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감성을 위한 ━━/세계문학

하퍼 리 - 앵무새 죽이기 - 골칫거리 1.

Joyfule 2008. 11. 28. 06:57
      하퍼 리 - 앵무새 죽이기 -  골칫거리 1.  
    학교 마당에서 월터 커닝햄을 잡아채는 일은 재미있었다. 
    하지만 잠시 후 내가 그 아이 코를 땅에 비벼대고 있을 때 오빠가 다가와 말렸다.
    넌 쟤보다 크잖아. 
    하지만 오빠와 같은 나이인데 뭐.
    보내줘라, 스카웃. 왜 그래? 
    쟨 점심 안 먹었어. 
    나는 월터의 점심도시락에 내가 개입하게 된 일을 설명했다.
    월터는 털고 일어나 우리의 이야기를 조용히 듣고 있었다. 
    우리 둘로부터의 갑작스런 공격에 대비라도 할듯 그는 주먹을 반쯤 쥐고 있었다. 
    나는 발을 구르며 월터에 달려들었다. 
    하지만 젬 오빠가 그의 팔을 잡고 나를 제지했다. 
    오빠는 그를 자세히 살펴본 후 곧 물어보았다.
    너희 아빠가 올드새럼의 월터 커닝햄씨지? 
    월터가 고개를 끄덕였다.
    월터는 마치 낚싯밥을 끌어올리듯 오빠를 올려다보았다. 
    그의 눈은 딜 해리스만큼 푸른빛이었지만 가장자리가 붉고 물기가 서려 있었다. 
    촉촉하고 불그스름한 코만이 창백한 얼굴 위에 얹혀 있었다. 
    그는 뽀빠이 바지의 가죽끈을 만지작거리며 신경질적으로 금속훅(hook)을 잡아 뜯었다.
    오빠가 갑자기 씨익 웃어보이며 말했다.
    월터, 우리집에서 점심 먹지 않겠니? 같이 가자. 
    월터의 얼굴이 밝아지는 듯하더니 다시 어두워졌다.
    우리 아빠는 너희 아빠를 아셔. 
    그리구 스카웃 쟨 돌았나봐. 이젠 널 못살게 굴지 않을 거야.
    그건 장담할 수 없어. 
    내가 끼여들었다.
    내 공약을 오빠가 제멋대로 처리하는 것에 짜증이 났지만 
    소중한 점심시간이 째깍째깍 달아나고 있어서, 결국 난 말해 버리고 말았다.
    그래, 월터야. 다시는 널 안 때릴게. 너 콩 좋아하지 않니? 
    우리집 칼 아줌마는 정말 대단한 요리사야. 
    월터는 그 자리에서 입술을 질근거리며 꼼짝않고 서 있었다. 
    오빠와 내가 권유를 포기하고 래들리 집 근처까지 걸어왔을 때였다. 
    그제서야 월터가 우리를 부르며 뛰어왔다.
    얘들아, 나도 갈게. 
    월터가 우리에게 다가왔을 때, 오빠는 그와 즐겁게 얘기를 나누었다.
    저기엔 유령이 산다. 
    그는 성의있게 래들리 집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 유령에 관해 들어본 적 있니, 월터? 
    응, 처음 학교에 입학해서 그집 호두를 먹고 죽을 뻔했어. 
    사람들이 그러는데 거긴 독이 들어있대. 
    호두나무 가지가 늘어진 학교 담에까지 독이 퍼져 있다고 하지 뭐야? 
    오빠는 월터와 나 사이에서 걸어가며 얘기했는데 
    두려움 따위는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그러더니 차츰 으스대기 시작했다.
    저 집에 한 번 다녀온 적이 있지. 
    오빠가 월터에게 말했다.
    "그 집을 다녀오기까지 한 사람이 그집 앞을 지날 때마다 왜 그렇게 달음박질일까..... "
    나는 구름을 바라보며 대꾸했다.
    누가 뛰었다고 그래, 떠벌이 양? 
    누군 누구야, 오빠지. 옆에 아무도 없을 때 그랬잖아? 
    우리집 계단에 이르렀을 때, 월터는 자신이 커닝햄 사람이라는 것도 잊은듯 했다. 
    오빠는 부엌으로 가서 일인 분을 더 부탁했다. 
    아버지는 인사를 받고 나서 오빠와 내가 모르는 곡식에 관해 월터와 얘기를 나누었다.
    제가 매번 낙제를 면치 못하고 일학년에 머무는 건요, 
    봄이 되면 아빠를 도와 풀베기를 해야 하거든요. 
    다행히 오늘은 다른 사람이 그 일을 맡아주어서 학교에 갈 수 있었어요. 
    그 사람에게도 감자로 지불할 거니? 
    내가 물었다. 
    그때 아버지가 나를 향해 고개를 가로 저었다.
    월터가 음식을 먹어대는 동안 아버지는 마치 
    어른을 대하듯 그와 얘기를 나누어 오빠와 나를 놀라게 했다. 
    아버지가 농촌문제에 대해 상세히 얘기하는 도중에 월터가 당밀이 더 있느냐고 물었다. 
    아버지는 칼 아줌마를 불렀다. 
    아줌마는 시럽 주전자를 가져와 월터가 야채와 고기에 듬뿍 들이붓기를 기다렸다. 
    내가 도대체 뭘 하는거냐고 묻지 않았다면 
    월터는 분명히 그의 우유잔에도 시럽을 들이부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