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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퍼 리 - 앵무새 죽이기 - 첫 수업시간 3.

Joyfule 2008. 11. 27. 01:27
      하퍼 리 - 앵무새 죽이기 -  첫 수업시간 3.    
    "저, 캐롤라인 선생님," 
    "뭐지, 진 루이스? "
    "그앤 커닝햄이에요." 
    그리곤 자리에 앉았다.
    "뭐라구, 진 루이스? "
    나는 충분히 알렸다고 생각했고, 반 아이들도 마찬가지였다. 
    월터 커닝햄은 고개를 숙이고 앉아 있었다. 
    그는 도시락을 잊고 온 게 아니었다. 
    아예 점심 식사라는 것이 없었다. 
    오늘도 내일도 그 다음날도. 
    그 아이는 태어나서 지금까지 이십오 센트짜리 세 개도 본 적이 없을 것이다.
    나는 다시 설명을 시도했다.
    "월터는 커닝햄 집안 아이에요." 
    "다시 한 번 말해주겠니, 진 루이스?" 
    "네, 선생님도 모든 마을 아이들을 알게 되겠지만요, 
    커닝햄 사람들은 갚지 못할 것은 받지 않아요.
     갖고 있는 것으로만 살아가지요. 남의 것은 갖지 않아요.
     없어도 그렇게 사는 사람들이에요." 
    커닝햄 사람들에 대한 내 남다른 지식은 지난 겨울에 있었던 사건에서 얻은 것이었다. 
    월터의 아버지는 우리 아버지의 소송의뢰인 중 한 사람이었다. 
    어느 날 밤 상속인 한정에 대한 따분한 대화가 있은 후 떠나기에 앞서 말했다.
    핀치 변호사님, 어떻게 이에 대한 보수를 갚아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너무 걱정 마세요. "
    아버지가 말했다.
    그때 난 오빠에게 상속인 한정이 무슨 뜻인지 물었고, 
    오빠는 상속문제에 제3자가 끼여 있는 상태를 말하는 것이라고 설명해주었다. 
    나는 또 아버지에게 커닝햄 아저씨가 돈을 갚을 수 있을지에 대해 물었다.
    "돈으론 아니지만, 올해가 가기 전에 갚는 걸 너희들도 보게 될 거다." 
    우리는 보았다. 
    이른 아침 오빠와 나는 뒷마당에서 스토브 장작더미를 발견할 수 있었다. 
    그후 뒷계단에는 호두 한 자루가 놓여졌고, 
    크리스마스가 되자 야채 한 바구니와 크리스마스 장식용 나무가 보내졌다.
    그리고 그 다음해 봄, 무 잎으로 덮여 있는 함지를 발견했을 때 
    아버지는 커닝햄 씨가 갚을 것보다 더 많은 것을 보내왔다고 들려주었다.
    "그분은 왜 그런 식으로 값을 지불하나요? "
    "그 방법밖에 없기 때문이란다, 스카웃. 돈이 없으니까. "
    "우린 가난해요, 아빠? "
    아버지는 고개를 끄덕이셨다.
    "그래." 
    잠자코 있던 오빠가 코끝을 찡그리며 말했다.
    "우리가 커닝햄네만큼 가난하다구요? "
    "반드시 그렇진 않아도 커닝햄은 시골사람들이구 ,,, 농부들이지. 
    게다가 크게 실패를 했거든." 
    아버지는 이곳의 농부가 가난하기 때문에 전문직업인은 가난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메이컴이 농사를 짓는 마을인 만큼 의사나 치과의사, 변호사에게도 
    오 센트나 십 센트짜리조차 돌아오기가 힘들었다.
    상속인 한정은 커닝햄 아저씨의 고민 중 일부에 지나지 않았다. 
    상속이 안 되는 논밭은 완전히 저당이 잡혀 있었고, 적은 돈은 모두 이자로 나가버렸다. 
    만약 그가 요령만 부린다면 공사기획청에서 일자리를 얻을 수도 있지만 
    땅을 지키며 그 땅에서 배고픔을 참고 그것으로 투표의 권리도 행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버지는 커닝햄 씨가 완고한 집안 출신이라고 덧붙였다.
    커닝햄 같은 사람들은 지불할 돈이 없을 경우 갖고 있는 물건으로 대신 갚았던 것이다.
    레이놀드 의사선생님도 같은 방법으로 일하고 계시는 거 알고 있지? 
    아버지는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그분은 아이를 받아주고 한 자루의 감자를 받기도 한단다. 
    그리고 스카웃 아가씨, 똑똑히만 듣는다면 무엇이 상속인 한정인지를 설명해주지. 
    젬이 얘기한 것도 때론 아주 정확할 때도 있지만 말이다." 
    내가 만약 이런 일들을 캐롤라인 선생님께 설명할 수만 있었다면 
    이런저런 불편함과 뒤이어 일어난 억울한 일도 당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아버지처럼 분명하게 설명한다는 것은 내 능력 밖이었다. 
    그래서 난 이렇게 말했던 것이다.
    "선생님은 그 아일 망신주시는 거예요. 
    월터는 갚을 돈도 없고 선생님은 스토브 장작도 필요없으시잖아요." 
    선생님은 꼼짝도 않고 서 있다가는 
    나의 목깃을 움켜쥐곤 그녀 책상으로 끌고 갔다.
    "진 루이스, 난 오늘 아침에도 할 만큼 했다. 
    넌 눈치없이 아무 때나 나서는 게 탈이구나. 손 내밀어." 
    나는 그녀가 내 손에 침을 뱉으려는 줄 알았다. 
    그것은 메이컴에서 옛날부터 전해오는 영수증 대신 
    구두로 증명하는 방법이기 때문이었다. 
    나는 우리 사이에 무슨 거래가 이루어졌는지 의아해 하며 반 아이들을 쳐다보았다. 
    반 아이들도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나를 주시하고 있었다. 
    선생님이 자를 들어 여섯 대를 짧게 내려치고 구석에 서 있으라고 말하자, 
    마침내 교실을 누르고 있던 웃음이 터져나왔다.
    캐롤라인 선생님이 으름장을 놓자 다시 웃음바다로 변해 
    브라운트 선생님의 그림자가 드리워질 때까지 계속됐다. 
    브라운트 선생님은 메이컴 토박이로 
    아직 그 이상한 듀이 대시멀 교수법을 시작하지 않은 분이었다. 
    그녀는 손을 허리에 얹고 공표했다.
    "만약 이 교실에서 한 마디라도 더 들린다면 모두들 가만두지 않겠어요, 
    캐롤라인 선생님. 이렇게 떠들어대면 육학년은 어떻게 산수에 집중할 수 있지요?" 
    나는 교실 구석에서 오래 감금되어 있지 않았다. 
    정오의 종소리가 나를 풀어주었고 
    캐롤라인 선생님은 점심을 먹으러 줄지어 나가는 아이들을 우두커니 바라보았다. 
    나는 맨 나중에 나가면서 선생님이 의자 깊숙이 앉아 머리를 묻고 있는 것을 보았다. 
    캐롤라인 선생님이 조금만 더 나에게 친절하게 대해주었더라면 
    조금은 안됐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었을 텐데. 
    선생님 역시 부족한 한 인간이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