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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 괴테 36. ㅡ 끝

Joyfule 2010. 1. 6. 09:22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 괴테 36.  
빌헬름, 마지막 하직삼아 들과 수풀과 하늘을 보고 왔네. 
그럼 자네도 잘 있게나! 
어머니, 용서해 주십시오. 
빌헬름, 어머니를 위로해 드리게. 
당신들에게 하느님의 축복이 있기를!
내 짐은 전부 정리해 놓았네. 그럼 잘 있게나! 또 만나세, 
그때는 좀더 기쁜 얼굴로 만나게 될 걸세. 
알베르트 씨, 당신에게는 몹쓸짓을 했지만 나를 용서해 주시기 바랍니다. 
나는 당신 가정의 평화를 깨뜨리고, 당신들 두 분 사이에 의혹의 씨를 뿌렸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나는 결말을 지으려 합니다. 
내가 죽음으로써 부디 당신들 두 분이 행복해지기를 바랍니다! 
알베르트 씨, 천사와 같은 그 분을 행복하게 해 주십시오.
하느님의 축복이 당신에게 내리기를!
그는 밤에도 내내 원고들을 뒤적거리며 그 대부분을 찢어서 난로 속에 던져넣고 
몇 뭉치의 원고는 포장을 해서 빌헬름 앞으로 겉봉을 썼습니다. 
그것은 짤박한 수필과 단편적인 감상문이었습니다. 
그 가운데 몇 편은 나중에 편자도 읽었습니다. 
10시에 그는 난로에 땔감을 더 넣게 하고, 
포도주를 한 병 가져오게 한 다음, 하인더러 그만 자라고 일렀습니다. 
하인의 방은 문지기의 방과 마찬가지고 훨씬 안쪽에 있었습니다. 
하인은 다음날 새벽 일찍 일어나기 위해 옷을 입은 채로 잡자리에 들었습니다. 
6시 전에 마차가 집 앞에 올 것이라는 말을 베르테르에게 들었던 것입니다. 
11시 지나서 주위는 적막 속에 잠겨 있습니다. 
그리고 내 마음도 평온합니다. 
하느님, 이 회후의 순간에 이런 열정과 힘을 저에게 주신 것을 감사드립니다. 
그리운 이여, 나는 창가에 서서 바깥을 내다봅니다. 
바람에 몰려가는 구름 사이에, 아직도 영원한 하늘에 빛나는 별이 몇 개 보입니다! 
그렇지, 그대들은 결코 원망하는 일이 없으리라. 
영원한 존재자가 그대들을 가슴에 안고 있으니까. 
그리고 나 역시 그러하리라. 
별들 가운데서도 내가 가장 좋아한 큰곰자리, 
그 성좌의 자루 부분의 별들이 보입니다. 
밤에 당신과 헤어져서 문을 나서면, 이 성좌가언제나 맞은편 하늘에 걸려 있었습니다. 
나는 그지없이 황홀한 심정으로 이 별들을 바라보곤 했었습니다. 
두 손을 뻗어 별을 가르키며, 그때 그때의 내 행복의 상징으로 삼고, 
거룩한 증인으로 삼았었죠. 그리고 지금도......
아아, 로테, 어느 것 하나 당신을 생각나게 하지 않는 것이 없습니다! 
당신을 나를 둘러싸고 있습니다. 
나는 마치 어린애처럼, 성스러운 당신의 손이 닿았던 것이면 
아무리 하찮은 것일지라도 닥치는 대로 수집해 왔으니까요.
그리운 당신의 실루엣! 이것을 유물로서 당신에게 드립니다. 
로테, 부디 소중히 간직해 주십시오. 
몇천 번이나 나는 거기에 키스를 했습니다. 
몇천 번이나 나는 거기에 인사를 했습니다. 
밖에 나갈 때와 집으로 돌아왔을 때에.
나는 당신 아버지께, 나의 유해를 거두어 주십사고 편지로 부탁을 드렸습니다. 
묘지의 안쪽, 밭 맞은편 구석에 보리수가 두 그루 있습니다. 
나는 그 곳에 묻히고 싶습니다. 
당신 아버지께서는 그러실 수가 있고, 또 이 친구를 위해 그렇게 해 주실 것입니다. 
아무쪼록 당신도 그렇게 부탁해 주십시오.
그렇지만 경건한 그리스도 교인들은 이 불행한 사나이와 한 장소에 묻히기를 싫어할 것이고, 
나도 억지로 그렇게 해 달라고 요구할 생각은 없습니다. 
그렇습니다, 길 옆이나 호젓한 골짜기의 어느 구석에 묻어 주셔도 좋습니다.
제사장이나 레위 사람들이 성호를 그으며 그 무덤 앞을 지나가고, 
사마리아 사람이 한 방울의 눈물을 흘릴 수 있도록 말씀입니다.
자, 로테! 나는 두려움 없이 차갑고 으스스한 술잔을 손에들고 죽음을 들이켭니다. 
당신이 내게 준 술잔입니다.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이것으로 내 생애의 모든 소망이 다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이토록 냉정하게, 이토록 두려움없이 죽음의 철문을 두드릴 수가 있다니!
로테! 나는 될 수만 있다면 당신을 위해 목숨을 버리고, 
당신을 위해 이 몸을 바치는 행복을 누리고 싶었습니다. 
당신의 생활에 평화와 환희를 되찾게 할 수만 있다면, 
나는 씩씩하게, 기꺼이 죽어가리라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아아, 가까운 사람들을 위해 피를 흘리고, 
그 죽음으로써 친구들의 마음 속에 새로운 생명의 불길을 타오르게 한다는 것은 
극소수의 숭고한 사람들만이 할 수 있는 일이었습니다.
나는 입고 있는 옷 이대로 묻히고 싶습니다. 
로테, 당신의 손이 닿아서 신성화된 옷입니다. 
이것은 당신 아버지께도 부탁을 드렸습니다. 
나의 영혼은 관 위를 떠다니고 있을 것입니다.
아무도 내 호주머니를 뒤지지 않게 해 주십시오. 
이 분홍색리본은 우리가 처음 만났을 때 당신이 가슴에 달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 때 당신은 아이들에게 둘러싸여 있었지요. 
아아, 아이들에게 키스를 많이 많이 해 주십시오. 
그리고 이 불행한 친구의 운명을 이야기해 주십시오. 
귀여운 아이들! 언제나 내 둘레에 모여들곤 했었지요.
아아, 나는 어쩌면 이토록 당신과 밀착되어 있었을까요! 
최초의 그 순간부터 나는 당신에게서 떨어질 수 없었습니다. 
이 리본도 함께 묻어 주십시오. 내 생일에 당신이 선물로 준 것입니다. 
그런 물건들을 나는 얼마나 탐냈는지 모릅니다! 
아아, 그런 일들이 나를 여기까지 인도해 주리라고는 생각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마음을 가라앉히십시오! 부디 진정하십시오! 
탄환은 이미 재어 놓았습니다. 시계가 12시를 칩니다. 
그럼 로테, 잘 있어요! 잘 있어요! 
이웃사람 하나가 화약의 섬광을 보고 총소리를 들었습니다. 
그러나 2분, 곧 조용해졌으므로 그 이상 신경을 쓰지 않았습니다. 
새벽 6시에 하인이 등불을 들고 방 안에 들어섰을 때, 
주인은 피투성이가 되어 쓰러져 있었습니다. 
그 옆에는 권총이 뒹굴고 있었습니다. 
소스라쳐 놀란 하인은 주인을 안아 일으키며 소리쳤으나, 
대답은 없고 목구멍에서 골골거리는 소리가 희미하게 들릴 뿐이었습니다. 
하인은 의사에게, 그리고 알베르트에게로 달려갔습니다. 
로테는 초인종 소리에 온몸이 떨렸습니다. 
남편을 불러 깨우고, 두 사람 다 일어났습니다. 
하인은 소리내어 울면서 사건의 내용을 전했습니다. 
로테는 실신하여 알베르트 앞에 쓰러졌습니다. 
의사가 왔으나 이미 손 쓸 도리가 없는 상태였습니다. 
맥박은 뛰고 있었지만 사지는 완전히 마비되어 있었습니다. 
오른쪽 눈위에서 머리를 쏘았는데 뇌수가 터져 나와 있었습니다. 
소용없는 일인 줄 알면서도 팔의 정맥을 째자 피가 흘러나왔습니다. 
아직도 숨은 붙어 있었습니다. 
의자의 팔걸이에도 피가 묻어 있는 것으로 미루어, 
베르테르는 책상 앞에 앉은 채 방아쇠를 당신 것 같았습니다. 
그런 다음 마룻바닥으로 굴러 떨어져, 의자 주위에서 몸부림쳤던 모양입니다. 
발견되었을 때는, 힘이 다하여 창문 쪽으로 머리를 두고 누워 있었습니다. 
장화를 신고 있었으며, 푸른 연미복에 노란 조끼 차림이었습니다. 
그 집과 이웃, 그리고 온 시내가 떨들석해졌습니다. 
알베르트가 왔습니다. 베르테르는 침대에 뉘어져 있었는데, 머리에 붕대를 감고 있었습니다. 
얼굴은 벌써 죽은 사람이나 다름없었고 팔다리는 전혀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폐에서는 아직 거친 숨소리가 났습니다. 임종이 가까웠습니다. 
포도주는 한 잔 정도밖에 마시지 않은 모양으로 병째 놓여 있었습니다. 
책상 위에는 레싱의 대표적 비극 '에밀리아 갈로티'가 펼쳐진 채 놓여 있었습니다.
알베르트의 경악과 로테의 비탄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음을 양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노법무관이 소식을 듣고, 말을 타고 달려왔습니다. 
그는 뜨거운 눈물을 흘리며 임종의 베르테르에게 입을 맞추었습니다. 
법무관의 아이들도 얼마 뒤에 걸어서 왔는데, 
참을 수 없는 슬픔을 얼굴에 나타내며 침대 주위에 꿇어앉아 베르테르의 손과 입에 키스를 했습니다. 
사랑을 가장 많이 받았던 큰 아이는 베르레트가 숨을 거둔 뒤 
사람들이 억지로 떼어낼 때까지 그의 입술에서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낮 12시에 베르테르는 숨을 거두었습니다. 
법무관이 그 곳에 있으면서 여러 가지로 조치를 취했으므로 소동은 가라앉았습니다. 
밤 11시경, 베르테르는 법무관과 그의 아이들은 영구 뒤를 따라갔습니다. 
알베르트는 장지로 갈 수가 없었습니다. 
로테의 생명이 염려스러웠기 때문입니다. 
상두꾼들이 영구를 메고 갔습니다. 
성직자는 한 사람도 동행하지 않았습니다. ㅡ 끝 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