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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퍼 리 - 앵무새 죽이기 - 메이컴의 수수께끼 6.

Joyfule 2008. 11. 24. 01:15
      하퍼 리 - 앵무새 죽이기 -   메이컴의 수수께끼 6.   
    그렇게 해서 래들리 집으로의 첫번째 불의의 침입이 이루어졌다. 
    어느 날 딜이 오빠에게 래들리 집 마당에 
    한 발짝도 들여놓을 순 없을 거라며 도전해왔기 때문이다. 
    오빠는 (회색유령)을, 딜은 (톰 스위프트)를 내기에 걸었다. 
    내기에 걸려 있는 책보다 중요한 점은 
    오빠는 지금까지 한 번도 도전을 거절한 적이 없다는 사실이었다.
    오빠는 그 도전에 대해 사흘 동안 고심했다. 
    그때 나는 오빠가 머리보다는 명예를 더 소중히 여긴다는 것을 알았다. 
    딜이 오빠를 한마디로 굴복시켰기 때문이었다.
      첫날 딜이 말했다.
     "  겁이 나는 거지?"
     " 아니야, 다만 신중할 뿐이야." 오빠가 대답했다.
      그 다음날도 딜은 오빠를 부추겼다.
      " 형은 너무 무서워서 그집 마당에 엄지발가락 하나도 내딛지 못할 거야."
      그러자 오빠는 그런 정도라면 어떻게 
      매일매일 래들리 집 앞을 지나쳐서 학교에 갈 수 있겠느냐고 변명했다.
      "언제나 뛰어서 말이지." 내가 덧붙였다.
      드디어 사흘째 되던 날 딜은 오빠를 굴복시키고 말았다. 
    딜이 메리디안 아이들과 메이컴 아이들을 비교하며 메이컴 아이들처럼 
    겁쟁이는 난생 처음이라고 빈정댔던 것이다.
      이 말은 오빠를 래들리 집 앞까지 진군시키기에 충분했다. 
    우리는 예의 그 전신주에 기대어 손으로 만든
     조잡한 경첩이 미친 듯이 삐걱거리는 문을 바라보았다.
     " 딜 해리스, 그가 우릴 매일 한 명씩 죽여버리리라는 걸 어떻게 해야 알아듣겠니? "
      나와 딜이 다가가자 오빠가 말했다.
     "  그가 네 눈을 뽑아버린다 해도 내 탓은 하지 마. 내가 시작한 건 아니니까. "
     "  아직도 무서운 거지? "
      딜이 끈기있게 다그쳤다.
      오빠는 자신이 겁쟁이가 아니라는 것을 딜이 한 번만이라도 알아주길 바라며 말했다.
      " 그가 우리를 해치지 않게 하면서 그를 끌어낼 방법이 없기 때문이야." 
      오빠는 여동생인 나를 염두에 두어야 한다고 말했다.
      오빠가 그렇게 말했을 땐 나도 그가 겁을 먹고 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 내가 만약 죽게 되면 너희들은 어떡하지? "
      오빠가 말하며 땅 위로 풀쩍 뛰어내렸다. 
      래들리 집에 다다를 때까지는 책임감이 남아 있는 듯했다.
      " 형은 도전을 묵살해버리진 않겠지? 만약 그렇다면 그땐 ,,, ."
      " 딜, 넌 이 일을 그렇게 쉽게 생각해선 안 돼. 좀더 생각 좀 해보자 ,,, 
        이건 마치 거북이를 끌어내는 일과 같아." 
     "  어떻게 할 건데?" 딜이 물었다.
     "  불을 놓는 거야."
      나는 래들리 집에 불을 놓으면 아버지에게 일러바치겠다고 말했다. 
      딜도 거북이에게 불을 놓는 일은 끔찍하다고 만류하는 눈치였다.
     "  그렇지 않아. 그냥 나오도록 권유하는 정도니까. 
       직접 장작을 지피는 것과는 달라."
      오빠가 맞섰다.
      " 거북이가 성냥불에 다치지 않는다고 어떻게 믿어?"
      " 거북이는 멍청이라 잘 못 느끼거든. "
      "거북이가 돼본 적이나 있어? "
      "딜, 내 별자리가 거북이야. 하여간 생각 좀 해보자 ,,, 
       우리가 그를 흔들어놓을 수 있는 방법을 ,,, . "
      오빠가 생각에 잠겨 한참을 서 있자 딜이 너그럽게 양보했다.
      " 형이 도전을 포기하면 앞으로 형을 상대하지 않을 거야. 
        하지만 현관문을 치고 온다면 (회색유령) 책을 줄게." 
      오빠의 얼굴이 금방 환해졌다.
     " 현관문만 치고 오면 된다 이거지? 그것이 다야?"
      딜이 고개를 끄덕였다.
      " 그래, 그렇게만 하면 되는 거다. 좋아, 
        그럼 내가 돌아올 때까지 아무 소리도 내지 말아."
      " 알았어. 형이 마당에 있는 걸 보면 그가 뒤쫓아나올 거야. 
        그때 스카웃과 내가 그를 덮치고 우린 그를 해치지 않을 거라고 말할게."
    우리는 래들리 집으로 나있는 옆길을 가로질러 문 앞에 섰다.
      " 더 가, 형 뒤엔 우리가 있으니까." 
      " 가고 있잖아. 재촉하지 마." 
    그는 다시 한 번 코너까지 갔다 돌아와서 가장 효과적인 코스를 결정하려는 듯 
    지형을 유심히 살핀 다음 눈살을 찌푸리며 머리를 긁적였다. 
    오빠의 그런 모습을 보자 나는 코웃음이 나왔다. 
    그 순간이었다. 오
    빠가 담장문을 홱 열어젖히더니 집 한쪽 구석으로 질주하여 
    현관문을 손바닥으로 탁 때리고는 힘껏 달려오더니 우리를 지나쳐버렸다. 
    오빠가 한 생동의 반응여부를 살펴볼 겨를도 없이
     딜과 나는 오빠의 뒤를 바짝 따라붙어 있는 힘껏 뛰었다. 
    안전하다고 느낀 것은 우리집 현관에 이르러서였다. 
    숨이 차 헐떡이며 온 길을 뒤돌아보았다.
    그 낡은 집은 전과 다름없이 그대로 서 있었다. 
    쇠약해 늘어진 듯 병이 들어버린 모습으로. 
    거리 아래로 내려올 때 우리는 그집 덧문이 닫혀졌음을 알았다. 
    휙, 아주 작은, 거의 느낄 수 없는 움직임. 그집은 그리고 다시 정적에 휩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