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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퍼 리 - 앵무새 죽이기 - 20. 죄 많은 남자 이야기4.

Joyfule 2009. 3. 3. 00:57
     
     하퍼 리 - 앵무새 죽이기 -  20. 죄 많은 남자 이야기4.    
     이렇듯 조용하고, 존경받을 만하여 겸손한 흑인, 
    한 백인여성을 불쌍하다고 표현할 수 있는 순수하기가 이를 데 없는 이 흑인은 
    두 백인에 대해 반대증언을 해야 했습니다.
    증인대 위에서 그들의 태도와 행동에 대해선 더이상 말씀 드리지 않겠습니다. 
    여러분 자신이 직접 그들을 보았으니까요. 
    그들은 주 정부의 증인이, 메이컴의 보안관을 제외한 이 법정 안의 여러분들이, 
    자신들의 증언을 의심하지 않으리라는 겁없는 배짱으로 그들 자신을 증언했습니다. 
    그 배짱은 악의적인 억측 즉, 
    여러분들이 지금까지 간직해온 억측과 연관되어 있습니다. 
    그것은 모든 흑인은 거짓말쟁이이며 근본적으로 부도덕한 창조물이고, 
    특히 모든 남자 검둥이는 우리 여성들 주위에 안심하고 놔둘 수 없다는 억측인 것입니다.
    신사 여러분, 우리는 이것이 본질적으로 새빨간 거짓말이라는 것을 압니다. 
    그것은 제가 지적할 필요조차 없는 거짓말입니다. 
    여러분은 진실을 알고 있습니다. 
    그 진실이란 흑인 가운데에는 거짓말을 하기도 하고, 음험하기도 하고, 
    또 여자들 주위에 안심하고 둘 수 없는 흑인도 있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절대 특정 인종의 남자에게만이 아닌 모든 인종에게 적용되는 것입니다. 
    이 법정 안에 한 번도 거짓말을 하지 않은 사람은 없습니다. 
    음란한 행동을 하지 않은 사람도 없으며, 
    욕망을 품고 여자를 쳐다본 적이 한 번도 없는 남자란 살아 존재하지 않는 것입니다. 
    아버지는 말을 멈추고, 손수건을 꺼내 안경을 벗고 땀을 닦았다. 
    그것으로 우린 또 하나의 생소한 장면을 보게 되었다. 
    우리는 아버지가 땀 흘리는 모습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평소 얼굴에 땀이 안 흐르는 사람으로 통했던 것이다. 
    지금 아버지의 황갈색 얼굴은 온통 땀으로 번득이고 있었다.
    배심원 여러분, 끝내기 전에 한 마디만 더하겠습니다. 
    토머스 제퍼슨은 모든 인류는 평등하다고 했습니다. 
    그 문구는 워싱턴 행정분과의 백인들이나 여성들이 우리를 비난할 때 자주 쓰는 말입니다. 
    서기 1935년 지금, 
    어떤 사람들은 이 문구를 문맥에 상관없이 모든 상황에 적용하고 있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가장 어이없는 예는 정규교육을 받았다는 그 사람들이 
    근면함과 함께 어리석음과 무모함을 동시에 조장시키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우리는 모든 사람이 동등하게 창조되지 않았음을 압니다. 
    물론 몇몇은 그렇게 믿을 수도 있습니다만, 
    어떤 이는 보다 더 영리하고, 또 어떤 사람은 태어난 환경 덕분에 더 많은 기회를 갖습니다. 
    어떤 이는 돈을 더 많이 벌기도 하고, 어떤 여성은 더 맛있는 케이크를 만들기도 합니다. 
    그리고 표준 이상의 능력을 선물받고 태어난 사람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 나라 안에서 모든 사람이 평등하게 창조되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단 한 곳이 있습니다. 
    가난뱅이와 록펠러를, 백치와 아인슈타인을, 
    무식쟁이와 대학총장을 동등하게 하는 인류의 공공기관이 있는 것입니다. 
    신사 여러분, 그 기관은 바로 이 법정인 것입니다. 
    그것은 미합중국의 최고 대법원이거나 가장 초라한 지방법원이거나 간에 
    여러분들을 위해 일하고 있는 존경받을 만한 법정인 것입니다. 
    인류에 의해 설립된 모든 기관이 그러하듯 우리의 법정도 결점은 있습니다. 
    그러나 이 법정의 사람들은 평등주의자들이어야 하며 
    법앞에서 모든 사람들은 평등하게 되었음을 확신해야 합니다. 
    전 우리의 법정과 배심원제도가 완벽하다고 믿는 이상주의자는 아닙니다. 
    그것은 제게 이상일 수만은 없으며 다만 일하면서 살아가는 현실일 뿐입니다.
    여러분, 법정은 여기 배심원들과 본인 앞에 앉아 계신 여러분 각자보다 나을 것이 없습니다. 
    법정은 단지 배심원들의 소리이며 배심원은 그들 개개인의 유일한 목소리인 것입니다. 
    전 여러 신사분들이 지금까지 경청하신 증거에 대해 
    아무 의심없이 재조사하시리라는 것을 확신합니다. 
    결정을 내리십시오, 
    그리고 이 피고를 그의 가정으로 되돌려줍시다. 
    신의 이름으로 본분을 다하십시오. 
    아버지 목소리가 그쳤다. 
    그리고 배심원석에서 돌아서더니 무언가를 말했다. 
    법정에라기보다는 자신에게 말한 듯했다. 
    나는 오빠를 쳤다.
    지금 뭐라고 하신 거야? 
    신의 이름으로 그를 믿으라고 하신 것 같아. 
    딜이 갑자기 내게 몸을 뻗어 오빠를 힘껏 잡아당겼다.
    저길 봐요! 
    그의 손가락을 따라가던 우리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칼퍼니아 아줌마가 가운데 통로에서 아버지를 향해 똑바로 나아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