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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퍼 리 - 앵무새 죽이기 - 골칫거리 3.

Joyfule 2008. 11. 30. 06:53
      하퍼 리 - 앵무새 죽이기 -  골칫거리 3.  
    그 이의 장본인은 이러한 소동에도 무관심한 듯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이마 위를 더듬어 
    엄지와 집게손가락으로 그의 두개골에서 이를 끄집어냈다.
    캐롤라인 선생님은 솔깃한 매력에 빠져들기라도 한 듯 그 과정을 지켜보고 있었다. 
    리틀 척이 종이컵에 물을 가져왔다. 
    선생님은 고마워하며 물을 마시곤 목소리를 가다듬었다.
    네 이름이 뭐지? 
    그 남자애는 눈을 끔벅거리며 말했다.
    누구요, 저요? 
    캐롤라인 선생님이 고개를 끄덕였다.
    버리스 이웰. 
    선생님은 출석부를 뒤졌다.
    그래, 여기 이웰이 있구나. 하지만 이름이 없는데 ,,, 스펠링이 어떻게 되지? 
    몰라요. 그냥 버리스라고 불러요. 
    좋아. 버리스, 나머지 오후수업은 면제해줄 테니 집에 가서 머리를 좀 감고 오렴.
    그녀는 두꺼운 책을 꺼내 책장을 넘기며 읽어나갔다.
    바람직한 가정의료라 ,,, 버리스, 머리를 잿물비누로 감고 램프용 석유를 바르고 와라. 
    뭣 때문에요? 
    그 ,,, 그 ,,, 이를 없애기 위해서야. 
    알겠니, 버리스? 다른 아이들에게 옮기면 안 되잖니? 
    그 아이는 일어섰다. 
    그앤 내가 지금까지 본 중에 가장 지저분한 인간이었다. 
    목은 검은 잿빛이었고, 
    손등은 보기 흉하게 트고 손톱 깊숙이까지 새까맣게 때가 끼어 있었다. 
    그애 얼굴 중 유일하게 깨끗한 부분은 주먹크기만한 눈이었는데 
    여전히 뚫어지게 선생님을 쳐다보고 있었다.
    아무도 그 아이에게 주목하지 않았던 것은 어쩌면 
    오전 내내 선생님과 내가 반 아이들을 흥미롭게 해주었던 까닭인지도 몰랐다.
    버리스, 내일 학교에 오기 전에도 꼭 목욕을 해라. 
    그 아이가 무례하게 웃어제꼈다.
    날 집으로 보내시진 못할 걸요, 
    선생님. 난 내 발로 어디든 갈 수 있어요. 
    난 이미 이번 학년치 분량은 끝마쳤다구요.
    캐롤라인 선생님은 영문을 몰라 당황하고 있었다.
    그게 무슨 말이지? 
    그 아인 대답도 없이 비웃듯 코웃음만을 흘렸다.
    반에서 제일 나이 많은 학생이 말했다.
    선생님, 그앤 이웰 집안 아이에요. 
    난 이 말에 대한 설명도 나의 시도처럼 실패하지 않을까 걱정스러웠다. 
    그러나 나와는 달랐다.
    학교엔 저런 아이들이 많아요. 쟤들은 개학날만 오곤 끝이에요. 
    감시관이 보안관을 데려와 겁을 줘도 소용없어서 포기했어요. 
    그래서 그 감시관도 첫날 이름만 올리는 것으로 의무이행을 끝내요. 
    선생님께서도 앞으로 계속 결석표시를 하셔야 될 거예요.
    그럼 부모님들은 ,,,? 
    선생님이 건성으로 물었다.
    어머니가 없어요, 아버지는 말썽이 많구요.
    버리스 이웰은 자기에 관한 얘기로 우쭐해졌다.
    첫날만 학교에 오기를 삼 년째 하고 있죠. 
    그가 대범하게 말했다.
    이번엔 잘만 하면 이학년으로 올라갈지도 모르는데 ,,, .
    제자리에 가서 앉아라, 버리스. 
    선생님이 말하는 순간 난 그녀가 결정적인 실수를 했다는 것을 알았다.
    선생님, 날 갖고 노시나요? 
    리틀 척이 일어났다.
    "선생님, 그를 보내세요, 저 아인 어쩔 수 없어요. 정말 형편없거든요. 
    무엇이든 시작을 했으면 끝을 내셔야 해요. 여긴 어린아이들도 많으니까요. "
    리틀 척은 아이들 중에서도 가장 작았다. 
    버리스 이웰이 그를 향해 돌아섰다. 
    리틀 척의 오른손이 주머니로 갔다.
    조심해, 버리스. 널 한방에 날려버릴 수도 있으니까. 자, 집으로 가. 
    버리스는 자기의 반도 안 되는 아이에게 겁을 먹은 듯했다. 
    그때 캐롤라인 선생님도 기회를 잡았다.
    버리스, 집으로 가라. 그렇지 않으면 교장선생님을 부르겠어. 
    어쨌든 이 일을 보고해야겠지만. 
    그 아이는 콧방귀를 뀌며 유유히 문을 향해 구부정하게 걸어나갔다.
    안전하게 사정거리 밖으로 나간 후 돌아서서 소리쳤다.
    보고한다구! 헹, 해볼 테면 해보시지. 
    그까짓 화냥년 똥구멍 같은 학교 선생들이 내게 무슨 짓을 할 수 있겠어. 
    기억해두시죠, 선생님. 날 어디에도 보낼 순 없을 거예요. 
    암, 어디로도 못 보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