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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퍼 리 - 앵무새 죽이기 - 28. 오빠의 비명소리 4.

Joyfule 2009. 4. 3. 05:23
     
     하퍼 리 - 앵무새 죽이기 -  28. 오빠의 비명소리 4.   
    길 잃은 개가 내는 소리였을 거야. 
    아니야, 우리가 걸어가면 들리고 멈추면 그쳐. 
    내 의상이 부스럭거리는 거야. 
    어휴, 할로윈으로 모두 정신이 나갔어 ,,, . 
    나는 오빠에게라기보다 나 자신을 안심시키려고 말했다. 
    우리는 다시 걷기 시작했고, 
    난 오빠가 한 말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건 내 의상에서 나는 소리가 아니었다.
    저 ,,, 세실일지도 몰라. 
    오빠가 유쾌하게 말했다.
    이번엔 속지 말자. 우리가 허둥대는 꼴을 보여주지 않는 거야. 
    우리는 천천히 기듯 걸어갔다. 
    나는 오빠에게 세실이 이런 어둠 속에서 
    어떻게 우리를 알아보고 따라올 수 있는지 물었다. 
    그러면서 그 아이가 갑자기 뒤에서 쿵 하고 뛰쳐나오기라도 한 듯 쳐다보았다.
    맞아, 스카웃. 
    오빠가 말했다.
    어떻게? 난 모르겠어. 
    네 의상에 굵은 줄이 보여. 크렌셔 부인이 야광칠을 한 게 분명해. 
    아까 무대조명에 그것이 빛났었거든. 
    그래서 세실은 멀리서도 널 잘 볼 수 있었을 거야. 
    난 세실에게 그가 우리 뒤에 숨은 걸 알고 있고, 
    그래서 준비가 되어 있다는 걸 알려주고 싶었다.
    세실 제이콥은 물에 빠진 생쥐! 
    나는 홱 돌아보며 소리질렀다. 
    우리는 멈추었다. 아무 대답이 없었다. 
    생쥐란 소리만이 멀리 학교 건물벽에 부딪쳐 되울려나왔다.
    내가 해볼게. 
    오빠가 말했다.
    헤이 
    헤이 헤이, 메아리가 울려왔다. 
    세실이라면 그렇게 오래 끌 것 같지는 않았다. 
    우리가 놀리면 재빨리 반응했을 텐데 ,,, . 
    우리는 이미 뛰어가고 있었다. 
    오빠가 내게 또 멈추라는 신호를 보냈다.
    스카웃, 너 그거 벗을 수 있겠니? 
    오빠가 조용히 속삭였다.
    응, 하지만 옷을 안 입었어. 
    여기 네 옷이 있어. 
    너무 캄캄해서 입을 수가 없을 것 같아. 
    좋아, 됐어. 
    오빠, 무서워? 
    아니, 거의 나무 있는 데까지 온 것 같아. 
    몇 미터만 더 가면 길이 나올 거야. 거기에 가로등도 있구. 
    오빠는 서두르지도 않고 침착하게 낮은 소리로 말했다.
    나는 얼마나 더 세실의 장난이라고 생각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노래 불러도 돼, 오빠? 
    안 돼, 정말 조용히 해야 돼, 스카웃. 
    우리는 걷는 속도를 빨리 하지 않았다. 
    오빠는 발을 완전히 땅에 대지 않은 채 돌부리를 피하며 걷는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가를 잘 알고 있었고, 게다가 난 맨발이었기 때문이었다. 
    나뭇잎이 살랑대는 소리일 거라고 생각했지만 
    그날 밤은 바람도 없었고 떡갈나무 외엔 별다른 나무도 없었다.
    우리를 따라오는 사람은 마치 무거운 신발을 신은 것처럼 
    발을 끌며 짧게 내딛고 있었다. 
    그가 누구이든 면바지를 입었을 것이다. 
    내가 나뭇잎이 살랑거리는 거라고 생각했던 소리는 
    면과 면이 스치는 소리로, 발자국을 뗄 때마다 휙휙거렸다.
    차가운 모래가 발에 닿는 느낌이 들었다. 
    난 떡갈나무 아래에 와 있다는 걸 알았다. 
    오빠가 내 머리를 눌렀다. 
    그리곤 멈춰서서 우리를 따라오는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발을 끌며 짧게 내딛는 소리가 이번엔 우리와 함께 멈추지 않았다. 
    바짓자락이 스치는 휙휙 소리가 부드럽게 꾸준히 들려왔다. 
    그러다가 잠시 멈추더니 다시 우리를 향해 계속 뛰어오는 것이었다. 
    그건 아이의 발걸음이 아니었다.
    뛰어, 스카웃! 뛰어, 뛰어! 
    오빠가 소리쳤다. 나는 거대한 발자국에 잡혀서 낚싯줄에 감기듯 끌려갔다. 
    내 팔은 아무 쓸모가 없었다. 
    어둠 속에서 중심을 잃고 말았던 것이다.
    오빠, 도와줘, 오빠! 
    무언가가 내 철사옷을 짓이겼다. 
    쇠붙이까지 잘라졌으므로 나는 땅바닥에 넘어져 있는 힘을 다해 굴렀다. 
    나는 철사감옥에서 빠져나오려 발버둥을 쳤다. 
    가까운 곳 어딘가에서 발을 끄는 소리, 
    발길질하는 소리, 구둣소리, 
    그리고 흙과 나무뿌리에 살갗이 긁히는 소리가 들려왔다. 
    누군가 내 옆으로 굴러왔다. 난 오빠란 걸 알았다. 
    오빠는 번개처럼 일어나 나를 잡아당겼지만, 
    내 머리와 어깨가 햄 의상에서 풀려났음에도 
    나는 너무나 얽혀 있어 멀리 갈 수가 없었다.
    우리가 거의 도로 쪽까지 뛰어왔을 때, 
    나는 오빠의 팔이 내게서 떨어져나가 땅바닥으로 거칠게 잡아당겨지는 걸 느꼈다. 
    곧이어 발을 끌며 내딛는 소리, 
    무언가 꺾어지는 둔탁한 소리가 들렸고 오빠가 비명을 질러댔다.
    나는 비명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뛰다가 축 늘어진 남자의 배와 부딪쳤다.
    헉! 
    그는 외마디 소리를 내며 내 팔을 잡으려 했지만, 
    난 철사뭉치로 단단히 얽혀 있었다. 
    그 배는 부드러웠지만 팔은 강철 같았다. 
    그는 천천히 나를 누르면서 숨통을 막았다. 
    나는 꼼짝할 수가 없었다.