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감성을 위한 ━━/세계문학

하퍼 리 - 앵무새 죽이기 - 메이컴의 수수께끼 4.

Joyfule 2008. 11. 21. 01:52
      하퍼 리 - 앵무새 죽이기 -  메이컴의 수수께끼 4.  
    래들리 집 뒷마당과 학교 운동장이 나란히 있었는데 
    그집 뒷마당 호두나무에서 학교 운동장으로 호두가 떨어져도 아무도 손대려 하지 않았다. 
    래들리 집 호두를 먹으면 죽어버린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야구공이 그집 마당으로 날아가면 그 공은 그대로 잃어버리는 공이었다. 
    아무도 그 공을 찾으려고 그집 문을 두드리지는 않았다.
    래들리 집에 대한 마을사람들의 인식이 이렇게 된 까닭은 
    오빠와 내가 태어나기 훨씬 전에 일어났던 어떤 사건에 연루된다고 했다. 
    래들리 집안 사람들은 누구에게나 환영받을 수 있었는데도 
    그들 스스로 판단한 대로 마을사람들을 기피했고 교제조차 원치 않았다. 
    그들은 이곳 생활에서 빼놓을 수 없는 교회에 가지 않았고 집에서 예배를 보았다.
     래들리 부인이 이웃과 어울리는 일은 좀처럼 보기 어려웠으며, 
    선교서클에 가입했을 리는 더더욱 없었다.
     래들리 씨는 매일 오전 열한시 반에 읍내로 갔다가 열두 시면 서둘러 귀가하곤 했는데, 
    가끔 그의 손에는 식료품이 들어 있음직한 누런 종이 봉투가 들려 있었다
    래들리 씨는 얼마나 긴 세월 동안 그의 가족을 먹여살려야 했을까. 
    오빠는 래들리 씨를 어디에서 수입이 생기는지 모르는 
    수상한 사람이라는 의미로  단추구입상 이라고 불렀다. 
    그것은 놀고 먹는 사람에 대한 공손한 표현이었다. 
    래들리 씨는 아내와 두 아들과 함께 그곳에서 살아왔으며 
    마을사람 모두가 그들의 삶을 기억하고 있었다.
    래들리 집에서 취한 생활방식 중 또 한 가지 별스런 것은 
    일요일에도 언제나 덧문이 잠겨 있다는 것이었다. 
    마을에서 문이 잠겨 있다는 것은 추울 때가 아니면 병이 들었다는 의미였다. 
    언제나 일요일은 의례적인 방문의 날이어서, 
    숙녀들은 모처럼 코르셋을 입고 남자들은 정장을 하고 아이들도 구두를 신었다. 
    그러나 일요일 오후에 래들리 집을 방문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 집은 칸막이문도 없었는데 나는 그 이유를 아버지께 여쭈어보았다. 
    아버지는 내가 태어나기 전에는 칸막이문이 있었다고 들려주었다.
    마을에서 전해내려오는 소문에 의하면 
    래들리 씨의 아들인 아서 래들리가 열댓 살쯤 되었을 무렵에 일이 시작됐다고 했다.
    그 아이가 북쪽지역에 거주하는 껄렁한 올드새럼 출신의 커닝햄 아이들과 사귀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동네 건달처럼 몰려다녔다. 
    그들은 특별히 나쁜 짓을 저지르진 않았지만 마을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기에는 충분했고 
    급기야 세 명의 목사로부터 공개적인 경고를 받았다. 
    그들은 이발소 근처를 아무할 일 없이 어슬렁거렸고, 
    일요일엔 애보츠빌로 버스를 타고 영화를 보러다녔으며 
    강변에 있는 도박장이나 이슬방울 여인숙, 
    또는 낚시터 캠프에 춤추러다니며 독한 위스키를 마시곤 했던 것이다. 
    하지만 누구 하나 래들리 씨에게 그의 아이가 
    그런 패거리와 어울려다닌다고 전할 용기가 없었다.
    어느 광란의 밤에, 그 패거리들은 훔친 싸구려 자동차를 광장 뒤쪽으로 몰고 다니며 
    메이컴의 교구 직원 코너 씨가 정지하라고 해도 무시하더니 
    도리어 그를 법원 화장실에 넣고 잠가버렸던 것이다. 
    마을사람들은 어떠한 조치든 취해야 한다고 결정했다. 
    누구보다도 코너 씨는 그들의 행동거지를 낱낱이 기억하고 있었으므로 
    도주하지 못하도록 조치한 다음 풍기문란, 노성방가, 폭행과 구타,
     아녀자 희롱죄를 죄목으로 삼아 보호관찰하려 했다. 
    그때 그들이 자수를 해왔다.
    판사가 코너 씨에게 마지막으로 첨가된 죄목에 대해 구체적으로 답변할 것을 요구하자, 
    그는 녀석들이 큰소리로 욕지거리를 했기 때문에 
    메이컴의 모든 여자들은 다 들었을 것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판사는 최종판결을 메이컴 읍내에 있는 실업학교에 그들을 보내는 것으로 결정했다. 
    매우 훌륭한 시설과 음식이 제공되는 그 학교는 
    일반 아이들도 다니는 학교로 감옥소도 아니었고 물론 불명예거리도 아니었다. 
    그러나 래들리 씨의 생각은 달랐다. 
    그는 판사에게 아서를 그 학교에 보내지 않게 해준다면 
    앞으로 철저히 감시하겠다고 간청했다. 
    래들리 씨의 인품을 믿고 있던 판사는 기꺼이 허락했다.
    실업학교로 보내진 다른 아이들은 메이컴 군에서 관리하는 
    가장 좋은 중등교육을 받게 되었다. 
    그들 중 한 명은 어번의 기술학교를 끝마치기까지 했을 정도였다. 
    그 이후 래들리 집만이 일요일뿐 아니라 평상시에도 문이 닫혀져 있었고 
    그의 아들은 열다섯 해가 바뀌어도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다.
    그러나 오빠는 마을사람으로부터 들은 부 래들리에 관한 소문을 기억하고 있었다. 
    아버지는 한 번도 래들리 집에 관해 언급하지 않았다. 
    다만 사람의 일은 그들 자신의 마음이며 
    래들리 집 사람들도 그들 마음대로할 권리가 있다는 말뿐이었다. 
    어쩌다 오빠가 얻어들은 소문을 이야기하면 
    머리를 흔들면서  음, 음, 음 하는 낮은 소리만을 읊조렸다.
    오빠가 가져온 대부분의 정보는 동네의 수다쟁이 
    스테파니 크러포드 아줌마에게서 들은 것이었다. 
    오빠는 아줌마가 모든 일을 알고 있다고 믿었다.
    아줌마 말에 의하면, 부는 거실에 앉아
     (메이컴트리뷴)지의 기사를 오려 스크랩북에 붙이고 있었고, 
    그때 그의 아버지가 부 옆을 지나자 부는 가위를 들어 아버지 다리를 찌르고는 
    다시 가위를 빼내 바지에 닦고 하던 일을 계속했다. 
    곧이어 래들리 부인이 아서가 모두를 죽이려 한다며 호들갑스럽게 뛰쳐나가고 
    보안관이 도착했는데도 부는 여전히 거실에 앉아 신문을 오리고 있었다는 얘기였다. 
    그때 부의 나이는 서른넷이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