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감성을 위한 ━━/영상시산책 5685

오월에는 - 청원 이명희

오월에는 - 청원 이명희 초록이 빛나는 숲으로 들어가 맘속까지 푸른 물이 들은 달콤한 사랑의 노래를 부르리라 달달하게 익은 햇살 고물고물 앉아있는그리운 기척 찾아 옛 향기 깔아 놓고 오랫동안 가두어 놓아 저민 가슴에 굴절이 되어버린 추억 꺼내곱게곱게 펴가며긴 터널을 빠져 나온 아름다운 사랑과 손을 잡고 사뿐사뿐 춤을 추리라 바람처럼 자유로운 시간 속에서 생의 한 복판을 지나갔던 화려함을 만나 떨림을 멈추지 못한 불새처럼.

마음은 동화처럼 살고 싶다 - 최태선

마음은 동화처럼 살고 싶다 - 최태선안갯속으로 걸어갔으나안개는 없었다바람 속을 걸어갔으나바람은 보이지 않았다그리움 속을 걸어 가니그리움 있었다걷힌 안갯속에는보이지 않는 삶이 있었고추구하고자 하는 생은 아니지만안개가 걷힌 곳은 푸른 초목이 자라고 있었다시야가 밝아지니 마음도 맑아진다먹구름 사이로 한 줄기 빛이 쏟아지니그것은 광명이었다푸른 하늘 가에 떠도는 하얀구름은 동화의 성을 쌓기에 충분하였다내 삶이 동화가 되고 싶으나삶에는 동화가 존재하지 않음을삶이 힘들어도마음은 언제나 동화처럼 살고 싶다.

봄날의 사랑 이야기 - 정연복

봄날의 사랑 이야기 - 정연복 사랑은 장미처럼활활 불타지 않아도 좋으리사랑은 목련처럼눈부시지 않아도 좋으리우리의 사랑은봄의 들판의 제비꽃처럼사람들의 눈에 안 띄게작고 예쁘기만 해도 좋으리우리의 사랑은 그저수줍은 새색시인 듯산 속 외딴곳에다소곳이 피어 있는연분홍 진달래꽃같기만 해도 좋으리이 세상 아무도 모르게우리 둘만의 맘속에서만살금살금 자라나는사랑이면 좋으리

열린 마음 - 어느 청교도의 시

열린 마음 - 어느 청교도의 시 영생불멸의 주님,당신 앞에 천사들이 무릎을 꿇으며 천사장들이 얼굴을 가립니다.나로 경외함과 경건한 두려움으로 당신을 섬길 수 있도록 하소서.영이시며 마음속에 진리를 요구하시는 당신이여,영과 진리로 당신을 예배할 수 있도록 나를 도우소서.의로우신 당신이여,내 마음속에 죄를 품거나, 세상적인 기질에 탐닉하거나,망하는 것들 속에서 나의 만족을 찾지 말게 하소서.세상적인 추구와 소유가 허무한 것으로 나타나고,내가 부유했든 가난했든,성공적이었든 실패적이었든,존경을 받았든 멸시를 받았든,이러한 것들이 상관없을 시간을 향하여 나는 달려갑니다.그러나내가 죄를 인하여 애통했고, 의에 주리고 목말랐으며,성실하게 주 예수님을 사랑했으며,그의 십자가를 자랑한 것은 영원한 가치가 있을 것입니다..

봄날 - 靑山 손병흥

봄날 - 靑山 손병흥연푸른 녹색 카페트 깔아놓은 산야벌 나비 불러모아 연분홍 꽃장식 하고서온 가득 풍겨나는 봄꽃 향기 맡으며따뜻한 봄햇살 속 나들이 떠나고픈사라졌다가 다시 부활하는 꿈들이설레이는 마음으로 다가서는 계절소리없는 향기 파랑개비 날리는싱그러운 맑은 햇볕 설레이는 마음활짝 핀 목련꽃 개나리 진달래수줍은 미소 노랫소리 흐르는 봄기지개 켠 채 맞이하는 기쁨 설레임오래 머무르지 않을 허망함 서글픔그러다 어느새 저만치 달아나 버릴붙잡으려 해도 머무르지 않을 아쉬움문득 되살아나는 쓸쓸함 그리움들이더욱 마음에 와 닿는 인생의 덧없음결코 길지 않을 화사함에 둘러싸여토라진 애인처럼 돌아서던 서글픔조차멋진 풍경되고 분홍빛 색깔로 변해버린되살아나는 희미한 기운 아련한 옛 추억

아버님, 어머님께 띄우는 편지 - 글: 문 보근

아버님, 어머님께 띄우는 편지 아버지 어머니 꽃가게 앞에서 나는 한참을 머뭅니다 카네이션 꽃을 사본 지가 얼마던가요 여전히 카네이션 꽃은 그때나 지금이나 아름답고 고웁습니다 나는 주인 없는 꽃 두 송이를 사들고 집으로 돌아옵니다 돌아오면서 그때 순간순간 불렀던 두 분의 호칭을 그리움 찍어 다시 불러 봅니다 아빠, 아버지, 아버님, 그리고 엄마, 어머니, 어머님하고 불러 봅니다 이렇게 부르다 보니 눈시울이 붉어지며 아릿한 그 시절이 떠오릅니다 내가 아주 어릴 적 아빠하고 부를 때는 아빠는 나를 토끼라고 부르고 엄마는 강아지라고 부르셨지요 내가 중년이 되어 아버지하고 부를 때는 아버지는 나의 선배가 되시고 어머니는 친구가 되셨지요 내가 불혹이 되어 아버님하고 부를 때면 아버님은 나의 스승이 되시고 어머님은 ..

망초도 꽃이다 - 오솔길

망초도 꽃이다 - 오솔길아침나절 읍내 가는 버스를 탄다차창 밖으로 망초들 무리를 본다망초도 모여 피니 정겹다아무도 갈지 않은 묵밭에서군 부대의 철조망 담장 밑에서흐드러지게 핀아 너도 꽃이었구나하찮은 잡초가 아니었구나버스 안은 온통 촌로들일생을 흙과 살다가이제는 늙고 병들어 묵정밭 잡초같은 노인들왁자지껄 떠드는 소리에때로는 한숨 쉬고때로는 가슴 훈훈해 지는 나도 망초였구나모여서 아름다운 망초였구나

시선 - 마종기

시선 - 마종기어떤 시선에서는 빛이 나오고다른 시선에서는 어두움 내린다어떤 시선과 시선은 마주쳐자식을 낳았고다른 시선과 시선은 서로 만나손잡고 보석이 되었다다 자란 구름이 헤어질 때그 모양과 색깔을 바꾸듯숨 죽인 채 달아오른 세상의 시선에당신의 살결이 흩어졌다어디서 한 마리 새가 운다세상의 바깥으로 나가는 저 새의 시선시선에 파묻히는 우리들의 추운 손잡기

춘화春畵 - 김종제

춘화春畵 - 김종제북한산 쪽두리봉 기슭에야한 춘화 그려져 있다고어디서 소문 듣고 구경간다진달래, 홍매화 처녀들저고리 풀어헤쳐탐스런 젖가슴 드러내놓았고개나리,산수유 저 여인네들허벅지 슬쩍 보여주며숲속에 앉아 노닥거리는데이팔 청춘의이제 막 물 오른신갈나무, 작살나무 남정네들까치발로 훔쳐 보고 있네누가 그려 놓은 저 춘화넋 놓고 바라보고 있는데내 속에서 발기하는 것 있어낙엽 위에 돗자리 하나 깔아놓고사랑하는 사람 불러내야겠다절벽에는 또 울긋불긋사람꽃들이 피었네너럭바위에 앉아서꽃밥에. 꽃찬에. 꽃물에 취해서황홀한 봄 아닌가불끈불끈 솟는 봄기운을도대체가 감당할 수 없어서아직 차가운 시냇가에풍덩, 몸을 던졌다

봄 - 김진섭

봄 - 김진섭양지언덕에푸릇푸릇 봄의 전령이 고개 들고너른 하늘 향해 두리번두리번거리는봄이다민들레가 오면노란 민들레 피어 오르면바야흐로 봄인 거다네 잎 크로바낡은 책갈피 납작 마른 돌연변이가 생각나고크로바 잎 따라가버린 꿈소녀가 생각나는아릿한 봄이다못 잊을 여정초등학교2학년꽁보리밥에 돌나물무침범벅이 되어교실 밖으로 부끄러워 달아나던 나의 봄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