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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퍼 리 - 앵무새 죽이기 - 첫 수업시간 2.

Joyfule 2008. 11. 26. 10:19
      하퍼 리 - 앵무새 죽이기 -  첫 수업시간 2.   
    나는 죄송하다고 우물거리며 나의 잘못이 무엇인지 의아해 하며 물러나왔다. 
    나는 읽기에 노력한 적도 배운 적도 없었다. 
    그러면서도 매일매일의 신문에 멋대로 탐닉해 있었다. 
    내가 글을 배운 것이 교회에서의 그 오랜 시간 동안이었을까. 아니다, 
    나는 찬송가를 읽지 못했던 때를 기억하지 못한다. 
    나는 다시 언제부터였는지 생각을 짜내보았다. 
    그것은 마치 위아래가 붙은 속옷 단추를 채울 수 있거나 
    엉킨 구두끈을 풀러 예쁘게 리본을 맬 수 있던 것처럼 자연스럽게 시작되었던 것이다. 
    신문 위를 움직이는 아버지의 손가락과 
    그 위의 활자들이 언제부터 구별이 되어 다가왔는지 기억할 수는 없지만 
    그날의 뉴스인 법률에 관한 빌의 방향 이나 로렌조 다우의 일지 등을 들으며 
    저녁 내내 움직이는 손가락을 응시했던 것은 기억할 수 있었다. 
    매일밤 아버지의 무릎 위에서 그가 읽던 모든 것을 읽었을 테니까. 
    나는 읽은 것을 잊어버릴까 조바심내면서 읽은 기억 또한 없었다. 
    사람은 숨쉬는 것을 고민하지는 않을 테니까.
    나는 선생님을 귀찮게 하고 있다는 생각으로 쉬는 시간에 
    오빠가 나를 일학년 교실에서 떼어놓을 때까지 창문 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오빠가 학교 마당에서 어땠느냐고 물었다.
    "나 학교 안 다닐 수 없을까? 다시는 오고 싶지 않아. 
    그 엉터리 선생님은 아버지께 가서 내게 아무 것도 가르치지 않도록 말씀드리라는 거 있지."
    "걱정 마, 스카웃. "
    오빠가 나를 위로하려 했다.
    "우리 선생님이 그러시는데 캐롤라인 선생님은 새로운 교수법을 소개할 거래. 
    전문학교에서 배웠다나봐. 그리고 모든 학년에 적용될 거래. 
    그 방법은 책에서 많은 걸 배우기보다 ,,, 으음, 그러니까 만약 
    네가 젖소에 관해 알고 싶으면 직접 가서 우유를 짜보는 거 ,,, 
    뭐 그런 식인가 봐, 알겠니? "
    "응, 하지만 난 젖소공부는 하기 싫어." 
    "넌 해야 돼. 메이컴에서 젖소란 중요하니까."
    나는 억지를 부리며 오빠에게 돌았다고 말하는 것으로 겨우 마음을 진정시킬 수 있었다.
    "난 네게 일학년에서 가르치고 있는 새로운 방법에 대해 설명하려는 것뿐이야. 
    그게 바로 듀이 대시멀 교수법이라는 거야."
    그건 오빠의 허풍에 불과했다. 
    그래도 난 그의 설명에 아무런 의문도 제기하지 않았다. 
    벌써부터 시작할 필요는 없을 테니까. 사실 그 듀이 대시멀이란, 
    그 라든가 고양이 다람쥐 사람 너 등을 쓴 종이를 
    우리에게 보이면 우리가 대답하는 식의 교수법이었다. 
    반 아이들은 이런 뜻밖의 새로운 방법을 말없이 받아들였다.
     하지만 난 지루하여 딜에게 편지를 쓰기 시작했고 
    캐롤라인 선생님은 나를 또 잡아내서 읽기는 물론 
    쓰기를 가르치는 걸 중단하라고 아버지께 전하라는 것이었다. 
    일학년에서는 필기체를 배우지 않고 
    삼학년이 될 때까지 인쇄체만 배울 거라는 것이었다.
    우선 칼퍼니아 아줌마가 이 문제에 대해 비난할 것이다. 
    급한 경우 그녀가 난처해지기 때문이었다. 
    가끔 그녀는 편지나, 성경구절을 그대로 옮겨적도록 내게 시켰다. 
    제대로 적을 경우 그 대가로 특별 샌드위치나 버터 바른 빵, 사탕 등을 주곤 했다. 
    하지만 그녀의 지적은 정확했고 또한 대가를 받는 것은 아주 드문 일이었다.
    집에 가서 점심 먹을 사람 손 들어봐요. 
    캐롤라인 선생님의 음성이 칼퍼니아 아줌마에 대한 생각을 깨뜨려버렸다.
    읍내에 사는 아이들은 집에서 점심을 먹을 수 있었다. 
    그리곤 찬찬히 훑어보며 지시했다.
    "모두 점심 도시락을 책상 위에 올려놓도록! "
    캐롤라인 선생님이 책상 사이를 오가며 도시락을 들여다보고 찔러보기도 했다. 
    점심이 마음에 들면 고개를 끄덕이고 그렇지 않을 땐 눈살을 찌푸렸다. 
    그녀가 월터 커닝햄의 책상 앞에 섰다.
    "네 도시락은 어디 있지? "
    월터 커닝햄의 얼굴은 십이지장충에 걸려 있다는 걸 모두에게 말해주고 있었다. 
    한결같이 맨발인 채로 다녔으므로 십이지장충에 걸린 이유는 충분히 알 수 있었다. 
    맨발로 돼지우리나 헛간엘 들어가면 십이지장충에 걸리지 않는가. 
    월터는 입학 첫날이나 신발을 신었을까 
    그 다음날부터 한겨울까지는 신은 것을 본 적이 없었다.
    그날 그는 깨끗한 셔츠와 말쑥하게 수선된 뽀빠이 바지를 입고 있었다.
    "도시락을 잊고 왔니? "
    선생님이 물었다. 
    월터는 똑바로 앞만 쳐다보고 있었다. 말라빠진 턱근육이 꿈틀거렸다.
    "도시락을 잊었느냐고 물었는데?" 
    월터의 턱이 다시 뒤틀렸다.
    "네, 선생님." 
    마침내 그가 중얼거렸다. 선생님은 자기 책상으로 가 지갑을 열었다.
    " 여기 이십오 센트다. 
    오늘은 읍내에 나가서 사먹고 오도록 해라. 이 돈은 내일 갚으면 되니까."
    월터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에요." 
    그가 천천히 말을 끌며 대답했다.
    캐롤라인 선생님의 목소리가 조바심으로 빨라졌다.
    "자, 월터, 어서 받아. "
    월터는 다시 머리를 저었다.
    월터가 세 번째 머리를 저을 때 누군가 조그맣게 속삭였다.
    "스카웃, 네가 대신 말해줘라." 
    나는 돌아섰다. 
    읍내 아이들과 시골버스를 타는 아이들이 나를 쳐다보았다. 
    선생님과 나는 이미 두 번이나 말을 했고 
    그 친밀감이 이해를 낳을 거라는 천진한 확신이었다.
    나는 월터를 대신해서 우아하게 일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