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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퍼 리 - 앵무새 죽이기 - 28. 오빠의 비명소리2

Joyfule 2009. 3. 30. 03:16
     
     하퍼 리 - 앵무새 죽이기 -  28. 오빠의 비명소리2    
    그것에 도착해보니 아버지와 무대장치로 지치신 고모, 
    추방당했거나 갇혀 있는 사람을 빼고는 
    온마을 사람들이 전부 모여 있었다. 
    복도는 한껏 멋낸 시골사람들로 북적거렸다. 
    그 고등학교 건물 아래층엔 넓은 강당이 있었는데, 
    그 양쪽을 따라 설치된 매점 주위에 사람들이 한데 몰려 있었다.
    어휴, 오빠, 나 돈을 안 가져왔어. 
    난 그들을 보면서 한숨을 쉬었다.
    아빠가 주시지 않았구나. 여기 삼십 센트야. 
    여섯 가지 정도는 할 수 있을 거야. 그럼 이따가 만나자. 
    좋아. 
    나는 삼십 센트와 세실에 매우 만족해 하며 말했다. 
    그리곤 세실과 함께 강당 가운데로 내려가 문을 열고 무대 뒤로 갔다. 
    메리웨더 부인이 마지막 장면을 연습하느라고 
    낭독대(lectern) 앞에 있었기 때문에 나는 햄 의상을 놓고 서둘러 떠났다.
    넌 돈이 얼마나 있니? 
    나는 세실에게 물었다. 
    그애도 삼십 센트가 있었으므로 우린 서로 공평한 셈이었다. 
    우리는 그 돈을 가장 먼저  공포의 집 에 써버렸다. 
    그곳은 조금도 무섭지 않았다. 
    그 공포의 집은 칠학년 교실을 깜깜하게 하여 
    신체 각 부위의 모형을 늘어놓아 귀신이라도 된 듯 
    그것들을 만질 수 있도록 되어 있었다.
    이것이 눈깔. 
    우리는 접시에서 껍질이 벗겨진 두 개의 포도알을 만지며 말했다.
    여기가 심장. 
    그것은 날간인 것 같았다.
    이것이 내장인가봐. 
    우리는 차가운 스파게티 쟁반에 손을 깊숙이 찔러 넣었다.
    세실과 나는 칸막이를 차례로 돌다가 테일러 판사 부인이 만든 성경 주머니를 샀다. 
    나는 사과절임을 사먹고 싶었지만, 세실이 그건 비위생적인 식품이라고 말렸다. 
    그의 어머니가 말씀하시길 
    한 그릇에 있는 음식을 여럿이 먹는다는 건 비위생적이라고 했던 것이다. 
    나는 부정했지만, 세실은 막무가내였다.
    훗날 이 문제에 대해 고모한테 얘기하자, 
    고모는 그런 생각은 상류사회로 끼여들고 싶어하는 사람들이나 하는 거라고 말했다. 
    우리가 설탕과 버터, 땅콩 등을 함께 넣고 졸여 만든 태피사탕을 사려 할 때 
    누가 와서 메리웨더 부인이 무대 뒤에서 부른다고 전했다. 
    준비할 시간이 되었던 것이다.
    강당 안은 사람들로 가득차 있었다. 
    메이컴 고등학교 밴드가 무대 아래쪽에 정렬해 있었다. 
    무대조명이 켜지고 빨간 벨벳 커튼이 물결을 일으키며 
    뒤쪽으로 종종걸음 치듯 들어가버렸다.
    세실과 나는 무대 뒤에서 좁은 복도가 사람들로 북적거리고 있는 걸 보았다. 
    어른들은 집에서 만든 고깔 모자, 남부연합군 모자, 
    스페인미국전쟁 모자, 그리고 세계대전 헬멧 등을 다양하게 쓰고 있었다. 
    아이들은 여러 가지 농산물 의상을 입고 작은 창문 아래 모여 있었다. 
    빽빽히.
    누가 내 의상을 짓눌러놨어. 
    나는 낭패스럽게 울부짖었다. 
    메리웨더 부인이 내게로 달려와서 철사를 펴서 
    모양을 가다듬은 다음 나를 안쪽으로 밀어넣어 주었다.
    괜찮니, 스카웃? 네 목소리가 멀리 들려서 꼭 반대편 언덕에 있는 것 같아. 
    세실이 말했다.
    네 목소리도 가깝게 들리진 않아. 
    밴드의 애국가 연주가 시작되자, 우리는 청중들이 일어나는 소리를 들었다. 
    그때 큰북이 울렸고, 동시에 밴드 옆 낭독대 뒤에 서 있던 메리웨더 부인이 외쳐댔다.
    메이컴, 아드 아스트라 페르 아스페라. 
    큰북이 다시 쿵쾅거리며 울려퍼졌다.
    이 말은 진흙에서 빛나는 별까지라는 뜻입니다. 
    그녀는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 해석까지 했다.
    축제! 
    메리웨더 부인은 불필요하게 덧붙였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느꼈다.
    저렇게 해주지 않으면 모를 거야. 
    세실이 속삭이더니 이내 입을 다물었다.
    마을사람들 모두 그 정도는 알아. 
    내가 속삭였다.
    하지만 시골사람도 왔잖아. 
    그뒤 좀 조용히 해. 
    앞쪽에서 어떤 남자가 명령하는 소리에 우리는 말을 멈추었다. 
    메리웨더 부인이 메이컴의 역사에 대해 낭독할 때마다 큰북이 울려댔고, 
    그녀는 메이컴이 그 주보다도 오래되었음을 과장되게 칭송했다. 
    메이컴은 미시시피와 앨라배마 주에 걸쳐 있었다. 
    그 처녀림에 처음으로 발을 들여놓은 사람은 
    유언검인 재판관의 증조부로 다섯 번이나 이주했지만, 
    그것은 결코 인정받지 못했다. 
    그런 다음 대담한 메이컴 육군 대령이 나타남으로 해서 
    메이컴이란 이름이 붙여졌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