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감성을 위한 ━━/세계문학

하퍼 리 - 앵무새 죽이기 - 21.유죄, 유죄, 유죄 1

Joyfule 2009. 3. 4. 01:33
     
     하퍼 리 - 앵무새 죽이기 -  21.유죄, 유죄, 유죄 1    
    칼퍼니아 아줌마는 난간 앞에 수줍은 듯 서서 
    테일러 판사가 쳐다보기를 기다렸다. 
    그녀는 새로 다림질한 앞치마를 두르고 손에는 편지를 들고 있었다.
    테일러 판사가 그녀를 보고 말했다.
    칼퍼니아 아니오, 그렇지요? 
    네, 재판장님. 
    이 쪽지를 핀치 변호사님께 전해도 될까 해서요.
     전, 재판장님, 이것은 이 재판과 아무 관계가 없는 것으로 ,,, . 
    테일러 판사가 고개를 끄덕였고, 
    아버지는 쪽지를 건네받아 내용을 읽고 말했다.
    재판장님, 저 ,,, 
    이건 제 동생에게서 온 것인데 제 아이들이 없어졌다는군요. 
    오후 내내 모습을 나타내지 않는다고 ,,, 전 ,, 혹시 ,,, . 
    그 아이들이 어디 있는지 알고 있습니다, 애티커스. 
    언더우드 씨가 큰소리로 말했다.
    위층 발코니에 흑인들과 함께 있어요.
     정확하게 오후 한시 십팔분부터 거기에 있었지요. 
    아버지는 돌아서서 우리를 올려다보았다.
    젬, 내려오너라. 
    큰소리로 말하고 다시 판사에게 무언가를 얘기했다. 
    우리는 리버렌드 사이크스 목사 앞을 지나 계단을 내려갔다. 
    아래층에서 아버지와 칼퍼니아 아줌마를 만났다. 
    칼퍼니아 아줌마는 짜증스럽게 내려다보았고, 
    아버지는 이미 체념한 듯 보였다.
    오빠는 흥분으로 뛸 듯했다.
    우리가 이겼죠, 그렇죠? 
    아니다. 
    아버지가 짧게 잘라 말했다.
    너희들 오후 내내 이곳에 있었단 말이지. 
    이젠 칼퍼니아 아줌마와 집에 가서 저녁 먹고 집에 있도록 해라. 
    아빠, 여기 있게 해주세요. 
    오빠가 간청했다.
    제발, 판결을 듣도록 해주세요, 아빠. 
    배심원들은 퇴장했고, 잠시 후면 돌아올 거다, 잘은 모르겠지만. 
    그때 우리는 아버지가 부드러워진 것을 알 수 있었다.
    좋다. 이미 모두 보고 들었으니 나머지도 듣는 게 좋겠지. 
    그대신 먼저 할 일이 있다. 
    집에가서 저녁을 먹고 다시 와서 듣는 거야,
    천천히. 그렇게 해도 중요한 대목은 하나도 놓치지 않을 게다. 
    만일 배심원들이 계속 퇴장해 있으면 더 기다리겠지만, 
    내 생각엔 너희들이 돌아오기 전에 끝날지도 모르겠다. 
    아버진 그분들이 그렇게 빨리 톰을 무죄방면시킬 거라고 생각하세요? 
    오빠가 말했다.
    아버지는 무언가 대답을 하려고 입을 열었다가 그만두고 우리에게서 떠나갔다. 
    난 리버렌드 사이크스 목사가 우리 자리를 지켜주기를 기도했지만, 
    배심원들의 퇴장과 함께 사람들도 따라나갔을 생각을 하곤 기도를 그만두었다. 
    오늘밤 저녁 도시락을 가져오지 않은 사람들로 
    간이식당이나 오케이 카페, 호텔이 얼마나 붐빌지 짐작되고도 남았다.
    칼퍼니아 아줌마는 우리를 데리고 집으로 행진해갔다.
    혼꾸멍이 한 번 나야 해. 맙소사, 
    그 모든 걸 너희 어린 것들이 들었다니! 
    젬, 어린 여동생이 그 공판을 들어선 안 된다는 걸 몰랐니? 
    알렉산드라 고모가 아시면 발작이라도 일으키실 거야. 
    아이들에겐 맞지 않는 일이었어. 
    벌써 거리에는 가로등이 켜져 있었다. 
    그 불빛 아래서 분개해 있는 칼퍼니아 아줌마의 옆모습을 힐끗 올려다보았다.
    젬, 앞으론 좀더 신중하게 생각하고 행동해야만 해. 
    알아듣겠지? 네 어린 여동생이야, 
    어린 동생, 자신을 부끄럽게 생각해야지. 
    나는 완전히 들뜬 기분이었다. 
    너무나도 많은 일들이 너무나도 빠른 시간에 일어나 
    그것을 가려내는 데만도 몇 년은 걸릴 것같이 느껴졌다. 
    그리고 지금 칼퍼니아 아줌마가 오빠에게 주의를 주고 있었다. 
    그렇다면 오늘 저녁엔 어떤 새로운 요술구슬이 기다리고 있는 것일까.
    오빠가 낄낄거리며 웃어댔다.
    칼 아줌마는 듣고 싶지 않으세요? 
    조용히 해, 그렇게 웃는 게 부끄럽지도 않니? 
    칼퍼니아 아줌마는 겁도 안 나는 위협을 되풀이했고, 
    그것으로 오빠는 약간의 반성의 몸짓을 보여주었다. 
    그녀는 우아하게 앞 계단으로 나아갔다.
    핀치 변호사님이 젬을 벌하지 않는다면 나라도 혼을 내줄 거야. 
    집안으로 들어가거라. 
    오빠는 이를 드러내고 웃으면서 안으로 들어갔고, 
    칼퍼니아 아줌마는 딜에게 고개를 끄덕여 
    저녁 식사를 함께 해도 좋다는 무언의 승낙을 보냈다.
    당장 라이첼 아줌마한테 전화 드려라. 
    아줌마는 딜에게 말했다.
    네 이모님은 널 찾느라 정신없이 뛰어다녔다. 
    내일 아침 당장 배에 실려 메리디안으로 
    보내지지 않도록 조심해야 될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