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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 괴테 34.

Joyfule 2010. 1. 4. 07:36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 괴테 34.  
베르테르는 그녀를 향해 두 팔을 내밀었으나, 그녀를 만류하려 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는 소파에 머리를 기댄 채 마룻바닥에 누워 반 시간 이상이나 그 자세로 그냥 있었는데, 
인기척이 나는 바람에 제정신을 차렸습니다. 
하녀가 식사준비를 하려고 들어왔던 것입니다. 
베르테르는 방 안을 오락가락하다가, 
이윽고 다시 혼자만 있게 되자 옆방 문 앞으로 다가가서 나직한 소리로 불렀습니다. 
"로테! 로테! 딱 한 마디만 작별인사를 하게 해 줘요" 
로테는 잠자코 있었습니다. 
베르테르는 기다렸습니다. 
다시 청을 하고는 또 기다렸습니다. 
마침내 그는 문에서 떨어져서 외쳤습니다. 
"잘 있어요, 로테! 영원히 잘 있어요!"
베르테르는 걸어서 성문 앞에 다다랐습니다. 
문지기들은 그와 안면이 있는 터라, 말없이 통과시켜 주었습니다. 
진눈깨비가 내리고 있었습니다. 
11시경에야 그는 집으로 돌아와서 문을 두드렸습니다. 
하인은 베르테르가 모자를 쓰지 않은 채 돌아온 것을 알아챘으나 
거기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옷을 벗겨 주었습니다. 
옷은 함빡 젖어 있었습니다. 
모자는 나중에 어느 바위 위에서 발견되었는데, 
그 곳은 골짜기가 내려다보이는 바위의 사면이었습니다. 
진눈깨비가 내리는 어두운 밤에 어떻게 굴러 떨어지지도 않고 
거기까지 올라갔었는지 알 수 없는 노릇이라고들 말하고 있습니다. 
베르테르는 침대에 드러누워 오랫동안 잤습니다. 
이튿날 아침, 베르테르의 부름에 따라 하인이 코피를 가지고 방에 들어갔을 때, 
그는 뭔가를 쓰고 있었습니다. 
로테 앞으로 다음과 같은 편지를 쓰고 있었던 것입니다. 
내가 눈을 뜨는 것도 마지막, 드디어 마지막 눈을 나는 떴습니다. 
이 눈은 아아, 이제 다시는 태양을 보는 일이 없을 것입니다. 
흐릿하게 안개가 끼어서 태양이 가려져 있습니다. 
자연이여, 슬퍼하라! 
네 아들, 네 친구, 네 사랑하는 자가 그 종말로 다가가고 있는 거니까.
로테! 이것이 최후의 아침이다,하고 자신에게 타이르는 것은 정말 기묘한 기분입니다. 
어렴풋한 꿈결 같다고나 할까요? '최후!' 
로테! 나는 이 말의 의미를 알 수가 없습니다. '최후!' 
지금 나는 이렇게 조금도 힘을 상실하지 않고 꿋꿋이 서있지 않습니까. 
그런데도 내일이면 쭉 뻗어서 마룻바닥에 드러누워 있을 것입니다. 
죽음! 그것은 도대체 어떤 것일까요? 
죽음에 대하여 이야기할 때, 우리는 꿈을 꾸고 있는 것입니다. 
몇 번이나 나는 사람이 죽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런데 인간은 자기 존재의 처음과 마지막에 대하여 아무것도 모릅니다. 
그만큼 한정된 세계에 살고 있는 것입니다. 
지금은 아직 나는 내 것이요, 또한 당신의 것, 당신의 것입니다. 
아아, 사랑하는 이여! 
그것이 한 순간이 지나면 헤어지고 떨어져 나가서......아마도 영원히?......아니, 로테, 아닙니다. 
어떻게 내가 죽어 없어져 버린단 말입니까? 
그렇습니다. 우리는 존재해 있는 것입니다! 죽어 없어져 버린다......
그것은 대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요? 
그것은 내 가슴 속에 아무런 실감도 전해 주지 못하며, 공허하게 울리는 말에 불과합니다...
로테, 죽어서 차가운 땅 속에 묻힙니다. 답답하고 어두운 곳에! 
철없던 어린 시절, 나에게는 세계만큼 소중한 여자친구 하나가 있었습니다. 
그 소녀가 죽었을 때 나는 그 영구를 따라 묘지로 가서 
관이 무덤 속에 내려지는 것을 보고 있었습니다. 
사람들이 관 밑에서 밧줄을 빼냈습니다. 
이윽고 최초의 흙이 한 삽 관 위에 끼얹어졌습니다. 
흙은 관 뚜껑에 부딪히며 둔한 소리를 내었습니다. 
그 소리는 차츰 작아져 가더니, 마침내 관은 완전히 흙에 덮였습니다. 
나는 그 무덤 곁에 쓰러졌습니다. 마음 속 깊이 충격을 받고 갈기갈기 찢어진 심정으로.
그러나 나는 그 때 나 자신이 어떻게 되었는지, 
또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지를 전혀 알지 못했습니다. 
죽음! 무덤! 이 말들의 뜨슬 나는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아아, 어제의 일을 용서해 주십시오! 용서해 주십시오! 
그때가 내 목숨의 마지막 순간이 었더라면 좋았으련만. 
아아, 나의 천사! 
처음으로, 처음으로 아무런 의심도 없이 내 마음 속 깊이 환희가 불타올랐습니다. 
로테는 나를 사랑하고 있다! 
로테는 나를 사랑하고 있다! 
지금도 내 입술 위에서 타고 있습니다, 
당신의 입술에서 번져 나온 거룩한 불꽃이. 새롭고 뜨거운 환희가 내 가슴 속에 깃들었습니다. 
용서해 주십시오! 용서해 주십시오!
아아, 당신이 나를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나는 알고 있었습니다. 
그 진심어린 눈길에서, 최초의 악수에서 나는 그것을 알았습니다. 
그러나 당신과 떨어져 있을 때, 알베르트가 당신 곁에 있는 것을 보거나 하면, 
또다시 열병과도 같은 의심이 일어나서 의기소침해지곤 했습니다.
기억하고 있습니까? 
언젠가의 그 고약한 모임에서 당신은 나에게 
말을 걸지도 못하고 손을 내밀지도 못하고 꽃을 보내주었던 그 일을. 
아아, 그 꽃을 앞에 두고 나는 한밤중까지 꿇어앉아 있었습니다. 
그 꽃이 나에게 사랑을 입증해 주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아아! 마음 속에 새겨진 그 확신도 흐려져 갔습니다. 
충만한 천상의 힘에 의해, 
또 눈에 보이는 성스러운 증표에 의하여 하느님의 은총을 알고 난 뒤에도, 
이윽고 그것이 신자의 마음 속에서 차차 희미해져 가는 것과 비슷한 일이었습니다.
그런 것들은 모두 무상한 것입니다. 
그러나 어제 당신의 입술에서 맛보고 지금 내 가슴으로 느끼고 있는 
이 불타는 생명은 영겁토록 소멸되는 일이 없을 것입니다! 
로테는 나를 사랑하고 있다, 
이 팔은 로테를 포옹하였다, 
이 입술은 로테의 입술 위에서 떨었다, 
이 입은 로테의 입데 닿아 말도 나오지 않았다, 
로테는 내 것이다! 그렇습니다, 로테. 당신은 내 것입니다! 영원히.
알베르트는 당신의 남편, 그게 무슨 상관입니까? 
남편! 그것은 이승에서만의 일이쟎습니까? 
이승에서는 죄가 되겠지요, 
내가 당신을 사랑하고 남편의 품에서 당신을 빼앗아 내 품에 안으려 하는 것은. 죄? 
좋아요, 그러므로 나는 나 자신에게 벌을 내립니다. 
나는 이 죄의 성스럽기까지 한 기쁨을 마음껏 맛보았습니다. 
생명의 향기와 힘을 들이마셨습니다. 그 순간부터 당신은 내 것이 되었습니다!
아아, 로테! 나는 먼저 갑니다. 
나의 아버지요, 당신의 아버지인 그 분에게로 가서 하소연하겠습니다. 
그러면 그 분은 당신이 올 때까지 나를 위로해 주시겠지요. 
당신이 오면 나는 기쁘게 맞이하여, 영겁의 아버지가 계시는 앞에서 당신을 그러안고, 
영원한 포옹을 계속하며 함께 있을 것입니다.
꿈을 꾸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환영을 그리고 있는 것도 아닙니다. 
무덤 바로 곁에 와서 더 한층 또렷하게 느낍니다. 
우리는 결코 죽어 없어지지 않습니다. 
우리는 다시 만납니다. 당신 어머니도 만나게 될 것입니다! 
나는 당신 어머니를 찾아뵙겠습니다. 나는 알아볼 수 있을 것입니다. 
아아, 그리고 나는 당신 어머니께 내 마음 속을 모조리 다 털어 놓을 것입니다! 
당신을 꼭 닮은 그 분께...... 
11시경에 베르테르는 하인에게 '알베르트가 돌아왔을까?'하고 물었습니다. 
'네, 그 분의 말이 지나가는 것을 보았습니다' 하고 하인은 대답했습니다. 
그러자 베르테르는 다음과 같은 내용의 개봉된 쪽지를 하인에게 주었습니다. 
'여행을 떠날 계획인데, 권총을 좀 빌려 주시지 않겠습니까? 
부디 안녕하시기를 빕니다' 
로테는 그 전날 밤 거의 잠을 자지 못했습니다. 
전부터 두려워했던 일이 일어나고 말았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