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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퍼 리 - 앵무새 죽이기 - 27. 할로윈 축제3.

Joyfule 2009. 3. 28. 01:07
     
     하퍼 리 - 앵무새 죽이기 -  27. 할로윈 축제3.     
    다음날 바버 자매는 이웃들에게 울먹이는 목소리로 소리쳤다.
    나는 다 들었어. 
    2말발굽들이 땅을 울려대듯 트럭을 문에 들이대는 소리를 들었다구. 
    지금쯤 뉴올리언스로 도망갔을 거야. 
    투티 여사는 이틀 전에 마을을 지나간 
    떠돌이 모피장수가 가구를 훔쳐 갔을 거라고 확신했다.
    흉악한 시리아인들 같으니라구! 
    얼마 후 헥 테이트 씨가 와서 그 구역을 검사한 뒤 마을사람의 소행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자 투티 여사는 메이컴 사람의 목소리라면 전부 다 알고 있다면서 
    그날의 목소리는 메이컴 사람이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메이컴의 경찰관이 잃어버린 가구를 찾아낼 거라고 했다. 
    그녀는 말할 때마다 혀를 몹시 굴려댔다. 
    테이트 씨는 어쩔 수 없이 십 마일 정도 변두리로 나가 
    그 동네 사냥개를 데려와서 그들을 뒤쫓게 했다.
    그런데 테이트 씨가 바버 여사 집 앞계단에서 출발시켰던 사냥개들은 
    집 뒤쪽을 뛰어다니며 지하실 문 앞에서 짖어대기만 했다. 
    세 번째 개까지 풀어놓고서야 비로소 테이트 씨가 사건을 추리하게 되었다. 
    그날 메이컴의 아이들은 정오까지 맨발을 드러내지 않았고, 
    그 사냥개들이 돌아갈 때까지 아무도 신발을 벗지 않았던 것이다.
    그 사건으로 메이컴의 여자어른들은 아무래도 올해에는 
    무슨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논의한 끝에 
    고등학교 강당에서 마을 축제를 열기로 했다. 
    사과 따먹기, 엿가락 늘이기, 당나귀 꼬리에 집게 꽂기 등의 아이들 놀이와 
    일등 한 사람에게 이십오 센트의 상금이 주어지는 할로윈 의상쇼를 벌이게 되었다.
    오빠와 나는 신음소리를 내듯 끙끙거리며 말했다.
    아무리 축제에 놀이가 기본이라지만 
    우리는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는 것들이야. 
    어찌됐거나 오빠는 할로윈에 참여하기에는 자기는 너무 컸다면서 
    중학생들에겐 아무 흥미도 없는 놀이들이라고 말했다. 
    결국 날 데려가줄 사람은 아버지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그날 저녁 나는 연극에 출연하기로 되어 있었다. 
    메리웨더 여사는  
    메이컴 아드 아스트라 페르아스페라 라는 제목이 붙은 최초의 연극을 연출했다.
    나는 햄으로 분장했다. 
    그녀는 이 지방의 농산물을 나타내는 의상을 
    아이들에게 입히는 것이 기발한 아이디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세실 제이콥은 암소로 분장했고, 
    아그네스 분은 귀여운 완두콩으로, 또 다른 아이는 땅콩으로 ,,, . 
    메리웨더 부인은 온갖 상상력을 발휘하여 모든 아이들에게 연극의상을 입혔다.
    두 차례의 총연습으로 정리해본 결과, 
    우리의 유일한 의무는 작가도 해설자도 아닌 메리웨더 부인의 확인을 받고 
    무대 왼쪽으로 들어가는 것이었다. 
    그녀가  돼지 라고 부르면 그것이 내가 등장할 차례라는 신호였다. 
    이런 식으로 아이들이 무대 위에 다 모이면  
    메이컴, 메이컴, 우리는 그대에게 언제까지나 진실하리라 를 
    노래함으로써 마지막을 장식하게 되고, 
    곧 이어 메리웨더 부인이 우리 마을의 깃발을 들고 
    무대에 오르는 것으로 막이 내리는 것이었다.
    내 의상에는 아무 문제가 없었다. 
    재봉사인 크렌셔 아줌마가 메리웨더 부인만큼이나 상상력이 풍부했기 때문이었다. 
    크렌셔 아줌마는 철사를 이용해서 햄모양을 만들고 
    그 위에 갈색 천을 씌운 다음 페인트칠을 하여 진짜 햄처럼 보이게 했다.
    내가 그 속으로 가볍게 들어가자 누군가 그 기묘한 의상을 아래로 끌어내려 주었다. 
    옷은 내 무릎까지 내려왔다. 
    크렌셔 부인은 자상하게도 밖을 볼 수 있도록 왼쪽에 구멍을 내주었다. 
    정말 멋진 의상이었다. 
    오빠는 진짜 햄에 다리가 달린 것 같다고 말해주었지만,
    몇 가지 불편한 점은 있었다. 
    그 안은 더웠고 몸에 너무 달라붙어 있어서 코가 가려워도 긁을 수가 없었다. 
    게다가 한 번 들어가면 나올 수가 없었던 것이다.
    할로윈이 시작되면 모든 가족들이 나를 보기 위해 공연장에 찾아오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난 실망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버지는 내 맘이 상하지 않도록 최대한의 재치를 발휘하여 
    오늘밤 축제에 갈 수 없을 것 같다고 말했던 것이다. 
    일주일 동안 몽고메리로 출장갔다가 그날 오후 늦게야 돌아올 거라며 
    오빠가 함께 가줄 거라고 말했다.
    알렉산드라 고모까지 오후 내내 무대장치를 하느라고 
    완전히 지쳐서 일찍 누워야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갑자기 말을 멈추었다. 
    다시 무슨 말인가 할 것처럼 입을 열 듯 했지만 아무 소리도 하지 않았다.
    왜 그러세요, 고모? 
    음, 아니다. 아무 것도 아니야. 괜히 소름이 끼치는구나. 
    고모는 날카롭게 전해오는 예감을 떨쳐버리며 
    가족들 앞에서 총연습을 해보는 게 어떻겠느냐고 제안했다.
    오빠가 내게 의상을 씌워주고 거실문에 서서 
    메리웨더 부인이 하던 것처럼  돼지 라고 불렀다. 
    난 그 소리에 맞추어 거실로 행진해 들어갔다. 
    아버지와 알렉산드라 고모는 매우 즐거운 표정을 지었다. 
    이번에는 칼퍼니아 아줌마를 위해 부엌으로 가서 또 한 번 행진을 했고, 
    그녀도 훌륭하다고 말해주었다. 
    나는 길 건너 머디 아줌마에게도 보여주고 싶었지만, 
    오빠가 아줌마는 그 공연장에 꼭 올 거라고 했다.
    한바탕 행진을 하고 나니 가족들이 공연장에 오든 말든 별 상관이 없어졌다. 
    오빠가 날 데려다 주면 되는 것이다. 
    그것으로 우리의 길고 긴 여정이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