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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퍼 리 - 앵무새 죽이기 - 20 죄 많은 남자 이야기 2.

Joyfule 2009. 3. 1. 01:03
     
     하퍼 리 - 앵무새 죽이기 -  20  죄 많은 남자 이야기 2.   
    그건 말이다, 
    너희들은 아직 어리고 어린이의 마음은 그것을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란다. 
    너희들이 하는 말을 듣기도 했고 ,,, . 
    그는 딜에게 고개를 돌렸다.
    일상의 일이란 아직은 본능만으로 꿰뚫어볼 수 없는 거란다. 
    이 아이가 조금만 더 자랐어도 울거나 구역질하지 않았을 거야. 
    단순히 일상적인 일로 받아들였을 테니까. 
    조금만 더 나이들면 울지 않게 될 거야. 
    아저씨는 제가 왜 울었다고 생각하시는데요? 
    딜의 사내다움이 권위를 내세우기 시작했다.
    다른 사람에게 지옥을 준다는 것에 대한 울음, 
    그것도 아무 생각 없이 백인이 흑인을 향해 던지는 지옥에 대한 울음이지. 
    흑인들 역시 인간이라는 생각을 조금도 하지 않는, 
    그런 행동에 대한 울음 말이다. 
    아버지는 흑인을 속이는 건 백인을 속이는 것보다 
    열 배는 더 나쁘다고 하셨는데 ,,, . 
    내가 중얼거렸다.
    세상에서 더없이 나쁘다고 하셨어요. 
    나도 그렇게 생각한단다, 진 루이스 양. 
    넌 네 아빠가 그저 공장에서 찍어낸 듯한 종류의 사람이 아니란 걸 모를 거야. 
    그걸 네 마음속에 확실히 새겨두려면 앞으로도 몇 년은 더 걸릴 게다. 
    아직은 이 세상을 아니, 이 마을조차도 충분히 볼 수 없을 테니까. 
    지금 네가 할 수 있는 일은 법정에서 한 발짝 뒤로 물러서는 것일 게야. 
    그때 길머 씨의 반대신문을 거의 놓쳐버렸다는 생각이 떠올랐다.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태양은 법원 광장의 서쪽 지붕 뒤로 서둘러 내려앉고 있었다. 
    난 두 개의 열망 사이에서 어느 쪽으로 뛰어들어야 할지 결정할 수 없었다. 
    레이먼드 씨인가, 아니면 제5사법 순회법정인가.
    이리 와봐, 딜. 이젠 괜찮니? 
    내가 말했다.
    응, 괜찮아. 뵙게 돼서 즐거웠어요, 레이먼드 아저씨. 
    그리고 마실 것 주셔서 고맙습니다. 
    이젠 뱃속이 다 나았어요. 
    우리는 법정을 향해 힘껏 뛰었다. 
    두 계단씩 뛰어올라 발코니 난간을 따라 비집고 들어갔다. 
    리버렌드 목사가 우리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법정 안엔 정적이 감돌고 있었다. 
    난 또다시 아가들은 모두 어디에 있을까를 생각했다. 
    테일러 판사의 시거가 입술 한가운데에 갈색 점으로 찍혀 있었다. 
    길머 씨는 누런 종이뭉치에 무언가를 열심히 적고 있었다. 
    마치 법정서기를 밀어내기라도 할 듯 손이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어휴, 놓쳐버렸네. 
    내가 중얼거렸다.
    아버지가 배심원들에게 논고를 하고 있었다. 
    가방에서 끄집어낸 것이 분명한 서류뭉치들이 책상 위에 흩어져 있었고, 
    톰 로빈슨이 그것을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확실한 증거의 결여로 이 남자는 사형죄로 기소되었고, 
    지금은 그의 목숨이 걸려 있는 공판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나는 오빠를 흔들었다.
    시작한 지 얼마나 됐어? 
    그냥 진술서를 다시 읽는 중이야. 
    오빠가 속삭였다.
    우리가 이길 거야, 스카웃. 진다는 건 있을 수 없어. 
    시작하신 지 오 분쯤 됐어. 
    내가 너에게 설명하듯 아주 쉽고 명료하게 하고 계셔. 
    너만한 아이들도 알아듣게 말이야. 
    길머 검사님은 어땠어? 
    쉿, 새로운 건 없었어. 그냥 똑같았어. 이제 좀 조용히 해. 
    우리는 다시 아래층을 내려다보았다. 
    아버지는 글씨를 받아쓰게 할 때 짓곤 하던 초연한 표정으로 변론하고 있었다. 
    배심원석 앞을 천천히 거닐기도 했다. 
    배심원들은 자신들이 올바로 판단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듯 
    얼굴을 똑바로 들고 아버지의 움직임을 주시했다. 
    그건 어쩌면 아버지가 큰소리로 말하지 않았기 때문인지도 몰랐다.
    아버지는 멈춰서서 평소와 다른 모습을 보여주었다. 
    시계줄을 풀어 탁자위에 놓으며 허락을 구하는 것이었다.
    법정에서 허락하신다면 ,,, . 
    테일러 판사가 고개를 끄덕이자 아버지는 
    개인적으로나 공적으로 지금까지 한 번도 하지 않았던 행동을 하기 시작했다. 
    조끼단추와 칼라단추를 풀고, 넥타이를 느슨하게 내린 다음 
    양복 웃옷까지 벗었던 것이다. 
    잠자리에 들기 전까진 옷조각 하나 흐트러 입은 적이 없었으므로 
    오빠와 나로서는 아버지가 마치 알몸으로 서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