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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매기의 꿈 - 리차드 바크 3.

Joyfule 2009. 4. 21. 01:17
     
    갈매기의 꿈 - 리차드 바크 3.   
     ㅡ Richard Bach ㅡ
    우리 모두 속에 살고 있는 진정한 조나단 시걸에게....
    가장 높이 날으는 갈매기가 가장 멀리 본다.
     제 1부 - 3 
    평범한 갈매기가 되어야겠다고 결심하니 아주 편안한 기분이 되었다. 
    이제부터는 자기를 비행 연습에로 몰아붙인 그 맹목적 충동으로부터 해방되고, 
    두번 다시 한계에 도전하는 일도, 그 때문에 생기는 실패도 없을 것이다. 
    또한 생각을 중단하는 건 기분 좋은 일이었고, 
    해변 너머 불빛을 향해 어둠 속으로 날으는 일 역시 그만두게 되어 기분이 좋았다.
    어둠! 
    이 때 마음 속에서 날카롭고 엄숙한 소리가 들렸다.
    갈매기는 어둠 속을 날지 않는다! 
    조나단은 그 소리에 신경을 쓰지 않았다. 
    다만 스스로의 생각에 흐뭇함을 느낄 따름이었다. 
    달빛과 해변의 불빛은 물 위에서 반짝이고 조그만 등대의 희미한 불빛은 
    어둠을 통해 빛나니 모든 것이 너무나 평화롭고 고요한데....
    내려가라! 
    다시금 마음 속에서 공허한 목소리가 울렸다.
    갈매기는 결코 어둠 속을 날지 않는다! 
    만일 네가 어둠 속을 날으려 한다면, 너는 올빼미와 같은 눈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눈을 감고 있어도 넓은 바다를 전부 알아볼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매의 짧고도 강한 날개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한밤중 30 미터의 상공에서 조나단 리빙스턴은 어떤 영감으로 인하여 눈을 빛냈다. 
    조금 전까지의 고통과 결심이 순식간에 사라져버렸다.
    짧은 날개, 매의 짧고 강한 날개!
    바로 이것이 해답이다! 
    나는 얼마나 어리석었던가! 
    필요한 것은 아주 짧고 강한 날개다. 
    내가 취해야 할 행동은 날개의 대부분을 접고, 오직 날개 끝만으로 날으는 것이다! 
    짧은 날개!
    조나단은 어두운 바다의 창공 600 미터까지 올라갔다. 
    그리고 실패나 죽음에 대한 생각할 겨를도 없이, 
    그는 앞날개를 몸에 꽉 붙이고 단지 가느다란 뒷날개의 일부를 차지하고 있는 
    단검 같은 날개끝 만을 바람 속으로 펴고 별안간 수직으로 급강하 하였다.
    바람이 미친 듯이 으르렁거리며 그의 머리에 부딪쳐 왔다. 
    시속 110 킬로미터.... 140 킬로미터.... 190 킬로미터.... 
    속도는 더욱 더 가속되어 갔다.
    드디어 시속 220 킬로미터에 달했다. 
    시속 220 킬로미터에서 날개의 긴장은 시속 110 킬로미터로 날 때보다 심하지 않았다. 
    그리하여 그는 날개를 아주 조금만 틀고서도 하강 속도를 늦출 수 있었고, 
    이제는 달빛 아래 회색 총알처럼 파도 위로 곤두박질을 치지 않아도 되었다.
    그는 눈을 가늘게 뜨고 몰아쳐 오는 바람을 맞으면서, 기쁨에 겨워 몸을 떨었다. 
    시속 220 킬로미터! 그것도 스스로 균형을 유지하면서! 
    만약 600 미터가 아니라 1천5백 미터 상공에서 급강하한다면 
    도대체 얼마나 빠른 속도가 될 것인가!
    그는 조금 전에 했던 맹세 따위는 
    저 무섭도록 빠른 바람결에 휩쓸려 간 듯 깨끗이 잊어 버렸다. 
    그렇지만 스스로 다짐했던 맹세를 깨뜨린 데 대해 그는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았다. 
    이러한 약속이나 맹세는 보통 갈매기와 같이 
    평범하고 상식적인 것에 순종하는 갈매기들이나 지키는 것이다. 
    스스로 실천하며 배워서 뛰어난 경지까지 도달한 갈매기에게는 
    이런 따위의 약속은 필요하지 않았다.
    태양이 떠오르는 무렵, 조나단은 다시 비행 연습을 하고 있었다. 
    1,500 미터의 상공에서 바다를 내려다 보니 
    고깃배는 파란 수면 위를 떠다니는 작은 반점에 불과했고, 
    아침 먹이를 찾아 날아드는 갈매기들도 희미한 티끌에 지나지 않았다.
    그는 그러한 티끌에서 빠져 나올 수 있게 한 자신의 의지에 대해 만족했다. 
    그리고 자신에게 닥쳐오는 공포를 물리칠 수 있는 것에 대해 자부심을 느꼈다. 
    이윽고, 그는 자연스럽게 앞날개를 편 뒤 바다를 향해 수직으로 하강했다. 
    1,200 미터 상공을 날 때, 그는 이미 한계 속도에 이르렀다는 것을 깨달았다. 
    바람이 그의 얼굴을 세차게 때리므로 더이상 빨리 날 수가 없었다. 
    그는 이제 시속 340 킬로미터로 일직선 강하 비행을 하고 있었다. 
    만일 이 속도에서 날개가 펼쳐지지 않는다면 
    자신의 몸뚱이가 산산조각이 날 것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그냥 낙하를 감행했다. 
    그러나 그에게 있어 속도는 힘이었고 기쁨이었다. 
    그리고 순수한 아름다움이기도 했다.
    그는 300 미터 상공에 이르러 수평 비행으로 전환했다. 
    날개 끝은 강한 바람 속에서 윙윙거렸으며 감각이 마비될 지경이었다. 
    고깃배와 갈매기떼가 유성처럼 빠르게 그의 옆으로 비켜섰다.
    그는 멈출 수가 없었다. 
    그런 속도에서 어떻게 하면 방향 전환이 되는지 그는 아직 모르고 있었다.
    충돌하기만 하면 즉사하고 말 것이다.
    그는 조용히 눈을 감았다.
    그래서 그 사건은 그날 아침 해가 뜬 직후 발생했다. 
    조나단은 아침 먹이를 찾아다니는 갈매기떼의 한가운데를 쏜살같이 직진하여 꿰뚫고 나갔다. 
    눈을 감고 시속 340 킬로미터의 속도로 하강하는데 
    깃이 바람과 부딪치는 소리가 금속성의 소리로 귓가에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