라도 속이고 싶지 않아요. 
이제는 주님 앞에 나간다 하더라도 조금도 두려울 게 없어요. 
여보 에인젤 나를 사랑하고 있다면, 내 이 과거를 용서해 줘요"
  "아아, 무서워. 용서고 뭐고 그럴 수가 없어. 
당신이 이렇게 고운 당신이 딴 남자한테 몸을 맡기고 아이까지 낳다니. 
아아 무서운 일이야. 내 꿈은 깨졌어. 저주받은 결혼..."
  테스는 엎드려서 흐느껴 울었다
그러나 다시 얼굴을 들어 한사코 호소했다
  "여보 에인젤, 용서해 줘요. 
난 당신 이외의 사람을 한 번도 사랑해 본 적이 없어요. 
그런 일이 있을 땐 난 아직 어린애였어요. 
남자에 대한 두려움을 전혀 모르는 어린애였어요"
  "당신이 죄를 지은 건 아냐. 피해를 당했을 뿐이지. 
그건 나도 알아 하지만 동기야 어쨌든, 
난 괴로워. 이런 일을 알고 나서 당신과 같이 있을 순 없어. 
당신에 대한 사랑이 깊으면 깊을수록 난 더욱 괴로워 당신과 같이 있지 못해"
이처럼 엄격해 남편의 마음이 아주 풀리리라는 희망은 전혀 없어 보였으므로 
테스는 이미 이혼을 각오했다. 
그들 사이에 금이 간 지 사흘째 되는 날 테스가 먼저 제안을 했다. 
  "난 불평은 안하겠어. 어쨌든 내일이라도 곧 친정으로 돌아가겠어요"
  "이런 말을 하고 싶진 않았지만, 역시 헤어지는 게 상책일 것 같소. 
적어도 얼마간은, 지금까지의 사유를 좀더 뚜렷이 알게 되고 
내가 당신한테 편지라도 할 수 있을 때까지.하지만 당신은 법률상으로 나의 아내요"
에인젤은 테스를 깊이 사랑하고 있어 
그의 속마음은 그녀를 애타게 갈구하고 있음에도 그것을 모르고 있었다. 
차갑고 냉정해진 에인젤은 에인젤 자신이라기보다 
지금까지 인습의 안에서 성장했던 가짜 에인젤인 것이다. 
그는 그가 얼마나 테스를 사랑하는지 모르고 있었다
그 날로 두 사람은 각각 짐을 꾸렸다. 이
튿날 아침 그들은 마차에 몸을 싣고 우선 낙농장으로 돌아갔다. 
농장주 클리크 씨 부처와 만나서 일처리를 마친 다음 
그들은 다시 마차를 몰아 나즐베리에 이르러 헤어지게 됐다
  "난 참을 수 없는 것도 되도록이면 참도록 노력하겠소. 
내가 자리를 잡으면 곧 당신한테 그 주소를 전하지. 
그리고 그 일을 참을 수 있는 심경에 이르면 그 땐 당신 곁으로 돌아가려오. 
하지만 내가 당신을 찾아가기 전에 당신이 날 찾아오지 않는 게 좋을 거요"
이 준엄한 선고를 테스는 순순히 받아들인 채 고향으로 향하는 다른 마차를 탔다. 
마차가 언덕을 기어오르고 차츰 멀어져 가는 것을 보며 
에인젤 클레어는 다음과 같은 시의 한 귀절을 읊조렸다
  '주님은 천국에 계시지 않고
  세상은 온통 잘못 투성이'
  테스가 언덕 마루를 넘어간 뒤에야 에인젤은 자기 갈 곳으로 발길을 돌렸다. 
어디를 가도 마음의 고통을 풀 도리가 없었다. 
그는 십자가와 같은 번뇌를 등에 지고 마침내 고국을 떠나 멀리 브라질로 가버렸다. 
고국이라도 아득히 떠나 있으면 마음의 고통이 풀릴지도 모르기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