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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 괴테 33.

Joyfule 2010. 1. 2. 11:48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 괴테 33.  
 '여기 있으면서 울 일이 뭐란 말인가? 
즐거운 노랫소리가 마음을 달래 주고 있지 않은가? 
그것은 포근한 안개와도 같으니라. 
호수에서 피어올라 골짜기를 흐르고, 피어나는 꽃들을 이슬로 적시는 안개. 
그러나 태양이 다시 힘차게 솟아오르면 안개는 자취없이 걷히어 간다. 
아르민이여, 어찌하여 그대는 비탄에 잠겨 있는가? 
바다에 둘러싸인 콜마의 지배자여' 비탄에 잠겨 있다고 말하는가? 
옳은 말씀, 나는 탄식하고 있다. 
이 비탄의 까닭은 하찮은 것이 아닐세. 
카르모르여, 그대는 아들도 잃지 않았고 피어나는 딸도 잃지 않았도다. 
그대 아들 콜가르, 씩씩한 젊은이는 살아 있고, 
그대 달 아니라, 곷다운 아가씨도 살아 있지 않은가. 
그대 집안의 가지는 무성하게 벋어 있다. 
아아, 카르모르여, 그러나 이 아르민은 아르민집안의 마지막 사람이라네.
아아, 내 딸 다우라! 
네 잠자리는 어둡고, 무덤 속에 잠든 네 잠은 깊다. 잠에서 깨어나 
너의 그 노래, 마음 흐뭇한 그 목소리를 들려 줄 때는 어느 날인가? 
일어나라, 가을바람! 어두운 황야를 휘몰아치라, 
숲 속의 냇물! 울부짖으라, 
폭풍우, 떡갈나무 가지에! 
아아, 달이여, 갈라진 구름 사이를 누비며 방랑하라! 
방랑하라 방랑하며 그대 창백한 얼굴을 드러내라! 
나로 하여금 상기케 하라, 
내 아이들을 죽음이 앗아간 그 무서움 밤을, 
씩씩한 아린달이 쓰러지고, 사랑스러운 다우라가 숨을 거둔 그 밤을. 
다우라, 내 딸아, 
너는 푸라 언덕에 비치는 달처럼 아름답고 내려쌓인 눈처럼 희고, 봄날의 산들바람처럼 향기로왔다. 
아린 달, 내 아들아, 
네 활은 강했고, 네 창은 날쌔었고, 네 눈은 파도 위의 서릿발과 같았으며, 
네 방패는 폭풍우에 날뛰는 불구름과 같았다.
싸움터에서 용명을 떨친 아르마르가 찾아와 마우라에게 사랑을 구하였고, 
다우라는 오래 거절하지 않았지. 친구들이 그들에게 건 기대는 아름다웠도다.
오드갈의 아들 에라트는 아르마르에게 원한을 품고 있었지. 
아르마르가 그의 동생을 죽였기 때문에, 에라트는 뱃사람으로 변장하고 왔다. 
물결 위에 뜬 배는 아름다왔다. 
그의 고수머리는 이미 희었고, 엄숙한 얼굴은 조용하였다.
 '아름답고 사랑스런 따님이여, 저기 있는 저 바위, 
그다지 멀지 않은 저 바다 가운데, 나무열매 붉게 익어 손짓하고 있는 곳, 
거기서 아르마르는 기다리고 있어요, 다우라가 오기를. 
소용돌이치는 바다를 건너 아르마르의 애인을 모셔 가려고 나는 왔어요'
다우라는 에라트를 따라가서, 아르마르를 불렀다. 
대답하는 것은 바위에 부딪히는 파도소리뿐.
 '아르마르! 나의 임이여! 나의 임이여! 
어찌하여 나를 이토록 불안하게 함니까? 대답해 주세요! 
당신을 부르고 있는 것은 다우라예요!'
배신자 에라트는 웃으며 육지로 달아났네. 
다우라는 목청껏 아버지를 부르고 오빠를 불렀다.
'아린달! 
아르민! 다우라를 살려 줄 사람은 아무도 없나요?'
그 목소리는 바다 건너 들려 오고, 
내 아들 아린달은 사냥을 하다 말고 언덕은 내려왔다. 
손에 활을 들고, 옆구리에 화살차고, 
사나운 다섯 마리 검정개가 앞서거니 그를 따랐다. 
뻔뻔스런 에라트는 바닷가에 있었고, 
아린달은 그를 잡아 떡갈나무에 오묵달싹 못하게 친친 동여매었다. 
묶인 에라트의 신음소리는 멀리멀리 바람 타고 울려 퍼졌다. 
다우라를 데려오려고 아린달은 거룻배를 타고 거친 파도를 헤쳐나갔다. 
분노한 아르마르, 바닷가로 달려와서 회색빛 깃털화살을 힘차게 내쏘았다. 
바람을 가르고 화살은 날아, 네 가슴에 꽂혔구나. 
오오, 아린달, 내 아들아! 배신자 에라트 대신 네가 쓰러졌구나. 
거룻배는 바위에 다다랐으나, 아른달은 거기서 쓰러져 죽었도다. 
네 발 아래 네 오라비의 피는 흘렀다. 
어디에다 비기랴, 원통한 너의 탄식, 
아아, 내 딸 다우라!
파도는 거룻배를 쳐부수었다. 
아르마르는 바다에 뛰어들었다. 
다우라를 살려 내어 데려오든지, 아니면 스스로 죽어 버릴 결심으로. 
갑자기 언덕에서 돌풍이 불고 파도는 높아졌다. 
아르마르는 물결 속에 가라앉은 채 다시는 떠오르지 않았도다.
파도가 철썩이는 바위 위에서 내 딸이 혼자서 탄식하는 목소리, 
나는 듣고 있었다. 
그 외침소리는 높이 울려 이를 데 없이 슬프게 들려 왔으나, 
아비는 그 딸을 구해 낼 수 없었다. 
나는 밤을 지새며 바닷가에 있었다. 
어슴푸레한 달빛 속에 딸의 모습이 보였다. 
나는 밤새껏 그 부르짖음을 들었다. 
바람은 울부짖고 비는 바위에 휘몰아쳤다. 
아침이 되기 전에 목소리는 잦아들고, 
바위 위 풀숲 속에 사라지는 바람처럼, 그녀의 숨결도 사라져 갔다. 
슬픔에 잠긴 채 다우라는 죽고, 아르민 혼자만 남게 되었다.
싸움터의 패기를 잃어버렸고, 처녀들이 부러워하던 내 사랑은 사라졌다. 
산에서 폭풍우가 휘몰아칠 때, 
북풍에 바닷물이 용솟음칠 때 술렁이는 바닷가게 혼자 앉아서 무서운 그 바위를 바라본다. 
기우는 달 그림자 속에 나는 때때로 아이들의 영혼을 본다. 
희미한 달빛 속을 그들은 짝을 지어 헤매어 다닌다" 
로테의 눈에서 눈물이 폭포처럼 흘러 내려서 
그녀의 답답한 가슴에 배출구를 만들어 줌과 동시에 베리테르의 시 낭독을 중단시켰습니다. 
베르테르는 원고를 내던지고 로테의 손을 잡고 흐느껴 울었습니다. 
로테는 다른 한 손으로 몸을 지탱하며, 손수건으로 눈을 가렸습니다. 
두 사람은 엄청난 감동에 젖어 있었습니다. 
숭고한 사람들의 운명 속에서 자신들의 불행을 느끼고, 서로 공감하였던 것입니다. 
두 사람의 눈물은 하나로 녹아 내렸습니다. 
베르테르의 눈과 입술은 로테의 팔에 닿아 뜨겁게 달아올랐습니다. 
로테는 전율을 느끼며 피하려 했으나, 
고통과 동정이 납처럼 무겁게 몸을 짓눌러서 그럴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나 그녀는 심호흡을 하고 마음을 가다듬은 다음, 
그 뒤를 더 읽어 달라고 흐느끼면서 부탁했습니다. 
그것은 듣기에도 애처롭고 쓰라린 목소리였습니다. 
베르테르는 몸이 떨렸습니다. 가슴이 터질 듯했습니다. 
그는 원고를 주워 들고, 더듬더듬 읽었습니다. 
봄바람이여, 어찌하여 나를 깨우는가? 
그대 정답게 소곤거린다. 하늘나라 물방울로 만물을 적셔 주려 하노라고. 
그러나 내 조락의 때는 가까웠다. 
내 잎을 불어 날릴 폭풍우는 가까웠다! 
일찍이 내 아름다운 모습을 보았던 그 나그네는 
들판 구석구석에 눈길을 돌리며 나를 찾으리라.
그러나 그는 나를 찾아 내지 못하리. 
이 시가 지닌 힘이 불행한 베르테르를 짓눌렀습니다. 
그는 절망의 구렁텅이에 빠진 채 로테 앞에 꿇어 앉아, 
그 두 손을 자기의 눈과 이마에 갖다 대었습니다. 
무서운 예감이 로테의 가슴 속을 스치고 지나갔습니다. 
로테는 마음이 산란해져서 베르테르의 두 손을 꽉 잡아 자기 가슴에 갖다 대고서 
슬픔을 못이기는 듯이 그에게로 몸을 구부렸습니다. 
두 삶의 뜨거운 볼이 맞닿았습니다. 
세계는 두 사람 속으로 사라져 갔습니다. 
베르테르는 두 팔로 그녀를 그러잡아 가슴에 꽉 껴안고, 
떨리는 그녀의 입술을 뜨거운 키스로 뒤덮었습니다. 
"베르테르 씨!"하고 로테는 몸을 돌리며 숨가쁜 소리로 외쳤습니다. 
"베르테르 씨!"
그녀는 힘없는 손으로 그의 가슴을 자기 가슴에서 밀어 내었습니다.
 "베르테르 씨!"하고 그녀는 그지없이 숭고한 감정이 어린 확교한 목소리로 외쳤습니다. 
그는 거역하지 않았습니다. 
그녀를 팔에서 풀어 놓으며 넋나간 듯이 그 앞에 쓰러져 엎드렸습니다. 
그녀는 사랑인지 분노인지 모를 감정에 몸을 떨며 말했습니다. 
"이것으로 마지막이에요, 베르테르 씨. 이제 다시는 만나지 않겠어요" 
그러고서 그녀는 이 불행한 친구에게 애정어린 눈길을 보내며, 
얼른 옆방으로 들어가서 문을 잠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