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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퍼 리 - 앵무새 죽이기 - 19. 진실 5.

Joyfule 2009. 2. 27. 00:59
     
     하퍼 리 - 앵무새 죽이기 -  19. 진실 5.    
    아닙니다. 
    그녀는 집 안에 부탁할 일이 있다고 했습니다. 
    그녀는 피고에게 쉬퍼로브를 쪼개달랬다고 하던데, 그 말이 맞지? 
    아닙니다, 검사님. 그렇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피고는 그녀가 거짓말을 했다는 건가? 
    아버지가 일어섰다. 
    하지만 톰 로빈슨은 그의 도움 없이도 답변할 수 있었다.
    길머 검사님, 전 그녀가 거짓말을 했다는 것이 아닙니다. 
    전 그저 뭔가 잘못 생각하지 않았나 하는 것뿐입니다. 
    길머 씨의 계속된 열 가지 질문은 마옐라의 각색을 반복했고, 
    증인은 그녀가 잘못 생각했을 거라는 일관된 답변을 토로했다.
    이웰 씨가 그 자리에서 당장 결판낼 듯이 달려들진 않았나? 
    그렇게 생각진 않습니다, 검사님. 
    그게 무슨 뜻이지? 
    그분이 제게 달려들 만큼 그곳에 오래 있지 않았다는 뜻입니다. 
    이 질문에 대해선 꽤나 솔직하군. 그렇다면 왜 그렇게 빨리 도망쳤나? 
    전 겁이 났습니다, 검사님. 
    양심의 가책이 털끝만큼도 없었다면 무엇이 겁났다는 말인가, 응? 
    이미 말씀드렸듯이 어떤 검둥이도 
    그러한 곤경 속에선 안전할 수 없으리라 생각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피고는 지금 곤경에 빠져 있고, 
    그것으로 마옐라 양을 모함하는 증언을 하는 것 아닌가? 
    그녀가 피고를 다치게 할까봐 그게 두려워서 도망치고 ,,, 그렇지? 
    피고 같은 덩치 큰 수사슴이 말이야, 응? 
    아닙니다, 검사님. 
    전 법정에 서게 될 것이 두려웠습니다. 지금처럼 말입니다. 
    체포될 것이 두려웠나, 
    아니면 피고가 저지른 행위를 시인할 것이 두려웠나? 
    아닙니다. 전 제가 하지 않은 일을 시인하는 것이 두려웠습니다. 
    지금 내게 건방을 떨려는 건가? 
    아닙니다, 전 그러려는 것이 아닙니다. 
    여기까지가 내가 들은 길머 씨의 반대신문의 전부였다. 
    딜을 밖으로 데리고 나와야 했기 때문이었다. 
    딜은 무슨 이유에서인지 갑자기 울기 시작하여 멈추지를 않았다. 
    처음에는 조용히 훌쩍이던 것이 점점 커져 
    방청객들이 전부 다 들을 수 있을 정도로 흐느껴 울었던 것이다. 
    오빠는 그를 데리고 나가지 않으면 가만두지 않겠다고 어름장을 놓았고, 
    리버렌드 사이크스 목사도 그러는 게 좋겠다고 했다. 
    결국 우리는 법정을 나오고 말았다. 
    그날 딜은 별일 없어 보였는데 ,,, 
    그렇다면 집에서 도망쳐 나온 후유증이 아닐까 ,,, .
    기분이 좋지 않니? 
    계단 아래까지 내려왔을 때, 말을 건넸다.
    딜은 남쪽 계단을 뛰어내릴 때쯤엔 완전히 마음을 가라앉힌 것 같았다. 링
    크 디스 씨가 맨 윗계단에 쓸쓸한 모습으로 앉아 있었다.
    무슨 일이니, 스카웃? 
    우리가 옆을 지나가자 그가 물었다.
    아무 것도 아니에요, 아저씨. 
    나는 등 뒤쪽에 있는 그에게 대답했다.
    딜이 조금 아파요. 
    나무 아래로 가자. 햇볕이 너무 강해. 
    우리는 가장 무성한 떡갈나무 그늘 아래 앉았다.
    난 단지 그 사람에 대해 참을 수가 없었어. 
    누구, 톰? 
    그 늙은 길머 씨 말이야. 톰에게 그런 식으로 말하다니, 
    그에게 그토록 지독하게 말하는 것 말이야. 
    딜, 그건 그 아저씨 직업인데 뭐. 
    검사를 세우지 않았다면 피고측 역시 변호사도 없었을 거야. 
    딜은 참으려는 듯이 긴 한숨을 내쉬었다.
    나도 그 정도는 다 알아, 
    스카웃. 그것이 바로 나를 구역질나게 하는거야, 구역질. 
    그 아저씬 그렇게 행동하도록 되어 있어. 그분이 반대신문을 ,,, . 
    그전엔 그런 식으로 행동하지 않았어, 그 아저씨 ,,, . 
    그 사람들은 그가 세운 증인이었으니까 그렇지. 
    하지만 핀치 아저씨는 그 늙은 이웰과 마옐라를 신문할 때도 그렇게 하진 않았어. 
    그런데 그 사람은 항상 얘야 어쩌구 하면서 반말로 빈정대고, 
    그가 대답하고 나면 배심원들을 휘둘러봤단 말이야. 
    그래, 딜. 어찌됐건 그건 톰이 검둥이기 때문이야. 
    난 그런 거 상관 안 해. 그건 옳지 않아, 
    누구든 그런 식으로 말하는 사람은 없어. 
    그것이 나를 구역질나게 하는 거야. 
    그건 길머 아저씨의 습관일 뿐이야, 딜. 
    그분은 언제나 그런 식이야. 
    넌 그 아저씨가 누구에게건 친절히 대하는 걸 결코 볼 수 없을 거야. 
    그래, 오늘 길머 아저씬 더욱 심하긴 했어. 
    하지만 대부분의 검사들은 언제나 그렇게 행동해. 
    핀치 아저씬 그렇지 않았어. 
    아빠가 표본은 아니잖아, 딜. 아빤 ,,, . 
    나는 말을 하려다 말고 머디 애킨슨 아줌마가 아버지에 대해 얘기한 
    그 빈틈 없는 말을 기억해내려 더듬고 있었다.
    아빠는 큰길 한가운데 있을 때나 법정 안에 있을 때나 항상 똑같아. 
    내 말은 그게 아니야. 
    그때 우리 뒤쪽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네가 뭘 말하려는지 난 알아. 
    나무기둥에서 나는 소리 같았다. 
    잠시 후 돌퍼스 레이먼드 씨가 나무 뒤에서 나와 우리를 찬찬히 들여다보았다.
    넌 비겁하지 않아. 
    바로 그런 것들이 널 구역질나게 하는 거야, 그렇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